논쟁1

"흔들리는 부동산 세제, 투기꾼 선택 여지만 넓힌다"

[부동산 정책 긴급 인터뷰 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집값이 세제 흔들어선 안돼"

21.04.29 12:41최종 업데이트 21.04.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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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해주고, 대출 규제도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공공재개발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강남 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에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오마이뉴스>가 전문가 4명에게 물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그 첫번째입니다.[편집자말]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 이희훈

 
"그때그때 정치적 여론에 따라가려고 하니까 세제 안정성이 흔들리고 예측하기 힘들게 됐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등 부동산 보유세 완화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세제 정책의 기본인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이 선거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여론에 휘둘리면서, 일관성이 중요한 세제에 대한 예측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부동산 과세 원칙에 일관성이 없다면 부동산 투기가 더 활개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정말 집을 사려고 하는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못하고, 집을 정말 팔려고 하는 사람은 못 파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유력 검토되는 상황에 대해선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고 질타했다. 집값이 올랐다고 과세 대상을 줄여준다면,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때마다 '과세대상 축소' 요구가 나올 것이란 우려였다. 세금 정책이 '집값'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박 교수는 "실거주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급격히 올라가는 부분은 완화해줄 조치가 필요하긴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재산세 감면대상 확대, 가장 안 좋은 방법"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 이희훈

 
- 보궐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이 부동산 보유세 완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각종 보유세 완화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고, 당권 주자들도 보유세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세 후퇴는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를 주게 된다. 다주택자들은 지금 집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버티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보유세가 급격히 오르는 것은 반대하지만, 집을 계속 보유하는 사람은 보유에 따른 부담을 지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세금 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에서는 그때그때 정치적 여론에 따라 가니까 안정성이 없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이야기가 나오다가 비판이 일자 쏙 들어가는 분위기다. 대신 재산세 완화 이야기가 나온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려 감면 대상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율 개정 등이 결합되면서 지난해보다 부동산 보유세는 높아질 것이다. 재산세는 부과대상자들이 많아 여당에서 (조세저항에 따른 여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감면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가장 안 좋은 방법이다." 

- 재산세 감면 대상을 늘리는 것은 왜 나쁜가?

"과세 기준선을 마음대로 손대면 안 된다. 집값이 오르면 또 대상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납세자들에게도 설명이 안 된다. 예를 들어 9억원은 감면해주고 왜 10억원은 안 해주냐는 얘기가 나올 거다. 그러면 정치권에서 또다시 과세 기준선 올리자는 얘기 나오지 않겠나. 재산, 집을 보유하면 세금을 부담하는 게 맞다. 과세 원칙의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를 일부 완화해주는 건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 세금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면 어떤 부작용이 나오나?

"실거주자의 경우, 집을 산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그런데 세제가 예측 못 하게 바뀌는 경우 거래를 못 한다. 진짜 집을 팔 사람도 못 팔고, 결정 못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반면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시장 상황에 적응력이 더 빠르기 때문에 시장 불안 요소는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의 선택 여지를 넓힌다. 진짜 팔고 이사 가려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하고, 부동산 투기만 활개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세금 불확실성은 이 상황을 더 심화시킨다."

"공시가격 논란, 과세 기준을 실거래가로 하는 것도 방법"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 이희훈

 
- 문재인 정부 초기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 세금폭탄론도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세금 폭탄론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납세는 국민의 의무인데, 폭탄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종부세 내는 사람이 적어서 안 내는 사람이 지지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부가 잘못한 게 세금 내는 사람과 세금 안 내는 사람 간 구도로 만든 것이다. 그러지 말고 정부가 보유세를 왜 걷어야 하며, 어디에 쓰이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 공시가격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가 핵심인데, 공시가격 현실화가 진행되는 한 논란은 계속될 듯 하다.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공시가격은 세금뿐만 아니라 60가지 행정지표로 활용된다. 지금은 공시지가의 활용도 중 세제 부분이 유달리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나머지 59개 행정지표의 기준도 흐트러지고 있다. 실제 가격과 공시가격과의 차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논란이 계속된다면 과세 원칙을 '실제 거래가격'으로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실거래 가격' 원칙으로 하고 보충적으로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 공시가격 논란이 번지면서, 지자체로 평가 권한을 이양하라는 얘기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를 직접 언급했다. 현재 정부가 맡고 있는 표준지 공시가격 평가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

"반대한다. (선출직 공무원이 수장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공시가격을 올릴 유인이 없다. 지자체에 맡겨놓으면 공시가격을 높이는 것보다는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사실 정부가 주택에 대해선 공시가격 현실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빌딩 등 대기업들이 가진 부동산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도 비판 받고 있다. 주택 소유자와 대기업을 차별하는 방식인데 이 부분도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비주거용 빌딩 등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도 위헌 소지가 있다. 10억원짜리 부동산을 놓고 주택이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주택이 아닌 경우 세금을 덜 내면 제대로 된 세제가 아니다. 과잉금지나 조세평등 문제 등 위헌성 논란이 있을 것이다. 사실 비주거용 건물·토지의 경우 연구가 많이 돼 있다. 비주거용 부동산 역시 과세 형평상 맞춰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부동산 시장 왜곡을 불러온다. 주택을 팔고 비업무용 토지 등 이런 쪽으로 갈아타면서 낮은 보유세로 이득을 보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고 한다.

"잘못됐다. 기본적으로 대출이 봉급 생활자가 집을 살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과도한 대출을 통해 자기 능력을 넘는 집을 사게 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 IMF 때도 집을 샀는데 연쇄적으로 빚을 못 갚으니까 원금도 못 갚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나. 집값은 앞으로 더 오를지, 떨어질지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이야기 나오는 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로 확대, 만기기간 50년 대출인데, 집값 떨어지면 소득이 감당 못한다. 집값 떨어지면 결국 실수요자들은 헐값에 집을 팔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출비율과 대출기간 모두 가장 안 좋게 결합하는 방식이다. "

- 정부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나.

"시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정치적 여론에 따라 조정하려는 게 잘못이다. 정부의 기본 기조인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은 맞다. 시행 과정에서 정리하지 못한 부분이 혼선을 가져오고 있다. 조세 저항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지만 아예 보유세에 대한 정책 기조를 완화로 바꿔버리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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