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3

"이런 식이면, 단언컨대 집값 더 오른다"

[부동산 정책 긴급 인터뷰 ③] 김성달 경실련 국장 "공공재개발 평당 4천은 공공주도 바가지"

21.04.30 11:57최종 업데이트 21.05.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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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해주고, 대출 규제도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공공재개발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강남 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에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오마이뉴스>가 전문가 4명에게 물었습니다. 이 기사는 그 세번째입니다.[편집자말]

김성달 경실련 국장 ⓒ 이희훈


'집값은 더 오른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의 전망이다. 김 국장은 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한다는 공공재개발을 통해서도 평당 40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 아파트가 공급될 경우 "집값은 더 폭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꾸준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감시·비판해온 김 국장은 "고분양가 아파트가 나오면 주변 아파트도 영향을 받아 올라가고,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린다"며 "공공 주도의 바가지 분양가 아파트는 주거안정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서민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고분양가 아파트 공급으로 달려가고 있는 공공재개발이 후손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불렀다는 진단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실제로 주택 가격이 안정됐던 이명박 정부 시절, 주택 공급량은 오히려 적었다"며 "지금 저출산으로 인구 증가 추이가 떨어지는데, 투기 수요를 떠받치기 위한 공급은 분명 후손들에 짐이 되고, 환경 파괴까지 안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토지임대부 등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내집 마련의 기회를 넓혀주려면 결국은 분양가 거품을 뺀 2억~3억원대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서울에도 국공유지를 활용한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지금의 패닉 바잉 수요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26일 진행된 김 국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평당 4000만원 아파트는 주거안정 대책 아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 ⓒ 이희훈


- 최근 공공재개발로 추진하는 흑석2구역 아파트 예상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책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집값이 한창 급등할 때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공공재개발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내놨고, 결국 최고 분양가 아파트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분양가가 확정되는 순간, 토지주는 물론 공공까지 막대한 이득을 가져간다. '바가지 분양가' 아파트를 주거안정 대책으로 내놓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나.

"정책의 일관성과 철학이 없는 게 문제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카드를 꺼낸 것은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면서였다. 그런데 평당 4000만원짜리 아파트가 나오면 그 집은 누가 살 수 있을까. 또 주변 집값 상승은 어떻게 해결할 건지 대책이 없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집값 거품을 빼고 서민들을 위한 주택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 분양가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분양가상한제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가 평당 5000만원이 넘는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올 수 있도록 운영하지 않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원가도 알 수 없는 건축비도 허용해주고 있다.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양가상한제가 있든 없든, 최고가를 찍는 현실은 반복될 것이다."

- 정부·여당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요약하면 공공재개발 고분양가 아파트 분양하면서, 대출 규제 완화해 수요층 넓혀주고, 주택을 산 사람에게는 보유세를 깎아주겠다는 거다. 집값 안정과는 반대로 간다는 비판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주택 가격 잡겠다고 하면서 대출 규제와 세제를 강화해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집값은 못잡고 국민들 사이에 세금 거부감이 늘었다. 선거에서 패배하자 갑자기 정반대로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선거 민심은 집값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출 풀어주면 어떻게 되겠나. 가계부채 문제는 차치하고, 정부가 주택 수요를 늘려 집값을 부양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거품 없는 공공주택 공급,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 ⓒ 이희훈

 
- 그동안 경실련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강조해왔다. 사실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는 것인데,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 분양가 낮추면 '로또분양'이 된다라는 얘기만 반복한다.

"로또분양 핑계 대면서 주변 시세대로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변 아파트 가격은 안떨어진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집값은 더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건설업자·사업자에게 모두 로또가 된다. 거품 없이 분양가 2억, 3억원 아파트가에 나올 때, 집값이 영향을 받으면서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형태의 공급이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무주택 서민들이 굳이 고분양가 투기 대열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존 시장 질서도 투기 거래가 없이 안정화될 것이다. 공기업과 건설사가 적정 이윤만 가져가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로또분양 핑계대면서 원가 부풀리기에만 골몰하고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 사실 건설업계·토건업자들이 로또분양을 핑계로 고분양가 책정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주택·토지주·건설사들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가게 되는데 왜 이런 논리가 호응을 얻는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주택, 반값아파트가 나올 때도 보수·경제 언론들은 로또 이야기를 꺼냈다. 일부 진보 언론도 이에 동조하면서 비판했다. 보수정부가 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프레임까지 맞물리면서 저렴한 아파트는 로또라는 프레임에 젖은 것이다. 무주택 서민들은 그런 아파트가 나올 때 내 집 마련 가능하다는 시각이 없었다. 경실련이 건설업계 과다·부당 이득이 있다고 수차례 얘기했음에도 로또분양 논리에 밀리면서 이걸 해결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없었다. LH 등 공기업이 이득을 가져가는 게 훨씬 나은 거 아니냐는 잘못된 주장도 있었다. 공기업은 장사하라고 만든 게 아니다. 서민을 위한 '내 집'을 공급하라고 만든 것이다. 정치권도 공기업도 본연의 목적을 돌아봐야 한다."

- 출산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개발도상국 시기도 아니고,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을 더 짓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는데, 주택은 공급 부족 논리로 지어지고 있다. 투기적 가수요가 떠받치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이 늘어날 때가 언제쯤일까. 무분별한 주택 공급은 나중에 후손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토지를 개발하면서 환경 파괴라는 짐까지 안겨주게 된다. 거기에 분양가 거품의 짐까지 무주택자들에게 전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것 자체는 설득력이 없다. 이명박 정부 때 공급 많아서 집값 떨어진 건 아니다. 투기를 부추기는 공급 정책이 문제다. 수도권 집중화가 주택 가격을 떠받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올 것이다. 전체적인 국가 운영도 분권 차원의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

- 현재 민주당이 부동산특위를 만들어 부동산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는데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민심 분노를 부른 세금 부담 증가는 집값이 오르면서 나타난 건데 민주당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대안으로 실수요자 공정 보유세를 만들자. 실거주자의 세금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부분은 조정해 주는 대신 고소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 가진 만큼 공정하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게 맞는 방향이다. 또 공시가격의 경우 주택만 올리면서 상가·빌딩은 그대로인데,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주택이 아닌 상가, 빌딩도 동일하게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같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고장난 공급 대책도 손질해야 한다. 서민들이 살 수 없는 고분양가 주택을 공급하려는 LH 주도 공공재개발은 전면 중단하고, 거품 없는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등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많다. 국·공유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개발할 땅이 없다는 서울에서도 분명 국·공유지가 있다. 서울의료원, 불광혁신파크 등 이런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저렴한 공공주택이 보급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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