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박용진 지지

어떤 대통령이 관료를 제어할 수 있나, 박용진이다

[나는 왜 ○○○을 지지하는가 / 우석훈] 현실주의자가 내놓은 정책의 강력한 힘

21.08.06 07:20최종 업데이트 21.08.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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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네거티브를 극복하고 포지티브 선거 문화를 위한 기획으로 '나는 왜 ○○○을 지지하는가'를 마련했습니다. 각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주요 인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고 설득합니다. 다섯번째 순서로 박용진 캠프의 우석훈 박사입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대선 경선 후보. 사진은 지난 7월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저는 생각보다 많은 글을 씁니다. 어떤 글은 이미 아는 얘기들로 편하게 쓰는 글이 있고, 어떤 글은 좀처럼 한 글자도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박용진을 지지하는 이유'에 관한 이 글이 대표적으로 쓰기 어려운 글이었습니다. 글의 효과를 생각하면 무겁기도, 먹먹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네, 민주당 대선 내부 경선에 들어가 있는 박용진은 약체 후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군요.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마음을 먹고 펜을 들어봅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원내 진출하던 시절, 그때 그 총선을 도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노회찬이 사무총장이던 그 시절이었습니다. 심상정, 단병호, 이런 사람들이 그때 국회의원이 돼 원내 진출하는 것은 큰 사건이었습니다. 박용진을 그때 처음 봤습니다. 그나저나, 아직 30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박용진은 아주 핏이 잘 살아있던, 정말로 그 어려움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던 보석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박용진을 다시 만난 것은 2012년 대선 한 가운데였습니다. 안철수와의 어색한 단일화 과정에서 선대위원장들이 모두 사퇴하고, 지도부가 공백 상황이었던 그런 때였습니다. 그때 안철수의 용어를 따라서 '국민연대'라는 단체를 통해서 조국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서 선거 막판을 같이 치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박용진은 민주당 대변인이었습니다. 영등포 청과물시장에 민주당 당사가 있던 시절, 기자회견을 그와 같이 준비하던 시절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총선, 저는 그때 문재인 당대표를 돕게 됐고, 민주당 총선공약단의 부단장을 맡게 됐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시절이었지요. 참 어려운 선거였는데, 그 선거에서 민주당이 국회 제1당이 되면서 국회의장직을 되찾아왔습니다. 그때 공교롭게도 박용진은 당대표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이래저래 그와 짧지 않은 인연으로 꽤 많은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렇네요.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저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고,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그냥 저의 삶을 살아갑니다. MB와 박근혜로 이어지던 그 10년, 그게 너무 참기 힘들어서 정권 교체를 위한 노력을 좀 한 것인데, 이제는 민주당이 여당이라, 저도 마음 편하게 저의 삶을 살아갑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현실주의자 박용진... 정책을 풍성하게 만드는 힘
 
몇 달 전, 박용진이 제게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 소장을 맡아달라고 할 때, 마음이 좀 짠했습니다. 오죽하면 저한테까지 왔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도 상대적으로 좀 젊은 사람이 민주당 경선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박용진 같은 젊은 정치인이 그 안에 들어가면 최소한 밥상이 더 풍성해 보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 아니면 누가 박용진을 돕겠나', 그렇게 가벼운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 시절에 박용진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민주당 경선 자체가 지나치게 나이 많은 후보들의 경연장으로 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 초기에 몇 개의 정책을 만드는 데에 저도 좀 도움을 줬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3개월 정도의 남녀 기초 복무제였습니다. 사실 이 주제는 여성계 일부에서 계속 고민하던 문제였습니다. '군 가산점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법으로 여성들도 사회봉사 등 형태를 다르게 해서라도 동일한 의무를 갖자', 그런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언젠가 한국에도 지금의 의무병인 징병제 형태가 아니라 모병제가 도입되면 진지하게 검토해 볼만한 사안입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관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이 과정에 청년 등 국민들의 참여를 좀 더 폭넓게 해서 자산 형성의 기회를 만들자는 얘기도 저는 흥미롭게 봤습니다. 소득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적 제안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심각한 자산 격차에 대해서는 별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토마 피케티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하위 50%가 단지 5%의 자산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특히 청년들에서도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 전쟁'이 격렬하게 진행되는 중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것인가, 연기금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달간, 많은 정책을 가지고 박용진과 논의하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모든 정책이 다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그가 엄청난 '현실주의자'라는 점입니다. 팬데믹 국면을 맞아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동시 감면을 추진하는 것은 격론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건 두고두고 논란이 되기는 할 것인데, 성장 국면으로 경제를 전환하기 위해서 기존의 기업 감세와 노동자의 동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고려할 볼만한 대안이기는 합니다.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의 소득세를 일부 줄여주는 것은 소득 지원 정책의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증세 정책에서의 전면적인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에 대한 과세와 새롭게 도입될 탄소세 등 환경에 대한 다른 증세의 기조는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감세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소위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진해왔습니다.

세법 개정을 통해서 감세라는 형식을 피하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업 감세입니다. 실효세율이라는 관점에서 계속 지적받은 문제였는데, 이렇게 하면 특정 기술들에 강점이 있는 대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됩니다. 편법입니다만, 현실적으로 필요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거라면, 중소기업에 조금 더 지원이 갈 수 있게 정상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감세를 추진하는 것, 어쨌든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박용진이 내린 선택입니다.

관료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정치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2018년 12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지금 민주당 대선경선에 나온 후보들은 좋은 미덕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와 아주 많은 일을 했던 사람도 있고, 짧게 일했던 사람도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장점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지금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과는 대중교통 개편 특히 버스 준공영제와 관련해서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다른 정책적 장점들이 이번 경선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부디 이번 경선이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잘 드러나고, 미래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후보들 중에서 박용진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하나를 얘기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정치와 관료와의 관계, 언제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요즘 관료들이 여의도 알기를 정말 우습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여나 야나, 다 자기들이 정책을 만들어주고, 여기도 주고, 저기도 주고, 그렇게 한다는 겁니다. 전직 관료라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현직 관료들이 자료와 정책 프레임을 넘겨주고, 그렇게 관료들은 나름대로 다음 권력을 준비합니다. 국민의힘 쪽에서야 오랫동안 그랬지만, 민주당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전통입니다.

노무현 후보 시절에도 캠프 내에 관료 출신이 없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처럼 대선에 관료들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관료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야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나중에 정권과 관료와의 관계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관료의 힘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치원 3법에서 봤듯이, 박용진은 이제 재선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도 삼성과 유치원 원장 등 다양한 종류의 기득권과 효율적으로 싸워왔고, 해법을 만들어왔습니다. 아마 관료와의 관계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과 관료와의 관계에서 박용진은 여러모로 자유롭습니다. 정권과 관료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희망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경선에서 정권과 관료 사이의 관계라는 또 다른 질문이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상대적으로 젊고 혈혈단신으로 당내 경선에 나선 박용진을 통해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책이라는 수단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현실주의자 박용진'의 정책적 해법의 의미를 잠시 같이 생각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 ⓒ 유성호

덧붙이는 글 필자는 경제학자로 <88만원 세대> 등을 집필했으며, 박용진 후보의 싱크탱크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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