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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경찰은 개혁 위해 뭘 했나, 떳떳한가"

[행안부 경찰국 설치, 정말 괜찮을까②] 황문규 경상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 인터뷰

22.07.11 16:06최종 업데이트 22.07.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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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오는 15일 이른바 '경찰국'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경찰들의 반발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 통제를 명분으로 경찰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현장에서 경찰개혁 목소리를 내온 두 전문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말]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희훈

 
반쪽.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는 황문규 경상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은 경찰국 설치 가능 여부를 논하기 전, 반쪽짜리 경찰개혁 역사를 먼저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부처 내 경찰업무 지원 조직, 이른바 '경찰국' 설치를 꺼내게 만든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민주적 통제를 위한 합의제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의 실질화 그리고 중앙 집중형 경찰권 분산을 위한 자치경찰제(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자체가 담당하는 제도) 실현. 경찰청이 31년 전 정치독립을 보장받기 위해 내무부(행안부의 전신)에서 분리될 당시, 함께 달성되지 못한 독립의 전제조건들이다. 황 교수는 이들 대안의 오랜 공백이 종국엔 현 경찰국 논란을 불러왔다고 짚었다. 

황 국장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찰은 그동안 (민주적 통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마냥) 떳떳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국 설치가 '절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이미 경찰법과 공무원법 등에 명시돼 있는 행안부장관의 권한을 수행하는 기구라면 "못할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렇다면 이미 주어진 권한을 "굳이 경찰국을 설치하면서까지 해야 하나"라는 물음표도 던졌다. 통제를 명분으로 경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만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의심을 거두려면 '민주적 통제'를 위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교수는 "정말 민주적 통제가 (경찰국 설치의) 방점이라면, 1991년 당시 반영되지 못한 국가경찰위 실질화 혹은 자치경찰제 부분을 더 강조했어야 한다"면서 "자치경찰제를 출발선에 놓고 그림을 그린 뒤, 통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면 어땠겠나"라고 반문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법] "법 허용 범위에서 못할 것도 없지만... 굳이?"
 
-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의 설립 근거를 정부조직법에서 찾으면서, 치안 사무를 장관이 관장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34조 5항 등을 들어 치안 사무를 장관이 직접 관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직접 (경찰 치안 사무에) 관여하는 건 한계가 있다. 1991년 경찰법이 만들어질 당시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경찰법 관련 법령 정보를 찾아보면, 제·개정 취지에 행안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두는 이유는 경찰행정의 책임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돼 있다.

1987년 박종철 고문 사건 이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내놓으라는 취지로 행정개혁위원회가 설치됐다. 거기서 나온 게 (외부 통제 기구인) 경찰위원회 설치였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어쨌든 부처 장관이 치안에 관한 사무를 직접 관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경찰법 제·개정 과정에) 있었던 거다."
 
- 그렇다면 설치는 불가능한가.

"치안사무 관장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무조건 설치가 안 되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 (치안사무와 관련된) 광범위한 권한에 장관이 개입하면 안 되겠지만, (인사정책 등) 법에서 허용된 범위에서 개입한다면 무조건 안 된다고 볼 수만 있겠나."
 
- 법에서 허용된 범위라면?

"경찰법에 경찰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사안에 행안부장관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공무원법에 총경 이상 임명 제청이나 경무관 이상 징계 등을 할 땐 장관을 거치도록 돼 있다. 정부조직법에는 중요정책의 수립은 장관이 직접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부분에만 (경찰국 업무가) 국한된다면 법적으로 안 될 것도 없다. (어떤 범위의 업무를 수행할지 확실하지 않으므로) 지금 당장은 (불가능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 경찰청이 외청으로 분리됐음에도 정권 때마다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행정개혁위 안을 제시한 쪽은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의 야3당이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그 아래 경찰청을 놓고, (자치경찰제처럼) 시도에 경찰 본부를 두는 식이다. (거대 야당의 안이라) 무리 없이 통과될 안이었지만, (YS-JP 야합으로) 무산됐다. 지금 경찰직장협의회 등에서 (외청으로 분리된) 역사 맥락을 강조하지만, 당시에도 (개혁안이) 온전히 반영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지난 30년간 경찰이 (경찰개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떳떳할 수 있을까. 저렇게 (무조건 반발하며) 이야기하는 건 순수한 태도일까."
 
-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과거부터 계속 공백 상태였다는 이야기인가.


"경찰위원회 역할이 제대로 설계됐다는 전제하에 경찰청이 외청으로 빠진 것인데, 경찰위원회의 기능은 쪼그라지고, (당시 개혁은) 반쪽만 됐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간 (경찰이) 제대로 통제를 받지 않아 온 것도 사실이다. 1991년에도 경찰 중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가 이미 설계돼 있었지만,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찰조직도) 그만큼 노력했어야 했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이상하다는 거다."
 
[정치] 경찰국이라는 '외압' 연결고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희훈

 
- 행안부가 경찰국 설치를 제기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뭘까.

"지향점은 모르겠지만, 그 배경은 분명하다. 경찰권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거다. 국가경찰위원회도 그렇고, 자치경찰제도 말로만 있지 아무것도 아닌 것과 다름없다. 인력과 부서를 늘린 것 말고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도 권한 분산 흉내만 내고. (변화없는 모습들이)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에 빌미를 준 건 확실하다.

이대로 경찰을 저렇게 놔둬야 맞는 건가. 어쨌든 경찰청장에겐 사실상 정보권과 일체적 수사 종결권까지 주어져 있다. 일선 경찰들은 일만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건 현장 이야기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의 변화는 다르다."
 
- 행안부는 경찰국이 '일반 경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득을 하고 있다. 


"사실 현장 경찰에 영향을 미칠 필요도 없다. 법에 있는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굳이 이걸 (경찰국까지) 설치하면서 해야 하나 싶다. (설치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건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기능을 축소했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서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 지휘부에 대한 인사권만 해도 대통령이 장관에 힘을 싣고, 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다면 경찰국을 설치하든 안하든 (조직 장악) 효과는 충분히 얻게 된다."
 
- 행안부는 경찰 통제를 공식적으로 하겠다는 명분이다.


"행정학에선 이렇게 말한다. 조직이 하나 설치되면, 그 조직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만든다고.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국도 만들어진다면 치안사무에 개입할 여지를 계속 넓혀갈 수 있다.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700명 정도 된다. 경찰대 출신들은 간부로 들어와 총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승진하지 못하면 일찍 퇴직해야 한다. 이런 중간 허리를 담당하는 계급의 사람들이 (경찰국의 인사권 지휘에) 휘둘릴 수 있다. (조직 장악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거다."
 
-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장관이 직접 경찰의 방패가 돼 정치 외압을 막아줄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경찰국을 통해 외압을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외압만 놓고 본다면 경찰국이 없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오히려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더 생기는 건데.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개입 가능성은 더 커지지 않겠나. 거꾸로 검찰의 정치 중립을 이야기할 때 법무부장관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통제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근데 또 반대로 이 연결고리가 민주적 통제가 아닌 정치 개입의 고리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고. 그 사이에 검찰총장이 있다. 조직을 위해서든, 아니든 (정치 개입이 들어오면) 직접 막아서기도 한다. (정치 외압을 막겠다는 말은) 사실 경찰청장이 해야 하는 거다."
 
- 외청 수장인 경찰청장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찰청장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소신있게 외청으로써 (정치 외압에서 자유로운) 역사를 만들어 갔어야 했다. 위에선 가만히 앉아 있고, 지금은 맨 아래부터 '와~' 하는 상황이 아닌가. 현장 경찰관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도) 당장 사표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했다."
 
- 경찰권력 견제의 대표적인 대안인 '경찰위원회'는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없고, 장관이 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경찰국 설치가 가장 빠른 대안이라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경찰국 역할이 어느 정도 범위인지 문제는 남아 있지만... 법률을 개정하려 해도 야당 협조는 쉽지 않을 테고. 그러나 자치경찰제 지휘권, 인사권 문제는 (법률 개정이 아닌) 직제 규정만 바꿔도 가능하다. (법률 개정 없이도) 힘을 뺄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 경찰국 설치 발표 당시 경찰위원회 또는 자치경찰제 실질화를 함께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정말 (경찰국 설치의 목적이) 민주적 통제가 방점이라면, 1991년 당시 반영되지 못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로 가는 방향이나, 자치경찰제 부분을 더 강조했어야 한다. 그 부분을 강화하면서 경찰국을 설치하겠다고 한다면, 경찰권 통제에 대한 의도를 의심받지 않았을 텐데 괜히 다른 데 속내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받게 됐다."

- 행안부장관은 '지금도 늦었다' '공백을 메울 때'라고 했다. 이러한 속도전, 어떻게 보나.

"지난 정권들을 보고 초창기에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을 수는 있다. 장악이든 통제든, 본질은 지향점이다. (방향만 확실하다면) 미지근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 이상민 장관은 동시에 일반 출신의 고위직 확대 등 인사 개혁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일반직 20% 이상을 고위직에 진출하게 하겠다는. 반발을 희석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두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어떤 측면이든 간에, 일반직 출신의 고위직 확대는 필요하다. 지휘부가 경찰대 출신으로 편중돼 있는 건 사실이다.
 
[전망] "통제엔 권한 분산이 최고"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희훈

 
- 경찰국 신설 이전에, 정부가 전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자치경찰제를 출발선에 놓고 봐야 한다. 통제는 권한 분산이 최고의 방법이다. 어느 범위까지 자치경찰제를 강화할지 논의해야 한다. 행안부장관도 자치경찰제 검토를 이야기했으니, 기왕 제대로 검토해서 먼저 (자치경찰제)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른 통제장치를 마련한다면 국회도 동의하지 않겠나."
 
- 행안부는 오는 7월 15일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어떤 안이 담길까.

"(기존 발표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조직법을 감안해 법률 위반이 없는 선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 기왕 설치가 되면, 차츰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굳이 세게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볼 것 같다."
 
- 종합적으로, 경찰권 견제와 감시는 어떤 방향으로 실현돼야 할까.

"1991년에 완성하지 못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고려하면, 시·도 경찰의 경우 자치경찰제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국가경찰위원회의 역할도 실질화 해야 한다. 일례로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경찰위원회 실질화에는 감찰 요구권만 있었다. (경찰위에서) 인사는 사후에 심의, 의결하는 방식으로 하더라도 경찰 비리나 부정부패 등의 비위에 대해서는 감찰할 수 있는 통제기구의 역할을 부여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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