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김어준씨 세금 무거움 알까? 다른 분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아"

[서울시 TBS 지원 폐지 논란] 국민의힘 최호정 시의원 "비판 언론 재갈물리기 아니다"

22.07.13 12:09최종 업데이트 22.07.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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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희훈

 

"TBS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이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시의 TBS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최호정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원내대표)은 '공'을 TBS에 돌렸다. 조례안의 통과 여부는 TBS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최 시의원은 "교통방송을 해왔던 TBS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뭔가 새로운 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라며 "조례안을 발의한 근본적인 목적은 TBS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보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시의원은 "앞으로 TBS와 서울시, 시민들 입장을 듣고 최선의 방안을 낼 것"이라며 "TBS가 누구나 좋아하는 방송, 조금 쉬어가는 방송, 생활과 밀착된 방송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TBS가 지금의 시사프로그램을 없애고 교육콘텐츠나 생활정보 등을 다루는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방송이 돼야한다고 요구한 셈이다.   

다만 최 시의원은 조례안 발의가 여권에 비판적인 TBS에 재갈을 물려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언론에 재갈을 물릴 입장이 아니다. 우리가 무슨 언론 탄압을 하나"라고 반문하면서 "TBS가 가야할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같이 해보자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언론 탄압? 시민의 소리, 의회의 소리를 먼저 들어야"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희훈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최 의원은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진행자 김어준씨의 하차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진행자(김어준)가 왜 그렇게 (편향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출연료를 시민들이 준다는 걸 알고 있을까. 세금의 무거움을 알고나 있을까"라며 "김어준씨가 꽤 오래 진행을 했는데, 이만큼 하셨으면 다른 분들로 바꾸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택 TBS 대표가 조례안을 두고 '언론탄압'이라고 강력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통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최 시의원은 "TBS 변화 방향에 대해 같이 얘기를 좀 하자고 우리가 부탁을 하는 것인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언론탄압이라고 항변만 할 게 아니다"라며 "시민의 소리, 의회의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시의원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딸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하면서 시의원 3선에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앞장 섰다는 평가를 받는 최시중 전 위원장의 전력 때문에 TBS를 겨냥한 최 시의원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는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진행한 최 시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서울시의 TBS 지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한 이유는 뭔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선거운동을 하면서 주민분들에게 '아침에 TBS 프로그램을 듣기 싫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시 측에서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시의회에서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기존의 TBS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다."
 
- 이야기한 것처럼 TBS 프로그램, 특히 <뉴스공장>에 대한 반감이 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뉴스공장>의 경우 청취율도 잘 나오고 있고,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절충점을 찾을 부분이 있는데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방안이 아닌가?

 
"그런 의견도 맞다. 우리가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상정도 되지 않았고, 본회의 통과도 되지 않았다. 조례가 통과돼서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이 끊긴 상황이 아니다. 다만 교통방송을 하던 TBS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뭔가 새로운 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다. 조례안 발의는 지금부터 TBS 변화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자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 TBS가 교통방송이나 시사프로그램만 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시민참여프로그램, 기후변화 문제 등 공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과 같은 여러 공익적 가치를 다루는 방송이 많은데, 그런 상황들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TBS 측의 항변이다.
 

"이해한다. 그렇다면 교통방송 측에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런데 정말 많은 서울시민들이 TBS하면 무엇을 가장 많이 떠올리나. 그 프로그램(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떠올리지 않나. 왜 그런지 이강택 TBS 대표는 생각해 봤나. 성급하게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항변만 할 게 아니라 시민의 소리, 의회의 소리를 먼저 들을 생각을 해야 한다." 

-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한 게 여당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려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재갈물리기가 아니다. 우리가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고 교통방송의 새로운 전환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조례안 원안 통과는 극단적 상황, 그렇게 안되길"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희훈

 
- 어쨌든 국민의힘이 발의한 조례안이 통과되면 서울시 예산 지원은 끊기게 된다. TBS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이강택 대표가 청취율이 굉장히 높다고 하지 않나. 그러면 당연히 독립도 할 수 있고, 광고 받아서 독립방송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영방송이 아니라 공적 자금이 필요 없는 민영방송이 되는 거다."
 
- TBS라는 공적 자산이 그렇게 한순간에 민간으로 넘어가는 것이 시민들을 위해 바람직할까?
 
"그래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TBS 재단과 서울시, 서울시의회, 서울시민들이 모여서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서로 조금 조금씩 양보해야 할 부분도 있다. TBS 재원의 70%를 조달하는 주체가 서울시민이다. 그러니 시민들 목소리도 좀 듣고 잘해보자는 거다. 왜 이걸 안하려고 하고 자꾸만 언론탄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왜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는가. (목소리를 높이며) 우리가 무슨 언론 탄압을 하나. 부탁을 하는 거다. 같이 얘기를 좀 하자고."
 
- 조례 상정 계획은 있나?
 
"시의회 원 구성이 오는 7월 15일 끝나는데, 아직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TBS 관할 상임위)도 뽑히지 않았다. 이번 회기 때 안건이 올라올지 안 올라올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이번 회기 때 한 번에 통과될 수 있다고 보나?
 
"서울시의 지원을 단숨에 폐지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물론 우리가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76명(시의회 의석 중 과반)이나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TBS 목소리도 정말 많이 들을 것이고, 서울시 얘기도 많이 들을 거다. 공청회도 해서 아주 신중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폐지 조례안도 당장 지원을 끊겠다는 게 아니다. 1년 유예 기간을 뒀다."
 
-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TBS 지원을 끊는 조례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TBS 지원 조례 폐지안이 현재 발의된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이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대신 현재 TBS미디어재단조례에서 개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재단 사업 범위로 교통 및 생활 정보 등이 규정돼 있는데 이런 부분 중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으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세금으로 출연료 받는 김어준, 책임감 가져야"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희훈

 
- TBS 대표 프로그램인 <뉴스공장>이 이번 TBS 지원 폐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이 프로그램에 바라는 바가 있나?  
 
"특정 프로그램을 두고 바꾸라고 직접 얘기하면 그 순간 저희가 언론에 대해서 간섭하는 게 될 수도 있다. 언론에 간섭할 수는 없다. 다만 시민들의 요구는 세금으로 그런 방송은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교통방송 측도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지 말고 들어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하는 방송인데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조례안을 발의한 것은 우리 목소리를 좀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의미다."
 
- <뉴스공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저는 사실 그 프로그램을 듣지는 않는다. 그런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편향적인 정치 이야기를 다룬다며 불편해한다. 다른 방송사들도 정치적 색채를 지닌 사람들이 진행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TBS는 절대적으로 시민의 세금이 많이 투입되는 방송이니까 시민들께서 더 민감하게 느낄 수도 있다.

 김어준 진행자가 왜 그렇게 (편향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받는 출연료를 시민들이 준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세금의 무거움을 알까. 시민들이 힘들게 낸 세금으로 출연료를 받고 있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조금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공영방송 진행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김어준씨가 꽤 오래 진행을 했는데, 보통 다른 방송의 뉴스 앵커들도 바뀐다. 이분도 이만큼 하셨으면 다른 분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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