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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07 13:56 수정 2019.05.07 13:57
 

5월 3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블루보틀 한국1호점. 줄에 줄은 선 인파. ⓒ 오재호


지난 3일,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개점 당일,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대로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이 줄을 서는 장관이 연출됐다. 블루보틀이 하나의 '현상'이 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블루보틀의 광풍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블루보틀의 커피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한들 몇시간을 기다려서 마셔야 할 수준의 커피냐는 질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심하게 편중된 한국 소비자들의 '몰림' 현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온당하지 않다.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오로지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할 경우 명품은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자동차도 그저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소형차면 충분할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상품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 경우라면 애초에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존재할 수 없다.

브랜드가 주는 경험

사람들은 필요를 넘어서 '욕망'을 소비한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과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다. 스타벅스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커피 브랜드가 들어올 경우 이용객이 크게 감소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커피 전문점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의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공간을 '커피값'으로 이용하기 위해 찾는다.

브랜드의 힘은 이 공간으로 이끄는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된다. 스타벅스는 지난 20년의 기간 동안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기에, 소비자로 하여금 믿고 공간을 이용하게 만들 수 있었다.

블루보틀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단순히 사람들이 블루보틀에 커피를 마시러 성수동 매장에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것이 아니다. 그들은 블루보틀이란 브랜드와 그에 따르는 '경험'을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든, 혼자 간직하든, 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다.

또한 블루보틀은 해외에서 인지도를 탄탄히 쌓아왔고,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를 방문하면서 브랜드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상태였다. 즉, 수요가 충분히 높은 규모로 존재하는데, 브랜드가 외국에 있어서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희소했다. 당연히 '한국 지점'의 첫 오픈은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갈수록 더 쉬워지는 해외여행과 SNS의 발달은, 국내에 없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인지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먼저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경험담은 빠르게 확산되어 소비 욕구를 더욱 높인다. 이 때문에 브랜드에 따라서는 딱히 특정 지역에 진출을 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미리 충분한 수요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가 수요가 형성된 특정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마지막 방점이 찍힌다.

타코벨에 열광한 태국 소비자들
 

한동안 방콕을 뒤흔들었던 타코벨 ⓒ flickr


비슷한 케이스는 해외에도 아주 많다. 미국의 텍사스식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인 타코벨은 올 1월에 태국 방콕에 진출해서 태국 1호점을 냈다. 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열광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코벨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블루보틀에 대한 한국의 반응과 비슷한 풍경이다.

방콕이 어떤 도시인가?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기로 손꼽히는 도시이며, 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요리가 발달한 미식의 도시다. 당장 태국 현지에도 훌륭한 멕시코식 음식점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 곳들에 비해서 타코벨은 훌륭하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가격 또한 미국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게 책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코벨이 태국 현지에서 한 달 가까이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만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타코벨을 통해 미국식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던 태국의 소비자 규모가 상당했다. 물론 꾸준히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그 욕망이 타코벨에 대한 열기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의 고유한 경험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국가나 최초로 진출했을 때 사람들을 매장 앞에 줄 세웠던 애플 스토어 또한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블루보틀에 대한 응축된 수요가 다 해소되기 전까지는 오랜 대기줄이 지속될 것이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블루보틀이 주는 경험을 소비하고자 오래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적대로 현재 국내엔 블루보틀보다 더 훌륭한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블루보틀은 소비자들의 욕망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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