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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8 09:14 수정 2019.06.18 09:14
11년째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제게 사람들이 자주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연재 40회를 맞아,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볼겸 그 중 세 가지를 답하려고 합니다.

[자주 듣는 질문1] "왜 막걸리학교라고 이름 지었습니까?"
 

사간동에 있던 막걸리학교 창밖으로 보이던 밤 풍경. ⓒ 막걸리학교

 
처음 막걸리학교라고 이름 지었을 때는 망설임이 전혀 없었습니다. 막걸리와 학교의 조합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다닐 때에 술은 금기의 대상이었습니다. 술 마시고 학교를 갈 수도, 수업 중에 술을 마실 수도 없는 일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일탈을 도모한 친구들이 있지만, 그것은 자랑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막걸리학교에서는 강사도 술을 마시고 학생도 술을 마십니다.

술을 마시며 술이 생겨난 배경, 술의 맛과 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셨던 술을 자랑합니다. 그러다보면 개인 취향이 드러나게 되고, 서로의 기질과 성품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막걸리학교를 다니면 최종 학력이 막걸리학교로 굳어지게 되고, 자꾸 동창을 만들기 위해서 막걸리학교로 친구를 보냅니다. 그 친구를 새롭게 술 친구로 탈바꿈시키려구요.

막걸리학교 안에는 명주학교, 청주학교, 소주학교, 누룩학교, 맥주학교, 양조장학교 등의 다양한 강좌가 있습니다. 막걸리학교는 대표 강좌의 이름입니다. 민속주나 전통주 명인들이 왜 막걸리만 하냐, 명주도 하라는 강력한 요청을 해 와서 한국 명주학교를 만들어 운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명주는 소비의 대상이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여겨서인지 쉽게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청주학교와 소주학교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마실 뿐만 아니라 만들기도 하고 싶어하는데, 청주와 소주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막걸리는 할머니가 만들었고, 동네에 솜씨 좋던 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서인지, 나도 만들겠다고 찾아옵니다.

막걸리는 좀 만만해보이고, 부담스럽지 않은가 봅니다. 그런 편안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막걸리와 학교는 잘 조합됩니다. 물론 교육부는 좋아하지 않는 이름입니다.

[자주 듣는 질문2] "막걸리학교는 어디에 있습니까?"
 

남산에 있는 막걸리학교 교실. ⓒ 막걸리학교

 
현재 막걸리학교는 명동과 이어진 남산 자락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삼청동 입구인 사간동에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술 문화에 관여하고 싶고, 막걸리 양조장들이 지방에 있으니 막걸리학교는 중앙에 있어야겠다 싶어 궁궐 옆에 자리잡았습니다.

마련된 장소가 종로구 사간동 26-6번지, 길 주소로 바뀌면서 삼청로4가 되었습니다. 경복궁 뜨락과 동십자각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3층이었습니다. 사간원에서 유래된 사간동이라는 이름도 좋았습니다.

사간원은 조선시대에 간쟁(諫諍)과 탄핵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요사이로 치면 검찰과 감사원의 기능을 가졌던 기관입니다. 사간원 관리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로 상을 받지도 벌을 받지도 않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이들은 금주령이 내려도 술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었습니다.

술자리에서도 사간원 관리들은 서열을 따지지 않고, 상관이 술자리에 먼저 들어간다 할지라도 중앙에 앉지 않고 북쪽을 면하고 서서 아랫사람을 기다려 서로 읍하고 자리에 앉았답니다.

거위알 모양의 아란배(鵝卵杯)가 사간원의 전용 잔이었는데, 서로 술을 권하고 취해야 술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금주령이 내려도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의 소도(蘇塗)와 같은 곳이라, 막걸리학교가 사간동에 자리잡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간동에서 막걸리학교는 한 시절을 보내다가 두해 전에 지하철 3호선 명동역에서 내려 300m쯤 오르면 나오는 남산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사간동은 좀 근엄했고, 늘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 있어야 했습니다.

집회가 있던 날이면 막걸리학교 앞의 동십자각 주변으로 경찰들이 진을 쳤습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이라서 이곳만은 사수해야겠다는 경찰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술만 마시고 있기에는 민망한 자리였습니다. 술과 친한 장소를 찾다보니 남산에 오게 되었습니다.

1849년에 홍석모 선생이 쓴 <동국세시기>를 보면 한양을 두고 남주북병(南酒北餠)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북쪽은 떡이, 남쪽은 술이 유명하다는 뜻입니다.

궁궐 옆 북촌에는 왕족과 관리들이 풍족하게 살아 잔치 하고 떡도 자주 해먹었는데, 남쪽 남산골에는 벼슬하지 못하는 샌님들이 술잔이나 기울이면서 세월을 보내 술 맛이 좋았던가 봅니다. 인사동에 떡집이 있는 것도 그 흔적이겠고, 남산골 샌님은 세상이 뒤집혀져라 싶어 '남산골 샌님 역적 바라듯'이라는 말이 생겨났겠지요.

[자주 듣는 질문3] "가장 좋아하는 막걸리가 무엇입니까?"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대체로 무감미료들이다. ⓒ 막걸리학교

 막걸리를 매일 맛보고 생각하니, 사람들이 제게 자주 묻는 세 번째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흠칫거리고 주저합니다. 혹여 양조장 한두 군데의 이름을 대면 편애한다는 말을 들을까봐서입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물어서 다행입니다. 싫어하는 것을 물으면, 자칫 원한을 사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명주란,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고 감미료는 전혀 들어있지 않는 술"이라고 규정합니다.

감미료는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이나 사카린나트륨, 천연감미료 스테비오사이드, 물엿류인 전분당이나 올리고당을 포함합니다. 무감미료를 좋아하는 것은 주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존중하고, 주재료가 발효되었을 때에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함입니다.

전북 정읍 태인막걸리, 전남 해남 해창막걸리, 경남 남해 다랭이팜막걸리, 충남 논산 양촌양조 무감미료 막걸리 그리고 감미료를 넣지 않은 프리미엄막걸리들을 좋아합니다. 또 하나 좋아하는 막걸리가 있습니다. 전통 누룩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막걸리입니다. 대표적인 게 금정산성 막걸리입니다.

요사이는 개량된 흩임누룩조차 구매하여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조장을 방문할 때마다 흩임누룩일지라도 직접 만든다고 하면, 그 술이 달리 보입니다. 정리하면, 재료를 직접 다뤄 발효 특성을 자연스럽게 살린 양조장의 막걸리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이제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해오는 사람이 있으면 이 글의 링크를 보내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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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