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31 10:58최종 업데이트 19.07.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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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쌓여있는 수출용 컨테이너들. ⓒ 연합뉴스

 
세계화로 인한 자유무역으로 가장 경제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는 나라들은 어떤 나라들일까?

세계적인 복합미디어기업 베텔스만이 운영하는 베텔스만 재단이 지난해 '세계화 보고서 2018년', 부제로 '누가 세계화로 가장 큰 이익을 거두었는가?'를 발표했다. 세계화와 각 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화로 가장 부를 많이 축척한 나라는 일본, 미국, 중국, 독일 순으로 나타났고, 한국은 6위에 올랐다. 일본은 1990년 이후 해마다 평균 1911억 유로(257조 9850억 원)를, 한국은 444억 유로(59조 9400억 원) 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년 동안 일본은 총 4조 9680억 유로(6706조 8000억 원), 한국은 1조 1540억 유로(1557조 9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한국과 일본이 자유무역으로 가장 큰 이익을 내고 있는 나라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혜택을 본 두 나라가 경제전쟁에 돌입했다.

한반도 상공에 낀 두 전선

한반도 상공에서 현재 두 전선이 형성되었다. 먼저 미‧중 간 패권전쟁이다. 베텔스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년 동안 세계화에 기반한 자유 무역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경제에 편입해 중국 GDP가 가장 많은 518%나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미국 GDP는 조사국가 중 두 번째 꼴찌인 41번째로 39%만 성장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질서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성장을 저해한 꼴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질서를 폐기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표가 중국이 누리고 있는 세계화의 혜택을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공급사슬망에서 중국을 퇴출시키는 방아쇠를 당겼다. 과거 소련이나 일본같이 중국의 무릎을 꿇게 만드는 트럼프의 강력한 패권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화에 편입해 '세계 제조공장'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가장 돈을 많이 벌지만, 공산정권이 통제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를 보여주듯이 중국의 세계화지수(경제+정치+사회 영역 지수)는 39위로 조사 나라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 특히 해외 포토폴리오투자나 해외직접투자는 완전 꼴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의 과실을 중국이 가져가고 있을 뿐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 대국굴기를 내걸고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판단해 무역전쟁이라는 선공을 취한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상공에서 또 다른 전선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의 도발을 다차원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징용배상 및 위안부 등 과거 분쟁뿐 아니라 동북아 미래 질서, 즉 북‧중‧러 대륙세력 vs 미‧일 해양세력과 대결에서 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간은 패권전쟁으로 볼 수 있지만 한일 간 과거사 및 경제 분쟁은 어떻게 봐야할까?

베텔스만의 보고서에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세계화지수 중 경제부문 지수는 최고지만, 반면에 정치 부문에서는 한국이 27위, 일본이 30위로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이 세계화로 돈을 많이 벌지만 정치적 해결 능력은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베텔스만 보고서 중 우리가 주목해야 데이터는 지난 16년 동안 세계화로 중국, 헝가리에 이어 3번째인 352%나 개인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일본은 32위인 113%, 미국은 꼴찌 다음인 58% 성장에 그친다. 미국과 일본은 세계화로 인한 자유무역시장과 국제 분업 네트워크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통계다.

따라서 미국은 세계화에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중국을 때리고, 일본 아베 정권은 한국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와 아베는 평행이론을 걷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미국에 중재를 요청해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 전쟁이 주 관심이기 때문에 논리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보다 GDP 경제규모가 3배나 큰 일본은 한국과 무역 전쟁을 해도 그 타격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반면에 세계화에 크게 의존해 경제 성장한 한국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간 갈등의 틈을 노릴 나라들도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독도 상공을 침범하고,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식인과 시민들이 나서 양국 정부 대화 압박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그럼 한일 갈등과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한국의 극단적인 일각에서는 죽창을 노래하고, 한일정보보호협정 및 도쿄올림픽보이콧을 들고 나온다. 최고 하책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산업화는 해양세력, 한중일과 유럽 등과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77명이 나섰다. 이들은 먼저 오늘날 한일 갈등에 대해 '양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진단한다. 일본의 지식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자국 아베 정부에 수출 규제 철폐를 촉구하고 대화로 풀기를 권유한다.

한국의 양심적인 지식인 역시 우리 정부에서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 한일 정상회담을 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다. 지식인과 시민이 나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것을 양국 정부에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에서 '신한반도 평화비전' 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한일 관계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든지 일본 아베 총리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또한 아베 총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 자신이 아무 조건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아무 조건없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갈등과 대결 국면을 끝내야 한다"고 선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보불 전쟁, 양차 세계 대전 등을 통해 한일 관계보다 더 철천지원수였던 프랑스와 독일은 갈등과 대결 대신에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로운 EU 공동체와 평화 통일을 달성했다. 프랑스의 위대한 지도자 샤를 드골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프랑스와 독일 간) 이 높은 장벽의 산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프랑스가 대대손손의 적이던 독일에게 기분 좋게 손을 내미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5당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우리가 도덕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어 한다"면서 "일본전문가인 이낙연 총리 특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이명박 및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준 갈등과 대립이 아닌 김대중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가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다.

독일의 저명한 진보 사회철학자이자 소통학자였던 위르겐 하버마스는 프랑크프르트 대학에서 마련한 90세 특별 연설에서 "EU는 희생 없이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화해를 통해 자율적이고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더욱 한일 관계가 발전해 한일 FTA 체결로 이어지고 더욱 협력 관계로 가길 기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일본 TBS 방송국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 "과거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현명하게 풀어가 북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 및 협력에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의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연재 기사
첨부파일 한일 경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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