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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19.10.22 11:53 수정 2019.10.22 11:53
날카로운 통찰과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는 2030 칼럼 '해시태그 #청년'이 매주 화요일 <오마이뉴스> 독자를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지난 9월 27일 오후 국내 8번째로 ASF가 확진된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한 양돈농장에서 포클레인이 살처분 작업을 위해 땅을 파고 있다. 2019.9.27 ⓒ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추가 발병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 재앙은 계속 현재 진행중이며, 사람들은 이 재앙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에 대해서도 여느 사건처럼 '왜 초기에 막지 못했는가'에 대한 비판이 많다. 왜 이러한 재앙들은 사전에, 초기에 막지 못하는 것일까?

'선제적인 대응', 말은 쉽지만...

ASF가 지난 다른 돼지 전염병과 다른 점은 치사율이 매우 높으며, 백신이 없고, 토착화되면 돼지를 키울 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잠복기가 끝나고 증상이 발현한 후 20시간 정도 이내에 돼지가 죽어버리는 빠른 치사 속도 또한 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군다나 ASF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환경저항성이 매우 강한 점도 문제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오래 생존하며, 80도 이상으로 30분 이상 가열해야 죽을 정도로 생존력이 높기에 오래 상존하며 돼지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 특성 때문에 ASF는 다른 돼지 전염병보다 훨씬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임신기간이 115일 정도다. 도축을 하는 일반적인 사이즈인 115kg의 규격돈으로 키우는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190일로, 상품성을 가진 수준으로 키우려면 총 300여일이 걸린다. 여기에 보통 모돈 1마리당 8~11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기에 산술 계산으로 해보더라도 300일이면 돼지의 수가 8배 이상 늘어난다. 따라서 돼지 전염병이 휩쓸고 가더라도 방역에 성공하여 피해를 제한하면 남은 돼지들로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ASF의 경우는 자연 상태에서의 생존력이 높기에 당장 감염된 돼지들을 살처분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다른 돼지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결국 선택지는 감염지 인근의 돼지들을 전부 처분하는 것 밖에 없다. 거대 산불이 더 크게 번지기 전에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 탈 거리를 없애는 방식으로 산불 진화를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 정도로 강력한 전염병이기에 다른 나라에서 한참 확산 중일때부터 이 ASF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전문가와 돼지농가의 목소리는 많았다. ASF의 주요 감염경로로 ASF에 감염된 멧돼지들이 지역을 이동하며 전파하는 것과 잔반 사료로 인한 감염을 들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감염 경로를 틀어막고자 잔반사료에 대한 전면적 금지와 멧돼지의 포살에 대한 요청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선제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잔반사료를 쓰는 돼지 두수는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 1%의 돼지가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11%를 처리하고 있기에 잔반사료를 금지하는 순간 11%의 음식물쓰레기를 추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멧돼지는 야생동물로 생태계의 일부이기에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도 충돌하여, 포살에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결국 주요 감염 경로의 두 채널은 계속 열려 있었고 지금은 어떠한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지금의 ASF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리스크를 인지하고 사전에 대비하자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한 주장이고 매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고 실천하는 것은 언제나 별개의 이야기다. 왜 이런 것일까?

'손실회피 성향', 다가올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지난 9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상황실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일일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하여 행동 경제학의 문을 연 대니얼 카너만과 그의 동료 아모스트버츠키는 전망이론을 제시했다. 전망이론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의사선택에 관해 설명한 이론이다. 이 전망이론의 실험에서 얻어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익보다 확실한 이익을 선호한다
2) 사람들은 확실한 손실보다 불확실한 손실을 선호한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발생하는 선택의 비대칭성을 이야기 한 것이다. 사람은 기대값을 바탕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회피 성향으로 인해 이익과 손실을 인식하는 상황(준거점)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전망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사람들이 위험관리와 대비에 소홀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벌어지지 않는 일과 경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존재하며 반대로 가까이에서 벌어진 일과 경험은 과대평가한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벌어지고 나서 사고에 대한 보험가입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이다.

위험이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며 아직 관측되지 않은 일이다. 또한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비용과 이익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이지도 않고 아직 벌어지지도 않는 일에 대해서 비용과 이익의 포기를 감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누구나 공감하나, 실제 행동에서 지지부진한 것은 바로 이런 비용과 이익의 포기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앞서 ASF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지난해부터 잔반사료와 멧돼지 포살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담당 부서 입장에서는 늘어난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곤란을 겪고 아무 이유도 없이 멧돼지를 사살한다는 비난을 받기가 쉬워진다.

앞서 언급한 전망이론의 2번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사람들은 확실한 손실보다 불확실한 손실을 선호한다. 따라서 명확한 비용의 발생을 감수하며 일어나지 않은 손실에 대비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선택에 역행하는 일인 셈이다. 특히나 그 위험이 경험 해본적이 없고, 과거에 발생한 적이 없는 위험이라면, 위험이 발생했을 시에 일어날 손실을 과소평가하기가 쉽다.

물론 이것은 ASF로 인한 재앙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이 잘했다거나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함이 아니다. 많은 위험들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어려운 것은 우리의 인지적 편향 때문이며, 이 인지적 편향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선 이런 인지적 편향을 거부하고 좀 더 단호하게 움직이는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그 결과가 어떠하든 높은 평가를 내려야 한다.

현재 각 부처에서 현재의 ASF를 차단하고 방역을 막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부디 더 확산되지 않음으로 사람과 동물에게 발생하는 피해가 더 이상 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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