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27 08:56최종 업데이트 19.11.28 12:09
  • 본문듣기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요즘 총리 인선에 대한 얘기가 여의도에서는 가장 핫한 얘기인가 보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낙연 총리 후임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한다. 다 각각의 의견과 희망이 섞여 있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집권 하반기를 향해 가는 문재인 정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들 경제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거야 집권 세력이 알거나 친한 사람들 중에 그런 인사가 없다는 얘기지, 한국에 경제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아마 한국의 경제학자 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지고 그야말로 '입 바른 말'을 제일 많이 했던 이준구 교수가 1순위쯤으로 거론되는 것이 맞기는 한데, 다들 자기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친한 사람들만 추천하다 보니까 이런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민주당 야당 시절에 희망 영입인사 1순위쯤 되었던 경제학자다.

정말 길게 보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제, 좀 더 선진국 스타일의 경제로 가는 전환을 원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지순 교수를 거론하고 싶다. 거시경제를 다룬 사람 중에 가장 중도적이고 온화하면서도 토건이 아닌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경제에 대한 대안을 가장 오래 고민한 경제학자다.

DJ 시절에 정운찬이 한국은행 총재에서 경제수장으로 많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실제로는 MB 시절에 총리가 되었다. 실제 성과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시절 같으면 아마도 이준구나 이지순 같은 사람이 당연히 하마평에 올라갔을 것 같다.

지금은 집권 세력이 너무 친분에 의한 인재풀에서만 고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면 오래 못 간다. 지금의 대통령 중심제라도 좀 더 넓게 보고 국민 전체를 인재풀로 생각해야 한다. DJP 연합 시절에 정치적 실세였던 JP, 그리고 그의 뒤를 이었던 이한동 같은 사람들은 총리로서 지금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집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정치적으로 반대 진영의 손을 잡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게 실제로 집권기에 인재풀을 넓혀준 효과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가. 운영하기 나름 아닌가.

총리 인선의 제 1 덕목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상조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상황을 보면, 보수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경제가 가장 큰 약점이 아니라 인사가 가장 큰 약점인 것 같다. 경제를 포함한 국정을 잘 운영해서 사람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집권 세력의 1번 덕목이다.

그런데 현 청와대는 성과를 만드는 것보다 자신들의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1번 목표로 둔 것 같다. 국회의원 후보를 발굴하고 키우고, 정치적 인재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주는 것, 그러면서도 "대통령에게 충성할 것", 그 정도가 나름 내부에서 가진 인사의 원칙인 것 같다. 그런 사람 중에서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으면 더 좋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지금의 '정거장 인사'가 아닌가 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청와대나 장관을 쉬어가는 정거장처럼 활용하는 것, 그걸 누구도 문제시 하지 않았고,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까? 자기 있는 자리에서 목숨을 거는 자세로 최선을 다 해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변화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산적해 있다. 마음은 이미 선거철 '뽕밭'에 가 있는 인사들이 아무리 잘 났어도 그 상태에서는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우리 편이 더 많아지고 더 높아지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것이 우리 편이 일을 잘 하고 성과를 내는 것 아닌가?

집권 전반기의 이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총리 인선부터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최선을 다 할 사람을 찾는 게 원칙이 되어야 할 것 같다. 10년만의 집권이다 보니까 "나도 한 자리",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서로 한 자리씩 챙겨서 상부상조하는 지금 같은 인선을 하라고 촛불 정부가 생겨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 잘 할 수 있는 사람, 최선을 다 할 사람

문재인 정부의 절반이 지났다. 냉정하게 따지면 경제 분야에서는 좋은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지금의 경제팀으로는 재벌 개혁 등 경제 혁신은 생각하기 어렵고, 그때 그때 발생하는 현안 대응 정도가 최대치 아닌가.

현재 경제와 관련해서 무리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인선이 총리 인선이다.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되어 있다.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총리 인선일 것이다.

이번에 국민들이 끄덕끄덕, "뭐 좀 하겠네"라는 기막힌 인선을 하지 않으면 경제는 집권 후반기에도 아주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자기들의 좁은 풀에서 '정거장 인선'을 하면 후반기도 아주 어려워질 것이다. 부디 지금까지의 '습'을 버리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서 촛불 정권으로서 성공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