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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4.10 18:52 수정 2020.07.03 12:50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본부장. 2020.3.11 ⓒ 청와대 제공

 
사례 1

9일 국내 신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9명(해외유입 23명, 국내감염 16명)으로 집계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발표 기준으로 지난 2월 20일 이후 49일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40명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사흘 후인 2월 21일 신규 확진자수 50명 선을 넘어섰고, 하루만에 190명, 다시 하루 만에 210명을 기록하더니 2월 29일에는 신규확진자 909명을 기록했다. 이후 3월 9일까지 하루 수백 건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다 3월 10일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사태 이후 처음으로 다시 100명 단위로 떨어졌고, 4월 6일에는 50명 아래로, 9일에는 40명 아래로, 10일엔 30명 선을 뚫고 내려갔다. 지난 두 달반 사이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는 2월말 크게 한 번 출렁인 후 이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하강하고 있는 모습이다.  
 

ⓒ 질병관리본부

 
사례 2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8일 미국의 코로나19 누계 확진자수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첫 확진자 발생 78일만의 일이다. 한국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2월 21일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 58명의 4분의 1 수준인 15명에 불과했다. 그 후 한국의 누적 확진자 수가 7천명을 넘어선 3월 8일에도 미국은 4백명 대에 머물다가 3월 11일 처음으로 1천명을 넘어선 1215명을 기록한다. 무난해 보이던 미국의 방역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이 즈음에서다. 1천명에서 2천명으로 증가하는데 불과 사흘 걸렸고, 그로부터 1만명이 넘는 데 4일(3월 18일), 다시 10만 명에 도달하는데 역시 일주일(3월 27일)이 소요됐다. 이렇게 두 달 반 사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추이는 아직도 정점을 모른 채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추이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숫자 40 - 한국과 미국의 차이
 
두 사례를 보면 의아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신규 확진자, 미국의 경우 누적 확진자의 추이가 기술돼 있다. 큰 이유는 없고, 사실관계도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단지 필자의 눈에 40이라는 숫자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8~9일 사이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40 아래로,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40만 위로 올라갔다는 사실이 상징적으로 보였다.

물론 필연적 인과관계 없는 비교설정일 수 있지만 공교롭게 한국과 미국은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일마저 같다. 지난 1월 20일, 하루 전날 중국 우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30대 중국인 여성이 코로나19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한국의 첫 사례로 기록됐다. 미국은 6일 전 중국 우한시에서 시애틀터코마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워싱턴주 거주자 30대 남성이 20일, 미국내 첫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역시 미국 방역당국에 의해 1호 확진자로 기록됐다.
 
한국시간으로 4월 9일 15시 기준 한국은 신규 확진자 39명, 누적 확진자 10,423명을 기록 중이고 미국에는 신규 확진자 32,110명, 누적 확진자 434,581명이 보고돼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미국이 한국의 823배, 누적 확진자수는 41배로 많은 결과다. 두 나라의 인구가 다르지만 100만명 당 누적 확진자 수를 비교해도 한국은 203명, 미국은 1313명. 역시 미국이 한국의 6.4배나 된다. 동시에 감염되기 시작한 두 나라에서 두 달 반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전지구를 뒤덮고 있지만 위기의 기승전결이 시간상으로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위기가 가장 먼저 왔고, 그 뒤를 한국이, 다시 유럽이, 이제는 일본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전반적 연구가 차분히 그리고 샅샅이 이뤄져야겠지만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각국의 감염 상황, 검역 실태, 결과와 영향 등을 정확히 비교하려면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 요컨대 같은 전염병이라도 창궐시기가 다르다면 두 지역의 단순비교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유사한 시기 같은 전염병이 다른 두 지역에서 발생, 그 진행과정이 상이하게 전개될 경우, 그것은 좋은 비교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한국과 미국의 사례에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두 나라는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조건으로 첫 감염자를 맞았다. 날짜도 같고, 경로도 같다. 하지만 두 달여 후 두 나라의 피해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전략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대표적인 비교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다.
 

미국 뉴욕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대피령을 내림에 따라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3월 23일(현지시간) 아침 거의 텅 빈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인디펜던트의 질문] 왜 미국과 한국 중 미국 경제만 파탄 났나

4월 3일자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음에도 왜 미국의 경제만 파탄이 났는지 답을 찾고 있다. '왜 동시에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미국과 한국 중 미국의 경제만 파탄이 났는가?(The US and South Korea got coronavirus on the same day, but only America's economy has been destroyed. This is why)'

이 신문은 첫 확진자 발생 1주일만에, 그리고 누적 확진자가 단지 4명밖에 되지 않던 1월 27일 한국정부는 진단장비 제조업체들과 긴급회의를 통해 대규모 진단키트를 생산하기로 한 사실을 한국 비결의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는다. (관련기사 '한국을 보고 유럽이 땅을 치며 분루 삼키는 이유' http://omn.kr/1n6fr) 

이 결정이 팬데믹 초기, 양성 확진자가 접촉한 사람들을 역추적하는 공격적인 한국형 모델의 근간이 됐고, 결국 접촉자들을 격리해 그들의 지인, 가족, 이웃 또는 무작위 행인이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체 진단 장비를 개발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3월 중반이 될 때까지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진단검사 전략이 전혀 없었다고 역시 이 신문은 평가한다.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디펜던트>는 이 중요한 두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은 코로나19의 문제를 주식시장의 문제 또는 미국 민주당의 거짓말로 치부하는 일, 날씨가 따뜻해지면 해결될 거라는 주장, 기적이 있을 것이라는 예언들뿐이었다면서, 그 시간 동안 한국에서처럼 제 때 준비만 했더라도 진단 장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보낸 두 달, 그 후의 결과는 어땠을까? 앞서 필자가 비교한 두 나라의 피해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를 이 신문은 보여준다.
 
인명피해뿐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미국의 구직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신문은 미국의 경제가 파괴됐다고까지 진단을 내린다. 반면 한국의 경제는 이 신문에 따르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근거로 1월 20일부터 3월 5일 사이에 코스피 지수가 단 8%만 하락했을 뿐이고 한국의 실업률은 3.3%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 타격을 적게 입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조기 검진검사와 방역 덕분에 국가 전체를 폐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소매 매출과 소비자 신뢰가 약화되고, 기업들은 이익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등 한국의 실시간 자료가 모두 다 희망적인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 신문의 평가다. 

[슈피겔의 질문] 당신은 어떤 자유를 선택할 것인가
 

독일의 유력 시사 주간지 <데어 슈피겔(Der Spiegel)>은 최근호에서 지난 몇 주간 한국 방역당국이 만들어온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 이준호

 
다른 경우를 하나 더 보자. 독일의 유력 시사 주간지 <데어 슈피겔(Der Spiegel)>은 최근호에서 지난 몇 주간 한국 방역당국이 만들어온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전략은 전방위적 검사에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최초 확진자는 1월 19일에 발생했고(유럽시간으로 판단한 듯하다 - 필자주), 곧이어 미국에서도 최초의 환자가 확인됐는데 미국은 이후 중요한 몇 주를 그냥 날려보낸 반면, 동아시아의 국가 한국은 조기에 코로나19에 대응을 했다는 것. 그 결과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 이후 위기의 상황에서도 24만 명에 달하는 이교도 교인들을 검사하고 격리조치했으며, 이를 위해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위치정보의 도움을 얻었고, 이런 과정을 위해 50명 이상의 전담 공무원이 투입됐다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슈피겔지는 유럽 일각에서 제기하는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한국 국민들은 이런 사적인 영역의 침해를 받아들임으로써 다른 종류의 자유, 즉 제약 없이 계속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감염자에 대한 디지털 추적은 소수의 권리를 침해하지만 외출제한은 모든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감염사례를 하나하나 추적하지 못한다면 외출금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현재 전면적이고 강제적인 자가격리 상태에 놓여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의 시민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자유는 필연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당신은 어느 자유를 선택할 텐가?
 

이동금지령 위반 단속하는 파리 경찰 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마스크를 쓴 경찰관들이 17일(현지시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차량 운전자들의 이동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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