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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4.14 07:27 수정 2020.07.03 12:49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 실린 '코로나바이러스의 얼굴, 안면 마스크'(The Face of the Coronavirus: Face Masks). ⓒ 더 디플로매트


[기사 보강 : 14일 오전 10시 30분]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되는가?

요즈음 프랑스 사회에 돌고 있는 화두 중 하나다.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논쟁이 불거진 것이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양상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코로나19 피해가 거의 중국에 집중되던 1월 말, 아시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어권 월간 시사매체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 아시아인들의 마스크 착용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얼굴, 안면 마스크'(The Face of the Coronavirus: Face Masks). 한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지 않던 때였다. 자연히 이 질병에 대한 모든 관심이 중국으로 집중되면서 중국인에 대한 기피와 거부감, 심지어 조롱이 이어졌다.

이 기사는 신문이나 시사매체에 코로나19 관련 기사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료사진이 마스크를 착용한 아시아인이었다면서, '마스크 쓴 아시아인의 얼굴'이 코로나19 사태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미지가 코로나19를 상징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외국인 혐오, 인종 차별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롱 & 차별] "마스크 쓰면 범죄자"

문화적으로 동아시아와 서유럽은 마스크에 대한 기존 관념이 다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질병과 관련이 없어도 신분 노출을 꺼리거나 화장기 없는 얼굴을 가리고 싶어서, 또는 심지어 패션의 일부로 마스크를 사용한다. 반면 서유럽 국가에서는 이를 질병이 있거나 얼굴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인식한다. 그런데 얼굴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마스크를 착용하면 그것은 범죄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서유럽인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유럽인들은 중국에서,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소식과 함께 전 국민적 마스크 착용의 이미지를 접하고는 엄청난 공포를 갖게 됐다.

문제는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후다. 한국의 발 빠른 대처와 대대적 검사 전략으로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방역당국의 통제권 안으로 들어올 무렵, 이번에는 서유럽 국가들의 방역망이 뚫리기 시작했다. 물론 마스크 착용 여부가 모든 것을 갈라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코로나19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이 무기력해지면서 서유럽인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라도 착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번져갔다. 마스크에 대한 문화적 선입견도 질병에 대한 공포 앞에서는 희석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스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해갈 즈음 프랑스 정부는 느닷없이 마스크 판매 금지령을 내린다. 3월 초, 프랑스에서는 약국을 포함해 마스크 판매점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 착용은 의료진과 중증환자에게만 필요하고 일반인이나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다는 방역당국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이후 프랑스의 모든 신문, 매체, SNS에서는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에 대한 논박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일대에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이희훈

 
[의심 & 불안감] "마스크라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4월에 들어서면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눈에 띄는 변화가 프랑스 사회에서 감지되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대세를 이어오던 마스크 착용 무용론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방역 성공사례가 알려지고 회자되면서 마스크 착용이 항바이러스에 도움이 됐을 거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한 몫 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가 견지하는 마스크 무용론의 저의를 의심하는 전문가, 지식인들의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3월 28일 프랑스의 온라인 일간지 <꽁트르뿌앵>(Contrepoint)에 기고문을 낸 그르노블 매니지먼트 스쿨 샤틀랭 교수는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당시) 한국 정부의 대국민 마스크 공급 정책은 실수였다는 인식이 프랑스에 많았는데, 이제는 프랑스 정부의 과실과 모순적인 대응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입맛에 맞을 때만 한국으로부터 영감을 얻으려는 프랑스'(La France s'inspire de la Corée... quand ça l'arrange). 샤틀랭 교수는 "한국인들은 적절한 양의 마스크를 신속하게 제공받는다"면서 한국 국민들이 평소 마스크 착용을 하는 습관이 있는 것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필요한 분량의 마스크를 확보해 놓았다는 의미도 된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3월 28일 프랑스의 온라인 일간지 <꽁트르뿌앵>(Contrepoint)에 실린 샤틀랭 교수의 '입맛에 맞을 때만 한국으로부터 영감을 얻으려는 프랑스'(La France s'inspire de la Coree... quand ca l'arrange) ⓒ 꽁트르뿌앵

 
프랑스 정부는 아직까지 마스크 무용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미 전문가, 지식인 그룹에서는 정부가 필요한 분량의 마스크를 확보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샤틀랭 교수는 같은 기고문에서 프랑스 정부가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프랑스가 마스크를 제작 생산해 국민들에게 공급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프랑스가 한국처럼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사용하게 했다면 현재와 같이 계엄령 수준의 전면적 통행금지와 모든 상업시설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고집스런 프랑스 정부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일반 국민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10일 프랑스의 보도전문채널 LCI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76%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Coronavirus : 76% des Français estiment que le gouvernement leur a menti sur les masques de protection)
  

이동금지령 위반 단속하는 파리 경찰 프랑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마스크를 쓴 경찰관들이 17일(현지시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차량 운전자들의 이동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현재 프랑스는 대대적인 전 국민 통행금지 조치 중이다. 모든 국민은 허가 없이 집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간단한 산책과 운동은 허락되지만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시간 내에서만 허용된다. 그것도 혼자 하는 운동만 허용되고 조깅도 둘 이상 같이 할 수 없다. 식료품과 필수용품, 의약품을 사러 동네 가게나 약국에는 갈 수 있지만 역시 이동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어떠한 경우든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허가증을 소지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는 도로를 감시하는 경찰 공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논쟁 격화] 비판대 오른 '마스크 무용론'

강력한 통행금지 조치도 언젠가는 해제가 될 것이다. 그것이 4월 말이 될지 5월 중순이 될지, 5월 말까지 이어질지 현재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문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취해진 조치임에도, 이러한 극단적 조치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보장됐다고 판단할 때, 방역이 당국의 통제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판단될 때 전 국민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통행금지 해제 조치는 전염병이 완전히 사라진 후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가라앉을 무렵에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다.

프랑스 사회에서 마스크 무용론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 국민 격리가 해제되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국민들에 대한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온 국민이 갑자기 거리로 나오게 되면 적어도 마스크는 착용을 해야 하지 않을까?
 

뮐루즈 야전병원에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EPA

 
프랑스 정부의 계속되는 침묵 속에서 지식인의 마스크 무용론에 대한 비판은 이어진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에서 사회인류학을 연구하는 프레더릭 케크 박사는 라디오 방송 <유럽1>과 한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혁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쟁에 뛰어드는 지식인 그룹은 의료분야 전문가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국경도 넘어섰다. 감염학 전문가인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샤바농 교수는 4월 12일 프랑스의 한 매체와 나눈 인터뷰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위한 콘돔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역시 33년 경력의 의사 뤼도빅 지메네즈도 벨기에의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의 마스크는 에이즈의 콘돔과 같다"고 지적한다.

이쯤 되면 프랑스 정부도 답을 내놓아야 되지 않을까? 훌륭한 의료체계와 수준을 갖추고도 신종 바이러스 방역에 실패한 초기의 실수를 만회하려면 말이다. "부먹과 찍먹 사이에 고민하느니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으라"는 한 개그맨의 명언이 있다. 격리 해제 후 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논쟁할 시간에 무엇이 훌륭한 선택인지 판단해야 할 때다.
 
프랑스에는 헌법에까지 명시된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라는 것이 있다.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더라도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가상의 피해가 거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제한토록 한다는 원칙이다. 뒤집어 생각해도 같은 논리다.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더라도 그것이 막을 수 있는 효과가 거대하고 효과적이라면, 그리고 그 반대의 위험이 없다면, 그렇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13일 저녁 8시(한국시간 14일 새벽 3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전 국민 통행금지 조치를 5월 11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마크롱은 이날 발표에서 감염 확산 초기 마스크 수급의 한계 때문에 우선적 지급대상인 의료전문가들을 고려해 일반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마스크 생산 수급을 서둘러 앞으로 일반 국민들도 마스크를 지급받게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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