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9 19:23최종 업데이트 20.07.03 12:45
  • 본문듣기

미국의 경우 18일 현재 17개 주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린이 괴질이 발생해 100명 넘는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3명이 사망했다. ⓒ nbcnewyork 화면 캡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이 의심되는 어린이 질병이 미국과 유럽에서 발견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위한 백신과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종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전 세계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8일 현재(현지 시간) 17개 주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린이 괴질이 발생해 100명 넘는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3명이 사망했다고 <씨엔엔>(CNN) 등 주요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유럽에서도 지금까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에서 환자가 발생해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르 피가로>(Le Figaro) 등이 보도했다. 호주에서도 역시 같은 유형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동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되고 지구촌 전 지역에 확산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분명한 원인도 치료방법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상에 근거한 몇 가지 통계들이 유용한 정보가 되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코로나19가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2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CDC)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체 감염자 가운데 어린이의 비중은 눈에 띄게 적었다.
 

지난 2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CDC)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게재한 보고서 ⓒ JAMA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특징 및 증상: 72,314건 사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7만2314명 중 양성판정을 받은 4만4672명 가운데 10세 미만 확진자 수는 총 416명으로 1%도 되지 않았다.

어린이, 청소년 확진자는 증세도 대부분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 의료진이 영국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어린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증상은 기침(48.5%)이었고, 입과 식도가 붓는 인두발작(46.2%), 발열(41.5%) 순이었다. 조사대상 171명 가운데 중증환자는 3명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그리고 15.8%에 해당하는 27명은 무증상 감염인 것으로 보고됐다.

어린이 괴질의 코로나19 관련성

이처럼 코로나19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상대적으로 맥을 못 추는 양상이었으나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 괴질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질환을 '소아 다발성 염증 증후군(pediatric 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이라고 명명하고 이 증후군과 코로나19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5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 질환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WHO의 관련 입장을 정리해 해석해 보면 ① '소아 다발성 염증 증후군' 환자 가운데 일부가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을 보였고 ② 이 질병이 코로나19 자체에 따른 것은 아닐 수 있지만 ③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면역체계의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일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에서 발표한 통계도 그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3일 브리핑에서 "괴질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의 60%가 코로나19 검사에서, 40%는 항체 검출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대부분 환자에게서 보이는 공통된 증상은 고열과 복통, 소화불량, 피부발진, 결막염이다. 그리고 혀가 붉어지고 부풀어 딸기 모양처럼 되기도 한다. ⓒ nbcnewyork 화면 캡처

 
가와사키병과 유사점

이 괴질의 증상은 급성 염증 질환을 가져오고 심할 경우 심장 이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가와사키병과 유사하다. 실제 프랑스 방역당국이 밝힌 프랑스 사망 어린이의 사인은 심정지였다. 대부분 환자에게서 보이는 공통된 증상은 고열과 복통, 소화불량, 피부발진, 결막염이다. 그리고 혀가 붉어지고 부풀어 딸기 모양처럼 되기도 한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이 증후군의 증상은 "가와사키병과 독성쇼크증후군의 증상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고열, 구토, 설사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독성쇼크증후군과 비슷하다. 그리고 고열과 피부질환을 동반하고 특히 영유아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와사키병과 유사하다. 실제 '소아 다발성 염증 증후군' 발생 초기에는 가와사키병으로 혼동하는 일이 빈번했고, 지금도 유럽 임상 현장에서는 속칭 '비정형 가와사키병(atypical Kawasaki disease)' 또는 '유사 가와사키병(Kawasaki like)'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도 코로나19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 연합뉴스/EPA


가와사키병과 차이점

하지만 과학자들은 두 증상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가와사키병에 비해 코로나19 관련 가능성이 있는 최근의 증후군은 감염성과 심장질환 성격이 짙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기존의 가와사키병에 노출된 환자는 대부분 2세 미만의 유아층인 반면 최근의 증후군의 경우 더 성장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도 발견이 된다. 실제 영국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경우 14세의 청소년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근 발생한 질병은 코로나19와 관련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 가와사키병과 차이점이다. 최근 영국의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실린 이탈리아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의 베르가모 시에서 가와사키병으로 보이는 질병이 코로나19 창궐 이후 3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 2월 18일에서 4월 20일 사이 두 달여 동안 평균 7살 반의 아동 10명이 이 유사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던 반면, 최근 5년간의 기록을 보면 평균 3살의 아동 19명에게 유사한 진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최근 발병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유사 가와사키 증후군은 ① 코로나19 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② 발병 연령이 과거 가와사키병의 경우보다 높으며 ③ 감염성과 심장질환 성격이 더 짙다는 점에서 정형 가와사키병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성 질병 가능성

이처럼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어린이 괴질은 기존 가와사키병과 달리 (물론 가와사키병의 원인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와 연관되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 성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 감염에 의한 질병'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과정 또는 바이러스에 대한 과잉 대응으로 인해 신체의 면역체계 균형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질병'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하나의 질문이 가능한데, 최근의 어린이 괴질이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지만 아시아를 포함한 기타 지역으로도 전파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없지만 현상만으로 볼 때, 기존 가와사키병이 주로 아시아 지역에 많이 퍼졌다면 이번 어린이 괴질은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발견이 되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다. 그렇다면 유전적 영향의 가능성이 있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발생한 이번 질병의 경우 초기 발생 여덟 명 중 여섯이 흑인 아동이었다. 나머지 둘 중 한 명은 아시아인 또 한 명은 중동인. 담당 의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사망자 역시 흑인 아동이었다. 미국 뉴욕의 환자들 가운데 인종 비율을 보면 흑인 25%, 히스패닉 14%, 아시안 10%, 백인 9% 순이다. 이 자료들만 놓고 유전적 요인을 말하기는 아직은 성급한 듯하다. 사회적 요인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다만 유전적 요인도 현재 과학자들 연구실 안의 여러 열린 가능성들 중 하나라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되겠다.

마지막 질문. 이 괴질의 치료 방법은 있을까? 뉴욕 노스웰헬스의 소아과 과장 슐레이엔 박사에 따르면 이번 괴질은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생사를 운에 맡기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는 다르다"면서 이 증후군을 설명한다. 아직 한국에는 이 괴질과 관련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혹시 "아이에게서 빠른 심장 박동이 관찰되거나 열이 2~3일 이상 지속되면 곧바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슐레이엔 박사의 말은 기억해두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프리미엄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