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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6.02 08:17 수정 2020.06.02 08:17
 

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1,2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미뤄진 등교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3에 이어 27일에는 고2, 중3, 초1,2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 권우성

 
지난 수요일,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아주 일찍 일어났다.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7시 반부터 일어나 토끼눈을 하고 자기가 먼저 엄마 아빠를 깨우고 나섰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고 하니 저절로 눈이 떠졌단다. 나 역시 그 전날 잠을 설쳤다. 새벽에 거의 한 시간 단위로 깨서 시계를 확인했다. 아마 아이도 나도, 알게 모르게 긴장이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날은 역사적인 첫 등교가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학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올해 8살 난 첫째는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채 초등학생이 되어 버렸다. 어언 석 달 가량을 집에만 머물면서 "학교는 언제 가?" "코로나는 언제 없어져?" "친구들은 언제쯤 만날 수 있어?"를 반복해서 묻던 아이 입장에서는 드디어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설레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물론 개학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 5월 초, 교육부가 13일부터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개학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되어 이태원 발 확진자가 대량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자연히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어졌다. 다시 한 번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대체 언제까지 미루기만 할 것이냐는 의견까지, 여기저기 온갖 '말'들이 넘쳐났다. 나중에는 개학을 연기해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개학을 단 일주일씩만 연기했다. 본래 13일부터 등교할 예정이었던 고3이 지난 20일부터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20일이었던 초등학교 1학년의 개학은 27일로 한차례 미루어졌다가 예정대로 이행되었다. 그렇게 우리집 아이 역시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둘러싼 수많은 '말'들이 다시 한번 사방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교사들을 제일 먼저 사지로 몰아넣느냐는 반발부터 통제 불가능한 아이들 때문에 조만간 폭발적 감염이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예언까지. 심지어는 이 모든 상황이 극성스러운 엄마들 때문이라며, 교육부 장관이 맘카페 회원이라는 루머가 틀림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누구를 위한 개학인지 모르겠다는 아우성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모든 '말'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는데, 왜냐하면 논의나 불만들 대부분이 애초에 가장 중요한 대상을 제외한 채로 이야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입장 생각하기
 

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1,2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미뤄진 등교를 시작하고 있다. 교직원들이 교문에서 학생들에게 손소독제를 나눠주고 있다. 지난 20일 고3에 이어 27일에는 고2, 중3, 초1,2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 권우성

  
그렇다. 바로 아이들 말이다. 대부분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을 뿐,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아이들에게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의견들은 거의 없었다.

많은 이들이 학교를 양육기관 또는 학습기관으로만 생각하고는 한다. 그러나 사실 학교에는 부모가 일하는 시간에 아이를 맡아 지도하고 지식을 전수해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기능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사회생활'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또래집단을 통해 최초의 사회생활을 배운다. 친구와 어울리고 놀며 관계를 맺는 법, 타인을 대하는 적절한 방법을 익힌다. 이 시기 학교는 아이들이 맺는 인간관계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금과 같이 학교에 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이들로서는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석 달 간 집안에만 갇혀 있는 삶, 얼핏 생각해도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갈 것이다. 2주가량의 자가격리 기간을 참지 못하고 돌아다니다 붙잡힌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떠올려보자. 성인에게도 힘든 일인데 성인보다 자제력과 이해심이 부족한 아이들이라면 그와 같은 사회적 단절에서 오는 좌절감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특히나 학대 가정이나 방임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위기가 없다. 교육부나 정부 역시 이러한 모든 정황을 고려해서 더 이상은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몇십만 명이 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든 것을 일일이 챙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아이들의 사회생활과 정서처럼 '덜 중요한' 문제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서 말이다.
 
다만 나의 의문은, 왜 가장 마지막까지 견디고 참는 대상은 늘 가장 약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까지는 계속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텐데, 그럼 그때까지 단지 아이들만이 현재의 생활을 기약 없이 지속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회의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오직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만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타인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사회
 

함께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다녀온 교회 목사인 A씨 가족 7명 중 초등학생을 포함한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에서 해당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 및 학생 등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의문을 품으면 사람들은 이야기할 것이다. 아이들은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학교와 같은 집단생활 공간이라면 감염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사실은 나 역시 개학을 앞두고 아이를 이대로 학교에 보내도 되는 것인지 상당히 심란했다. 이 모든 상황이 엄마들 때문이라며 애꿎은 맘카페 탓을 하는 모습들도 보이지만, 사실은 맘카페 안에서도 아이들을 그대로 데리고 있고 싶다는 의견 쪽이 훨씬 더 강했다.
 
그러나 비록 단 며칠 간의 결과에 불과하지만, 지난 27일부터 등교를 시작한 아들을 비롯한 그 친구들의 경우, 8살에 불과한 어린아이들이 하루 종일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며 서로 간의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어른들 중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상당하고, 술집이며 음식점이며 매일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과 같은 때에 말이다. 과연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은 누구인지, 통제가 필요한 집단이 진정 아이들뿐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다시 아이가 개학한 첫날로 돌아가서.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에 맞추어 학교 건물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멀찍이서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든 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온 아이의 얼굴은 예상과는 다르게 아주 밝았다. 비록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생전 처음 겪는 낯선 상황에 긴장되고 불편한 하루를 보냈으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몹시 즐겁고 흥분된 표정이었다.
 
아이는 학교가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선생님을 만난 것도 좋았고, 친구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비록 모두가 따로 떨어져 앉고, 밥도 같이 먹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직접적인 친구는 사귈 수 없었지만, 어쨌든 집에 있는 것보다는 즐겁고 기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주춤하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요즘, 석 달 만에 간신히 문을 연 학교도 언제 다시 닫을지 모른다. 아이 역시 다시 한번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비록 그와 같은 상황이 닥치더라도 늘 당사자들의 마음을 잊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그들을 바이러스 취급하기 이전에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먼저 고려하는 사회, 학교 개학을 앞두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걱정하기에 앞서 석 달 간 인간관계가 단절되었던, 누구보다도 친구가 그리웠던 아이들의 사정을 먼저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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