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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7.02 09:53 수정 2020.07.02 10:49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멈춰주십시오."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이틀도 안 돼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인천공항공사가 2017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구체적인 전환 방법과 함께 실질적인 전환 작업에 착수할 것을 공표했다. 그러나 이는 '졸속'이라는 정규직 노조의 비판과,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분노한 수많은 청년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부정적 여론 확산에 당황한 정부는 해명을 내놨다. 먼저 온라인 상에서 분노를 촉발시킨 오픈채팅방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가 된 '아르바이트로 들어와 연봉 5천'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첫째, 보안검색요원은 아르바이트의 형식으로 뽑지 않고 채용 공고를 올려 뽑는다. 2개월의 전문교육 수료 및 국토교통부의 인증 평가 통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연봉의 액수다. 5000만 원이 아닌 3850만 원 정도의 연봉이라는 사실이다. 보안검색요원에서 청원경찰로 직고용 된다고 해도 동일 수준의 임금이 유지될 것이다. 꿈 같은 임금인상은 거짓이라는 얘기다. 또한 이번 직접고용 전환 대상은 '보안검색원'으로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는 '일반직'과 직렬이 달라, 일반직 신규인력 채용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채용기회 박탈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 확인된 팩트다. 그런데 여전히 쉽사리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왜곡된 진실이 문제가 아니었던가? 정부가 당황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정치권은 청년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왜곡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입장이 담겨있다. ⓒ 대한민국 정부 공식 페이스북

 
왜 그런지 차근히 살펴보자. 먼저 이른바 '인국공'은 취준생이 선망하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며,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몇 년 동안 고생하며 노력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을 전제로 하자. 처음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 개인의 노력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과 허탈함이 청년들을 감쌌다. 이것이 '정부의 이번 정책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정책이 담고 있는 대의에 동의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사회구조적 차별이 존재하는 환경을 개선시켜 결과적으로 공정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목적에도 공감한다(이는 '뿌린대로 거둔다'와 연관된 공정의 개념과 결이 다르다). 그리고 정부와 공적영역이 불가피하게 가야 할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태도나, 청년들이 가진 절박함을 소비하는 방식, 공정에 대한 열망을 다루는 방식에 화가 난다. 나 역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대응은 모두 실망스러웠으며,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가짜뉴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짜뉴스, 보수언론에 책임을 돌리며 그 뒤에 숨어서는 안됐다. 이번 사태를 두고 청년들이 '가짜뉴스에 호도돼 그릇된 판단을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면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청년층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감, 공정에 대한 개념 정립, 정책의 세심함이 부족했던 까닭이다.
 
야당은 연일 정부여당에 비판을 쏟아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크게 반대하지 않으나 '이런 방식'은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물었으나 대안은 없었다. 이번 문제에서 청년들이 제기하는 공정성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청년의 분노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에 불과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공기업 정규직', 특히 꿈의 직장인 인국공의 정규직으로 들어가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이들이 그 자리에 가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분노의 본질에 있다. '내 일자리를 당신이 뺏었다!'와 같은 편협한 분노가 아닌 불공정성에서 기인한 거대한 분노인 것이다. 이를 앞에 두고 '그게 아니다' 혹은 '너희들과 상관없다' 식의 설명은 효과가 없었던 게 당연하다.
 
공정에 대한 외침은 계속될 것… 정치권은 제대로 성찰하고 준비해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박성민 ⓒ 박성민

 
'을과 을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이 결국 무엇을 남길지 두렵다. 전쟁이 끝난 뒤 웃는 자는 둘 중 어느 '을'도 아닐 것임이 자명하다. 서로를 찌르며 저마다의 고통에 눈물 흘리고 있는 '을'의 모습을 정치권이 제대로 알고 대응했다면, 과연 지금 같은 모습으로 갈등이 번져갔을까?

인국공 논란은 시대정신과 맞닿아있다. 바로 공정에 대한 열망이다. 공정은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그래서 불공정과 편법이 판치는 세상에서 유일한 위로다. 동시에 나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로 마땅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칼이자 방패다. 공정은 이제 누구의 세상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앞으로 공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청년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정치권의 청년 일자리 정책 마련 및 개선에 대한 의지가 높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정이란 시대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청년층에 대한 이해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면, 분명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저마다의 공정이 부딪히는 혼란 속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은 정치에 있다.
덧붙이는 글 박성민님은 청년정치와글와글 편집위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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