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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7.24 12:30 수정 2020.07.24 12:30
예년 이맘때면 백투스쿨(Back to School) 광고들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에게 가방이며 신발, 학용품들을 준비시키라는 내용의 뉴스며 전단지며 이런저런 쿠폰과 광고판들로 시끌시끌한 때다. 하지만 올핸 다른 종류의 백투스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를 여느냐 마느냐, 아이들을 보내느냐 마느냐의 '목숨 걸린' 논란이다.

고소당한 플로리다 주지사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진원지로 떠오른 플로리다 주의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13일(현지시간) 마이애미의 잭슨 메로리얼 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와 그 가족들을 돕고 싶습니다. 단, 우리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플로리다 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달부터 플로리다 주에 있는 모든 학교를 열라는 주지사의 비상 명령에 교사 노조가 이의를 제기한 것. 소송을 낸 교사들은 전염병으로 안전하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개교를 명령하는 것은 플로리다 주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사들의 건강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 학교 개교 명령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내 모든 학교의 개교를 명령했다. 오는 8월부터 학교를 열고 주당 최소 5일간 대면 수업을 하라는 내용이다. 교육의 질과 학생 및 그 가족들의 복지, 플로리다 주의 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  

"당신이 월마트를 가고 홈디포를 간다면 학교도 당연히 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학교도 슈퍼마켓이나 공구점 같은 필수 업종이기에 대면 수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그 '월마트' 상속인으로 장관 지명 때부터 교육 관련 경험과 철학의 문제가 지적되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베치 디보스 교육부 장관도 강력한 학교 재개를 명령한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때 위험해진다는 어떤 데이터도 없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은 지역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플로리다 교사협회는 주정부의 조치가 무모하고 비양심적이라고 했다. 또 누구보다 플로리다 주의 전염병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분노했다.

7월 말 현재 플로리다는 코로나 전염병의 새로운 진원지(Epicenter)가 되고 있다. 중국 우환 같은 지역에 붙이던 명칭이다. 7월 22일 플로리다의 확진자 수는 38만 9440명. 백만 명당 1만 9406명으로 미국 전체 평균을 높이고 있다. 7월 13일엔 하루 확진자가 1만 2624명에 달해 뉴욕이 가지고 있던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건 플로리다의 확진자 비율이다. 11.2%로 뉴욕 2%와 현저히 비교되는 수치다. 존스홉킨스 대학팀은 플로리다의 높은 확진율은 심각한 증상자들만 검사하고 지역 사회 전염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폭증한 환자에 플로리다 중환자실의 병상 점유율은 75%가 넘어 한계 상황에 다가가고 있다.
 
플로리다가 미국 코로나 전염병의 새로운 진원지가 된 데는 주지사의 무능을 빼놓을 수 없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5월 4일 끝난 재택(Stay at Home) 명령을 연장하지 않았다. 6월 초부터는 술집과 유흥업소를 재개장했고, 마스크 착용도 미적거렸다. 4월부터 공개석상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뉴욕과 비교해 플로리다는 6월 22일에나 착용 권고가 시작됐다. 

5명 중 1명이 65세라는 인구 비율과 주민의 45%가 사망률 높은 흑인과 라틴계라는 인구 구성, 여기에 의료보험이 없는 인구가 13%나 된다는 사실이 플로리다를 코로나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 65세 노인들에게 적용되는 메디케이드(Medicaid)를 확장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코로나가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플로리다에서 학교까지 열었을 때 벌어질 헬게이트는 누가 봐도 명약관화하다. 그 최전선에 서야하는 플로리다의 교사들은 지금 그 지옥문을 잡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열어라, 트럼프의 재선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많은 나라들도 학교를 열었다. 민주당은 미국 학교들이 11월 선거전에 개교하게 되면 그들에게 불리할 거라고 생각하지. 그러나 개교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한테 중요한 문제야. 학교 문을 열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7월 8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했다. 세계적 추세인 개교를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지만 문을 열지 않는 학교엔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7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은 학교 개교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하버드와 MIT의 소송으로 일단락된 외국 학생의 비자 취소 논란도 대학들의 대면 수업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 소비와 취업률이 높아져 침체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트럼프 재선 도전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트윗 9분 후 대통령은 CDC에 대한 비난 트윗을 올린다.

"난 학교 오픈에 대한 CDC의 매우 어렵고 비싼 가이드라인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학교에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만날 거야."

CDC가 내놓은 지침에는 지역 사회에 바이러스 확산 우려 시 학생들이 밀접 접촉하는 수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학을 비롯해 모든 학교가 정상 운영되면 코로나의 급속 확산이 우려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펜스 부통령은 CDC가 곧 개교에 관한 새로운 문서를 발표할 것이라 수습했다. 데보스 교육장관은 폭스TV에 나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은 이미 성공적이고 안전하게 학교 문을 열었다고 인터뷰했다. 

이런 논란의 지속은 자연스레 세계 최고의 국립 공중보건 기관이라는 CDC 권위에 상처를 입힌다. 조지아주는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CDC 방침에 따라 학교 재개 계획을 세웠지만 대통령의 압박에 CDC가 더 이상 지침을 업데이트하지 않자 난감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측근을 제외하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에서도 재개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어떤 결정을 하든지 정치적 담론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 정보에 따라 추진해 주세요."
"행정부는 15만 명의 사망자에 무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린 1명도 잃을 순 없습니다."
"지원금을 가지고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들을 자극하지 마시오."
"교실에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면 누가 교사를 할까?" 

아직 열리지 않은 지옥문 
 

플로리다 주 탬파의 중학교 교사 브리트니 마이어스가 힐스 버러 카운티 학교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2020. 7. 16 ⓒ 연합뉴스


 
이러한 논란 속에 새 학기를 앞둔 부모들은 과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 될지 머리가 복잡하다. 학교가 열릴지 안 열릴지부터 열린다 해도 과연 안전할지, 여기에 아직도 미국 사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논란까지 가세한다. 그렇지 않아도 박봉인 교사들의 사기 문제도 있다. 이러니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냐고 한숨이다.  

플로리다 교사연합이 조사한 여론조사는 그래서 더 암울하다. 일주일에 5일씩 전통방식으로 학교를 여는 것에 대해 90% 교사가 반대했다. 39%의 교사는 유일한 선택이 학교 문을 열어 면대면 교육을 하는 것밖에 없다면 사직을 고려하겠다고 한다.   

이에 <타임>지는 이미 개학해 수업 중인 대표적인 세 나라 - 덴마크, 한국, 이스라엘 - 를 소개한다. 덴마크는 한 공간에 12명 정도의 마이크로 단위로 나눠 엇갈린 등교시간과 손 씻기, 하루 두 번의 청소, 그리고 학부모 출입금지를 실천 중이다. 다섯 번의 연기 끝에 순차 개학한 한국은 등교 시 체온 확인, 마스크 착용, 그리고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교차 진행하고 있다. 개학 후 1일 확진자 1500명을 기록해 보건부 장관의 사임까지 갔던 이스라엘의 사례도 반면교사로 소개됐다.

하지만 어떤 나라들도 확진자 세계 1위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 미국의 확진자 수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시각 7월 22일 19시 현재 확진자 수 401만 9492명, 사망자 14만 5053명. 백만 명당 확진자 수 1만 2000명. 이 모두 세계 부동의 1위다.

이런 수치들 속에 재선을 위해 학교 재개를 강행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를 보며 사람들이 말한다. "아직 지옥문은 열리지 않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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