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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8.05 18:45 수정 2020.08.05 18:45
 

김현미 국투부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공동취재사진

 
정부가 8.4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태릉골프장을 포함한 수도권 유휴 부지를 활용하고 재건축 용적률 완화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 2천 호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한 게 아니듯 잘못된 주택정책 개선 없이 공급만 확대하는 부동산 대책은 집값 상승만 부추기고 건설업계 배를 불리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은 주택 공급지를 찾으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급조한 정책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입주민의 편의와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채 주택수 채우기 위해 만들어낸 잘못된 정책에 불과하다. 정부가 발표한 신규 택지 중 가장 큰 규모인 태릉골프장의 경우 총 83만m²(전용면적 698,995m²) 규모로 1만 채가 들어선다. 그러나 이는 주택 지옥 대책이다.

정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3기 신도시 중 고양 창릉 813만m²에 3만 8천 가구, 부천 대장 343만m²에 2만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83만m²에 불과한 태릉 골프장에 1만 가구를 건설한다면 그곳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 될 것이다.

이날 경실련은 "23번째 공급 확대책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공기업, 건설업계와 함께 투기를 조장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이라며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 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하며 70%는 판매용 아파트"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폭등하는 집값이 안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의 과밀화 정책이 서울시와 마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기부채납을 통한 공공재건축을 반대하고 있고, 특히 지난 2018년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 교산동과 고양 창릉동 등 신도시 예정지마다 정부의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것에서 보듯 주민들의 반대로 언제 사업이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최적의 주택공급지
 

1호선 전철 당정역에 인접해 있는 삼성 소유의 18홀짜리 안양베네스트 골프장 ⓒ 최병성

 
여기 최적의 주택공급지가 있다. 1호선 전철 당정역 바로 옆 삼성이 운영하는 안양컨트리클럽(구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이다.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걸어서 전철을 탈 수 있는 곳, 이처럼 교통이 편리한 곳은 골프장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주택지가 더 옳다. 골프장 이용객들은 전철이 아니라 모두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18일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으로 모회사인 제일모직 가치가 부풀려졌고, 이에 따라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승계라는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활용됐다"라며 "합병비율 조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익 규모는 2조~3조6천억 원, 반대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 손실액은 3343억~6033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국민연금이 이재용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국민 사과의 의미로 삼성이 소유한 안양컨트리클럽을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부지로 기부할 것을 제안한다.
 
안양컨트리클럽 바로 옆에는 아파트 단지와 빌라들이 밀집해 있다. 시민들은 좁은 도심에서 부대끼며 힘겹게 살아가는데, 바로 곁엔 소수 몇 사람만을 위한 드넓은 골프장이 펼쳐져 있다.
 
잔디 관리를 위해 농약을 살포하는 골프장이 도심 한가운데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수도권에는 골프장이 많다. 골프장 컨설팅 전문 KS레저개발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1월 현재 전국에 467개의 골프장이 있고 그중 32%에 해당하는 148개의 골프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당정역 인근 안양컨트리클럽이 없어도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불편이 없을 만큼 대한민국은 골프장 공화국이다.   

안양컨트리클럽 외에도 토지 구입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신속하게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정부 소유 골프장들이다. 8.4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태릉 골프장 이외에도 수도권에는 정부 소유의 성남GC, 88CC, 뉴서울CC가 있다. 성남GC(1,248,680m²), 88CC(2,823,445m²), 뉴서울CC(2,947,093m²)에 비하면 태릉골프장은 698,995m²에 불과해 가장 작은 골프장에 해당된다.

수도권에 있는 정부 소유 골프장들은 입지 조건이 좋을 뿐 아니라, 토지 조성원가가 낮고, 개발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주택공급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성남 위례신도시에 있는 미국군인 골프장.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골프장이 폐쇄되어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 최병성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에 국방부 소유의 성남GC가 있다. 성남GC는 미국 군인들이 사용하던 골프장이었다. 그러나 미군부대의 평택 이전으로 지금은 폐쇄되어 있는 상태라 주택용지로 딱 어울리는 곳이다.
 
성남GC 현장을 가보았다. 정문이 굳게 닫혀 있고 정문을 지키는 경계병조차 없다. 아무도 골프장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위례신도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 미군들이 이용하던 성남GC로 인해 위례신도시가 기형적으로 개발된 측면이 있다. 성남GC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면 기형적인 위례신도시를 바로 잡는 장점도 있다.
 
국가보훈처 소유의 88CC가 경기도 용인시에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골프장 아래쪽에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서 있고, 도로 및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주택공급 적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국가보훈처 소유의 88CC가 인근 아파트단지 위에 있다. 선열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지킨 것과 도심 안 골프장은 무슨 관계일까. ⓒ 최병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유의 뉴서울CC가 경기도 광주시에 있다. 골프장 부지 인근에 경강선 전철 삼동역이 지나고 있고, 신분당선 판교역과의 거리는 두 정거장에 불과하다. 서울로의 출퇴근이 편리한 교통요지다. 
 
185조 퍼붓고도 출산율 하락
 
삼성 소유의 안양컨트리클럽을 비롯해 국가 소유의 성남GC, 88CC, 뉴서울CC를 주택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청년들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사회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엔인구기금(UNPFA)이 발표한 2020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State of World Population)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개국 중 198위라고 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생산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비생산 인구인 고령인구 비중이 늘어나 부양 부담과 복지비용이 증가하며 사회불안정과 갈등이 심해진다. 출산율 저하는 곧 국가의 위기를 의미한다.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4년간 185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출생아 수는 2011년 47.1만 명에서 2019년 30.3만 명으로 급감했고, 합계 출산율은 2011년 1.24명에서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명 이하의 출산율은 한국이 유일하다. 
 

185조 원을 퍼붓고도 출생아 수와 출산율이 더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 통계청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추진하여 1차 기본계획(2006~2010년) 때에는 약 20조 원, 2차 기본계획(2011~2015년)때는 약 61조 원, 3차 기본계획(2016~2020) 때는 지난 2019년까지 약 104조 원 등 총 185조 원을 사용했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는데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하는 청년 세대를 뜻하는 '삼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오래다. 아르바이트, 기간제,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와 사회복지 시스템 부재에서 시작된 삼포 세대가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 세대'를 거쳐 인간 관계와 미래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 세대' 라는 말로 이어질 만큼 청년층의 현실은 심각하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이 넘쳐나는데 출산 증가 대책은 주로 '촘촘하고 안전한 돌봄 체계 구축' 등 이미 결혼한 사람들의 보육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있고 자신의 노력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면 출산과 육아는 스스로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고, 쓰지 않고 평생을 모아도 작은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렵다면 결혼과 출산은 사치요, 내 한 몸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동안 정책의 우선 순위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박전자 교수는 '주거환경학개론'에서 주거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인간생활의 세 요소인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주생활은 인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주생활 안에서 의생활, 식생활이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서 자녀교육, 오락, 종교, 이웃이나 친지와의 친교 등 인간에게 중요한 생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주생활은 인간의 사회활동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 피로를 풀고 심신의 활력을 찾을 수 없다면 사회활동이 원만히 이루어지기 기대하기 힘들고, 쾌적하지 못한 주생활의 감정문제가 사회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주생활은 개인적 생활과 가족의 생활이 포함되며 이것이 전체적인 사회생활에 속하게 된다. 즉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면뿐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처럼 주생활은 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복지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나면 1억씩 오르는 주택 문제는 청년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지금처럼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생률 증가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퍼붓는다 해도 청년들의 절망감과 사회 갈등만 더 깊어질 뿐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주택문제는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가 되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급매물이 18억~19억이다. 2020.5.24 ⓒ 연합뉴스

 
유엔인권위원회는 인간의 주거권 보장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적절한 주거의 확보는 인간의 자유, 존엄성, 평등, 그리고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주거권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모든 국가는 자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

유럽의 사회주택 평균 공급률은 네덜란드 32%, 오스트리아 23%, 덴마크 19%, 스웨덴과 영국 18%로 평균 20%에 이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겨우 8%에 불과하다.
 
출산율 저하로 나라가 사라질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치유하고, 청년 세대를 위한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과감한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

도심 안 골프장 대신 공공임대주택
 
지난 4월 총선에 내건 더불어민주당의 제3호 공약이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10만 호 공급'이다. 10만 호 주택공급 공약 실행을 위한 민주당의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3기 신도시를 2018년 12월에 발표했는데 아직 토지 구입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의 8.4 부동산대책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장기공공임대 주택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역시 일부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10만 호 달성은 공약(空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정부 소유 성남GC, 88CC, 뉴서울CC와 삼성 소유 안양컨트리클럽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방 한 개(29m²), 방 두 개(45m²), 방 세 개(58m²)의 집을 짓는다면 최소 15만 호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다. 특히 성남GC, 88CC, 뉴서울CC는 국가 소유 토지이기에 합의만 되면 지금 당장 공사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청년·신혼부부 주택 10만 호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태릉 골프장에 일반 분양 주택 대신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좁은 토지 면적에 과밀화로 인한 주택 지옥과 교통 지옥을 피할 수 있고, 충분한 공원녹지도 확보할 수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정부 소유의 골프장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집을 짓는다면 15만 호 이상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 최병성


그린벨트로 지정된 태릉골프장을 들어 골프장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그린벨트 훼손이라며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뿌리는 농약은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등이 약 261 종류에 이른다. 환경부 2016년 12월 27일 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5년 전국 504개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은 530t으로 단위면적당 사용량이 18.6kg/ha이다.

골프장에 뿌려지는 농약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그리고 환경을 위해 도심 안 골프장 대신 청년·신혼부부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지금처럼 찔끔찔끔 끼어넣기식이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과감한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 다음 기사에서는 도심 안 골프장 농약 사용 문제를 다룹니다.)
 

골프장에 뿌려지는 농약의 종류와 00골프장에서 사용 후 모아놓은 농약통 ⓒ 최병성.박성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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