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 20:07최종 업데이트 20.09.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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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7천명이 발생한 9월 2일, 프랑스의 한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태연히 점심식사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 목수정

 
9월 2일, 프랑스의 코로나19 1일 확진자 수가 7017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수가 천단위를 넘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그래프가 자라기 시작한 것은 약 1개월 전부터다. 수개월간 백단위에 머물던 확진자 수의 위협적 증가는 세상을 발칵 뒤집을 듯하나, 민심의 동요는 이 숫자만큼 크게 요동치진 않는다.


프랑스에선 확진자 수와 함께 병원에 입원한 사람 수, 중환자실 환자수를 함께 발표해 왔는데, 확진자 수가 거센 파도처럼 높이 치솟는 것과 달리 후자의 두 숫자에는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4월 15일, 코로나19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선 파리에서만 3281명의 환자가 중환자실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9월초 그 숫자는 41명으로 줄었고 프랑스 전역에서도 두 달째 400명 선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갑자기 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가에 대한 답은 늘어난 테스트 횟수에 있었다. 9월 1일, 초중고교 및 대학교의 개학과 바캉스를 떠났던 직장인들의 복귀를 앞두고, 정부는 1주일에 100만 명을 테스트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도시 위주로 코로나 테스트 수를 확대해 나갔다. 이는 3월 중순에 비하면 2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과거엔 자각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주치의를 통해 처방전을 받는 절차를 거치거나, SAMU(응급의료센터)를 통해 필요가 충분히 입증된 사람들만 테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8월부턴 자각증상이 없어도, 처방전을 갖지 않아도 받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하고, 테스트 받는 장소도 다원화 했다. 테스트를 받은 사람 중 3-4%가 확진을 받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각별한 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들이었다. 

8월 27일 카스텍스(Castex) 총리는 코로나19가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경고하며, 21개 지역을 위험 지역으로 구분하고, 11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상용화할 것, 식당과 바 등의 영업을 밤 11시까지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9월 1일로 예정된 개학은 변동 없이 시행되었고, 3-5월에 실시했던 이동제한 조치는 검토되지 않았다.

같은 날, 코로나에 대한 상반된 시선 

총리가 코로나 대응책을 발표하던 시간, 마르세이유에서는 디디에 하울(Didier Raoult) 교수의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그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여 전국적인 유명세와 지지를 얻은 스타 의사다.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2위에 뽑히기도 했고,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보건부 장관과 하울 박사 중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를 묻는 설문에서 프랑스인들이 보건부 장관보다 더 높게 신뢰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디디에 하울 교수 프랑스 정부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초기 코로나19 환자들을 클로로퀸으로 치료하여 기록적으로 낮은 치명률(0.4%)로 환자들을 치료한 화제의 의사. ⓒ EUROPE1 방송 캡처

 
마르세이유의 신임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동반한 자리에서 진행된 그의 기자회견은, 총리의 그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가 전한 내용의 핵심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이제 그 공격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에는 2가지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데, 현재 많이 돌고 있는 것은 3-6월에 돌던 것과 다른 약화된 바이러스여서 과거에 보이던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도 없고, 죽을 염려도 낮다는 것이다.

그는 그 실례로 6월 15일부터 8월말까지 그가 일하는 마르세이유 감염전문 대학병원(800명의 의료 인력이 근무하는 대형감염전문 병원)에서 치료한 1628명의 코로나 환자 가운데 사망자는 단 1명(0.06%의 치명률)뿐이었고, 고령의 환자였던 그의 사망에서 코로나가 차지한 비중은 사실상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금까지 그의 병원에선 4676명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해 왔는데, 그 중 19명이 사망했다. 치명률 0.4%다. 이 또한 현재 프랑스 전체의 코로나 치명률 10.46%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치다. 프랑스 전체의 치명률과 그의 병원에서 드러나는 치명률이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가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초기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 두 개의 약에 있다.

디디에 하울은 코로나 유럽 상륙 초기시점인 지난 3월, 하이드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이라는 두 개의 약을 통한 처방이 코로나 초기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발표를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발표는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거나 부작용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의료계 내에서도 극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치료제로 두 약을 처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반발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졌다. 결국 행정법원의 위법 판결 결정 이후, 정부는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에 대해서만 투약할 수 있도록 지극히 제한적 사용만을 허가 했다.

코로나19 관련해 소집된 대통령 산하 과학위원회의 11명의 위원 가운데 1인이었던 디디에 하울은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반발해 더 이상 과학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그 효능을 확인한 처방대로 환자들을 계속 치료해 왔다.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실수가 있는가"

정부와 하울 교수 사이에 벌어진 논쟁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의학계와 국민여론도 양분시켰다. 하울 교수를 오만한 돌팔이라 맹비난하는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의 편에 서서 정부에 맞서는 의사들도 있다.

정부가 보건위기 관리에서 드러내온 치명적 과오들을 낱낱이 지적해온 감염학 전문의 크리스티앙 페론(Christian Perronne) 교수는 하울 교수의 강력한 우군이 되어 클로로퀸 사용을 적극 지지하고, 코로나 위기관리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적해왔다. 그의 정부 비판을 담은 책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실수가 있는가? Covid19: 무능과 오만의 환상적 결합>은 6월에 출간되어 이미 10만권 이상 팔려나간 상태다.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실수가 있는가? Covid19: 무능과 오만의 화려한 결합> 크리스티앙 페론 교수가 쓴 책으로, 마크롱 정부의 코로나 정책 실정을 조목 조목 지적해 두 달 만에 10만부가 팔렸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하이드로클로로퀸을 코로나19의 치료제에서 배제했던 과학위원회의 결정은 보건위기 관리에서 실제로 아무런 경험도 없는 나머지 10명이 대형제약회사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국민생명을 희생시킨 결과라 지적하고 하이드로클로로퀸을 주치의들이 처방할 수 있게 했다면, 적어도 2만 5천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8월 들어 뒤늦게 무증상자들에게까지 테스트를 강화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무 필요 없는 짓"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15년간 과거 정부에서 정부의 보건의학 자문위원을 역임해온 바 있는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하울 박사가 관찰한 바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이상 공격적이지 않은 상태에 돌입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앙 페론 교수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실수는 무엇인가 : 코비드 19, 무능과 오만의 환상적 결합>이라는 저서를 통해 마크롱 정부의 코로나 방역 실패를 신랄하게 지적한 프랑스의 감역학 전문의 ⓒ TF1 방송 캡처

 
왜 지금, 주 100만 명씩 테스트 하나

대부분이 무증상자라 해도, 하루 7천명이라는 확진자 수가 활자화 되어 눈 앞에 뜨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긴장감을 야기한다. 프랑스 정부는 왜 정작 테스트가 절실히 필요했던 3-4월엔 테스트를 최소화하다가 이제 와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여기에는 정부가 결코 확인해 줄 수 없는 몇몇 가정들이 있을 뿐이다.

페론 박사는 정부가 값싸고 효과적인 치료약 클로로퀸을 제외했던 것과 같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가정한다. 소위 빅 파르마(Big Pharma)라고 불리는 초대형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고, 이미 빅5들은 70억의 지구촌 코로나 백신 시장을 자기들끼리 분할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제 와서 코로나19가 더 이상 백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약화된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백신개발을 위한 투자가 허사가 되므로, 정부가 그들의 이해를 반영하여 공포를 지속시키고자 한다는 논리다.

또 다른 의사는 90개가 넘는 고소장이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정부를 향해 날아든 상태에서 정부가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위험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 유럽연합이 마련한 Covid19 재난기금(1.8조 유로, 한화로 약 2430조원)에서 좀 더 유리한 비율을 배분받기 위해 확진자 숫자를 부풀리고 있다는 가정이 나오기도 한다.
 

3월부터 7월까지의 프랑스 사망자 통계 전체사망원인을 종합한 3월부터 7월 사이의 프랑스 사망자 통계에서 2020년(노란) 3월중순부터 4월말까지 치솟던 사망자 수는, 5월 이후 평년 수준을 되찾았고, 7월들어 오히려 하강하고 있음을 보인다. ⓒ INSEE(프랑스 통계청)

 
좀 더 멀리서 상황을 바라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통계청(INSEE)이 제공하는 모든 사망원인을 통틀어 집계된 사망자 숫자를 보면, 2020년 3월 15일부터 4월말까지 사망자 수는 예년에 비해 높이 치솟았으나, 5월에 들어서며 평년 수준을 되찾았고 7월부터는 오히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5월부터 7월 20일까지의 사망자 수는 2019년에 비해 1%, 2018년에 비해선 3%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역병이 기승을 부리며 대량의 인명을 앗아가는 시기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과 다른 병과 코로나19를 함께 갖고 있다가 사망한 사람들이 모두 코로나 사망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얼마만큼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전체적인 사망자 통계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의 5월, 6월 사망자 통계를 보면, 오히려 2020년의 사망자는 평년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집계된다. ⓒ INSEE(프랑스 통계청)

 
방역에서 철저히 실패하며 불신을 자초한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프랑스 국민들은 믿고 따르기보다 조목조목 의심하고 분석하고 확인한다.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의 참패와 에콜로지 정당들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명백히 표현된 바 있다. 바이러스의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정부의 무능과 그것이 제시해준 미래의 길은 더욱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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