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4 07:51최종 업데이트 21.03.0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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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역의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 건설이 추진되는 일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자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교인들의 모임으로 인해 거리 혼잡과 주차 문제, 소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다중 집합시설이 주택가에 건설될 때 발생하는 흔한 갈등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황은 사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구청에 탄원서를 내고 급기야 같은 주장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며 이상하게 흘러갔다. 종교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여기에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하는 상황을 지금껏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청원의 내용 또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주거밀집지역에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사원 건설을 반대하며 해당 지역이 '초등학교도 같이 있는 동네'인 점을 굳이 언급했다.

또한 이 청원에는 '지역주민과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같이 공존하는 곳에서 이슬람사원의 홍보의 극대화, 사회무리(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의 걱정으로 인해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국민 청원 요건 위배를 이유로 현재 이 내용은 관리자에 의해 수정되었다). 여기에 해당 사안을 다룬 <경향신문>의 보도에서 한 지역주민은 '무슬림은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구청의 건축허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 사회의 이슬람 거부감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 ⓒ envatoelements

 
말하자면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다중 집합시설이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이슬람 사원 건설을 반대하지 않았다(사실 건설 예정이었던 이슬람 사원은 이런 우려가 생길만큼 규모가 크지도 않았다). 이들에게 무슬림은 '초등학교' 옆에 두기에 껄끄러운 이웃이었으며, 이슬람이란 결코 홍보되어서는 안 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종교였다.

이와 같은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은 한국 사회에서 그리 낯설지가 않다. 2016년 발표된 '한국인의 아랍, 이슬람 이미지 및 관련 언론보도 인식연구'에 따르면 아랍, 이슬람을 생각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떠올린 이미지는 '테러·전쟁·분쟁'과 같이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들이었다. 

또한 몇 년 전 불거진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여론도 역시 같은 원인을 일부분 공유하고 있다. 2018년 보도된 <시사저널>의 기사 '이슬람, 테러, 강간… 난민 향하는 우리의 민낯'은 예멘 난민 소식이 실린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 4만 7000여 건을 분석했는데,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 표현이 이슬람이었으며 여자, 테러, 범죄, 강간과 같은 단어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이슬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결과였다.

후에 '부적절한 표현'을 이유로 삭제되었으나 그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슬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오해와 편견
 

이슬람교도인 한 아이가 모스크에서 기도 드리는 모습. ⓒ envatoelements


이와 같은 인식은 이슬람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에서 출발한다. 가령 사람들은 이슬람이라 하면 폭력적인 키워드를 먼저 연상하지만, 이슬람은 그 무엇보다 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종교다. 생명을 살해하지 말 것,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구할 것은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도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또한 일부 무슬림들이 종교 때문에 여성을 억압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후대의 이슬람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이슬람이 존재하기 이전에 만연했던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코란과 하디스(무함마드가 말하고, 행동하고, 다른 사람의 행위를 묵인한 내용을 기록한 책으로 이슬람에서는 코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에는 성평등한 가치를 명확하게 언급하는 구절들이 존재하며 초기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들이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역사도 있다.

다만 후대의 학자들이 가부장제에 매몰된 시선으로 경전을 해석하며 성평등한 가치가 퇴색되어 버린 측면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 해석 자체를 이슬람의 본질로 오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슬람 페미니스트인 아스마 바를라스는 자신의 책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이슬람을 공부할 때 종종 텍스트와 문화와 역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코란과 탑시르(주해)를 혼동하고, 이슬람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가부장제 및 억압적인 무슬림 국가의 관행들을 혼동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은 사실이라 보기도 어려우며 이슬람이라는 종교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주로 떠올리는 공격적이며 여성을 억압하는 무슬림들은 이슬람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국가의 정치적·외교적 상황 때문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이슬람을 대표하는 얼굴이라 보기도 어렵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18억 명으로 추산되며 우리가 이슬람의 근거지로 흔히 생각하는 중동 이외에도 다양한 대륙과 국가에 이들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든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리를 왜곡하는 사기꾼이나 시대적 맥락에 따라 경전 읽기를 거부하는 근본주의자들은 마찬가지로 어느 종교에나 존재한다. 이들 또한 여론을 호도하고 소수자를 억압하며 비뚤어진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 문제'는 이슬람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정의구현'으로 혼동되는 약자에 대한 폭력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러 종교들 중 유독 이슬람에 대해서만 '완전히 몰아내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버리자'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앞서 언급했듯 '문제'가 있는 종교는 이슬람뿐만이 아님에도 말이다.

예를 들어 목사들의 성범죄를 비롯해 교회에서 개신교인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고, 교단의 지도자들이 여성혐오적이며 차별적인 발언을 설교랍시고 떠들고(이 발언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사회가 그리도 반대하는 그 '무슬림'들의 이야기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이들이 정치인과 야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혹은 헌금을 두고 엄청난 비리를 저질러도 사람들이 개신교에 보이는 가장 최대치의 반응은 '경멸' 정도이다.

하다못해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이 속출하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이를 빌미로 교회의 신축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거나 위험한 개신교를 완전히 뿌리 뽑거나 신자들을 몰아내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교회가 가진 힘과 권력 때문만도 아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기독교인을 무슨 수로 한반도에서 몰아낼 것인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이슬람 사원 건설을 반대하고 무슬림 난민을 추방하려는 이유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의 생각에) 그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무슬림이란 난민처럼 근거지를 상실했거나 대학에서 열렬히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처럼 잠시 스쳐지나가거나 혹은 (실제와 달리) 그저 한줌 소수에 불과하다. 철저한 외부인 혹은 마음만 먹으면 들어서 국경 밖으로 내다버릴 수 있는 작은 집단. 무슬림을 '청정사회의 불순물'처럼 여기고 이들을 막거나 쫓아냄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이러한 인식이 없는 이상 생길 수가 없다. 쫓아내고 막을 수 있는 존재에게 그렇게 하겠다는 것. 이는 이러한 행동에 저항할 힘이 없는 집단에게 그 일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누구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증폭하여 재생산 하거나 혹은 한국 사회가 무슬림들과 공존할 여지를 싹부터 잘라버린다. 누구도 이슬람이 정말로 위험한지 문제가 있는지 알고자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을 영원히 변치 않을 '악의 축'으로 만들며 몰아내야 할 변명거리만 차곡차곡 쌓는다. 이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무지만큼이나 아주 심각한 문제다. 사람들이 약자에 대한 폭력을 정당한 권리행사나 '정의구현'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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