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6 07:06최종 업데이트 24.01.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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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러 가기 겁난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신선식품 지수 동향에 따르면 2년 사이 장바구니 물가가 25% 가까이 올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나라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2024년 신년특집으로 세계 각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소개하는 '글로벌 공동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통계수치에서는 담지 못하고 있는 생생한 실물 경제의 명암을 공유하려고 합니다.[편집자말]
'요람에서 무덤까지 코카콜라!'

아이가 태어나 '엄마', '아빠' 다음으로 익히는 말이 '코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나라, 멕시코 이야기다. 작은 고마움을 표할 때,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코카콜라 한 병이 충분한 마음의 표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코카콜라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코카콜라를 마신다. 미취학 아동 열 명 중 일곱 명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이른 아침 직원회의에 들어가도 커피 대신 코카콜라가 나온다. 가난한 누군가의 장례식, 정말 나눌 것이 없을 때에도 코카콜라는 있어야 한다.


어지러울 때,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혈압이 떨어졌을 때, 머리가 아플 때, 감기에 걸렸을 때, 기침을 할 때, 이 나라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신다. 이쯤 되면 신비의 묘약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맵고 짠 멕시코 음식에 코카콜라는 영혼의 단비다.

평균 가계소득의 10%를 코카콜라 소비에 쏟아 붓는 나라. 정말 지극한, 아니 지독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코카콜라 가격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빅뉴스다. 지난해 11월 14일 코카콜라 가격 인상 소식이 거의 모든 언론의 톱뉴스로 전해졌다. 코카콜라 600㎖ 한 병 가격이 기존 17페소에서 18페소로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환율 기준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360원이다. 미화 1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1억 3천만 명에 달하는 멕시코 전체인구 중 한 사람이 1년에 마시는 코카콜라의 평균 소비량은 164리터. 성인 인구로 한정한다면 소비량은 훨씬 많아진다. 어쨌든, 통계에 의하면 멕시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루에 약 440㎖의 콜라를 마시는 셈이다. 4인 가족이라면 하루에 50페소 이상을 코카콜라에 소비한다. 한화 4000원 정도다.

멕시코 4인 가족의 식비
 

멕시코 정부가 집권 이후 최근 5년 간 멕시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구매력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2018년 당시 하루 최저 임금으로 프리홀 3kg, 혹은 계란 3.5kg, 혹은 또르띠쟈 6.5kg을 살 수 있었던 반면, 2023년에는 프리홀 5kg, 계란 4.6kg, 혹은 또르띠쟈 10.2kg을 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 정도는 하루 8시간을 일하고 계란 4kg(대략 60개)을 살 수 있을 뿐이다. ⓒ 멕시코 정부

 
기왕 계산이 시작되었으니 우리 마을 흔하디흔한 후안 곤살레스의 하루도 계산해보자. 그는 아내 마리아 산체스, 그리고 미성년 두 아이와 함께 산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건축 현장을 돌아다닌 세월이 오래인지라 거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닌다. 전기도 고치고 수도도 고치고. 집의 이곳저곳 어지간한 곳은 다 고친다. 나름 인기맨이다. 작은 일이라도 하나 맡길라 치면 기본 일주일은 대기해야 한다.

그의 아내 마리아 산체스는 잡화점에서 일한다. 아침 여덟 시 반에 출근해 오후 세 시에 퇴근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쉰다. 남편 후안이 하루에 버는 돈은 대략 300페소(한화 2만2800원). 아내 마리아가 버는 돈은 하루에 200페소(한화 1만5200원)다. 2023년 멕시코 하루 최저임금이 207페소(한화 1만5500원)이니 후안은 최저임금을 훌쩍 넘어서고 마리아는 최저임금에 살짝 미치지 못한다.

멕시코 경제활동 인구 5130만 명의 47%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자임을 감안하면 후안이나 마리아의 소득이 썩 나쁜 편은 아니다. 참고로 멕시코 교사들의 급여 평균은 7500페소다. 택배기사 급여는 7200페소 언저리다. 대졸자 초임과 은행 창구직원의 평균급여는 8410페소이다.

그러니 후안이 한 달에 25일을 일한다면 교사 혹은 택배기사와 비슷한 수준, 그리고 대졸 사원이나 은행 창구 직원보다는 조금 낮은 소득을 얻는 셈이다. 마리아의 소득은 우리학교(주립대학교) 비서직 종사자들이 받는 수준의 급여쯤 되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둘이 맞벌이를 하고 있고 부양해야 할 아이가 둘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마을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출퇴근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른 새벽, 날이 밝으면 후안의 큰아이가 마을 코카콜라 집으로 간다. 그 곳에서 1.5리터 혹은 2리터 정도의 코카콜라를 산다. 이 때 35페소가 지출된다. 그리고 토르티야 가게에 들러 1㎏의 토르티야를 산다. 다시 23페소가 지출된다. 이 두 가지를 사는 데만 부부 하루 소득의 10% 이상이 사라진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토마토는 우리나라 김치와 같은 것이다.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멕시코 소스의 주재료가 토마토다. 여전히 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토마토를 불에 구운 뒤 매운 고추와 함께 돌확에 갈아 소스를 만든다. 토르티야는 이미 가게에서 사먹는 가구가 대부분이지만, 소스는 여전히 집에서 만드는 편이다. ⓒ 림수진

  
아침은 최대한 간단하게. 여느 흔한 멕시코 가정에서처럼 코카콜라와 토르티야와 달걀요리가 전부. 멕시코식 오믈렛으로 한다면 계란 8개(500g, 28페소), 양파 하나(5페소), 토마토 2개(5페소), 고추 하나(0.3페소), 식용유(2페소)가 추가될 것이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해도 40페소가 지출된다. 앞서 산 토르티야와 코카콜라를 포함하면 벌써 부부 합계 소득의 20%가 지출된 셈이다. 물론 물 값과 가스비와 전기요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침으로 먹고 남는 음식이 있다면 엄마 마리아가 자신의 도시락으로 챙긴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는 점심값을 챙겨준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에서는 초등학교에 한해 최소 비용(1인당 10페소, 한화 750원)으로 학생들에게 아침 간식과 점심을 제공한다. 밖에서 먹으려면 최소 70-80페소는 줘야 하는 정도의 양과 질이다.

엄마의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멕시코 사람들의 특성 상 맹물에 음식을 먹을 수는 없으니 출근길에 코카콜라 한 병을 더 살 것이다. 원래 17페소였는데 최근에 올라서 18페소. 다시 부부 합계 소득의 8%가 엄마와 아이들 점심값으로 지출된다.

이미 부부 합계 소득의 30% 정도가 지출되었다. 아빠 후안의 점심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식구들은 저녁도 먹어야 한다.
 

우리마을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없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매주 토요일 오후 장이 선다. 마을에 있는 모든 가게들이 이곳에 물건을 내 놓기에 한 곳에서 한꺼번에 장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물론, 도시의 대형마트보다는 저렴하지만 최근 모든 값들이 껑충껑충 뛰고 있어 자꾸만 장바구니가 가벼워진다. 흔한 치즈도 예전처럼 흔전만전 먹을 수가 없다. ⓒ 림수진

  
아빠 후안의 점심은 복불복. 운이 좋으면 일을 하러 간 집에서 간단하게나마 간식 혹은 점심을 내 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인심은 더 박해졌다. 그렇다면 멕시코에서 가장 흔한 길거리 음식, 타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타코는 길거리 음식임에도 어지간해선 후안의 가족이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되어버렸다.

하나 당 10페소 아래쪽이었던 가격들이 슬금슬금 올라가는가 싶더니 15페소 선도 넘어선 지 오래다. 네 개만 먹어도 60-70페소, 거기다 코카콜라가 빠질 수 없으니 한 명 당 얼추 90페소쯤 지불해야 한다. 매일 본인 점심으로 하루 가계 소득의 20% 가량을 지출할 수는 없다. 결국 가장 저렴한 볼리조(멕시코식 바게트빵, 16페소)와 삶아 으깨 기름에 볶은 프리홀 한 컵(16페소), 거기에 역시나 코카콜라 600㎖ 한 병(18페소), 합 50페소. 가장 저렴한 선택을 해도 본인의 점심 한 끼로 부부 합계 소득의 10%가 지출된다. 물론, 저렴한 대신 부실해 매일 먹기는 힘든 음식이다.

중산층 수준 부부 1일 소득의 80%가 식비로
 

내가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는 대형 마트나 슈퍼가 없다. 마을 곳곳의 작은 가게들에서 생필품을 조달한다. 닭은 닭집에서 치즈는 치즈집에서 고기는 고기집에서 사는 식이다. 다만 매주 토요일에는 마을에 장이 열린다. 마을 각 가게 주인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한 군데 모아 놓고 파는 식이다. 지난 토요일 나는 마을 장터에서 토마토 열 개, 오렌지 네 개, 양파 아홉 개, 당근 여섯 개, 사과 여섯 개, 호박 두 개, 바나나 다섯 개, 파파야 반 통, 포도 1kg을 샀다. 내가 계산한 돈은 289페소다. 그 중 절반(140페소)가 포도 값이었다. 멕시코에서 포도는 매우 비싼 과일이다. ⓒ 림수진


중간에 간식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이른 저녁이 되어 식구들이 모일 때까지 부부 합계 소득의 40%가 오직 식비로 이미 지출되었다. 저녁은 그래도 아침이나 점심보다는 나아야 할 텐데, 부부에겐 이제 300페소(한화 2만2800원)의 돈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날이 제법 쌀쌀해진 요즘 닭수프라도 끓여 먹으면 좋으련만, 2㎏ 기준 닭 한 마리 값이 150페소(한화 1만1400원)를 넘어섰다. 고기 중 가장 만만한 게 닭인데, 이젠 닭도 맘대로 사 먹기 쉽지 않다. 닭수프를 끓이자면 쌀, 마늘, 양파, 토마토 등을 사야하기에 적어도 200페소는 써야 한다. 물론, 여기에 전기료와 가스값은 포함되지 않는다.

맘 크게 먹고 저녁은 닭수프를 끓인다. 저녁을 먹고 나면 부부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일을 하며 벌어온 돈 중 100페소가 남는다. 일요일엔 일을 하지 않기에 하루에 100페소 정도는 일요일을 위해 모아둬야 한다. 하루 번 돈 80%를 일용할 양식으로 지출하고 20%를 남기는 셈이다.

후안과 마리아 부부가 한 달에 25일을 일하고 버는 돈은 1만2500페소(한화 95만원), 2023년 멕시코 중산층의 가계소득 기준이 1만4500페소(한화 110만원)에서 시작되니, 약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멕시코 도시에서 절대빈곤선 기준이 1인 한 달 소득 2225페소(17만원), 그리고 빈곤선 기준이 4415페소(34만원)이니 마리아와 후안의 경우 결코 빈곤층이라 할 수 없다. 둘의 소득을 합하면 교사, 은행 창구 직원, 대졸 신입사원, 택배 기사들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가계 소득의 80%를 식료품 지출로 사용한다. 주거비나 의복비 혹은 교육과 여가는 이들의 지출 항목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멕시코는 최저임금이 두 지역에 차등으로 적용된다.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의 최저임금은 나머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23년 최저임금의 경우 국경지역 최저임금은 312페소, 나머지 지역은 207페소였다. 2023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20%였다. ⓒ 멕시코 정부

  
지난 5년 간 멕시코 최저임금은 매년 20% 이상 상승하여 총 235% 증가했다. 2018년 현 대통령 취임 당시 88페소이던 1일 최저임금은 2023년에는 207페소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 멕시코 사람들의 삶이 후안과 마리아 부부처럼 한 치 여유도 없이 팍팍한 것은 물가도 같이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멕시코의 물가상승률은 평균 8%를 상회했다. 물론 공식 통계치다. 실제 삶에서 느끼는 상승폭은 더 거세다. 2013년 토르티야 1㎏ 가격이 10페소를 상회했을 때 멕시코의 모든 언론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작년에 20페소를 넘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23페소. 물론, 세상은 망하지 않았고 토르티야 가격만 유유히 올라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이 '사치재'가 되어버렸다. 그 중 단연 으뜸은 빵이다. 지난 3년 사이 가격 상승률이 50%에 육박한다. 아무리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가 주식이라고 하지만, 빵 역시 소비가 큰 편이다. 1인당 연간 34㎏을 소비한다(우리나라는 약 7.5㎏이다). 그러니 빵 소비에 대한 지출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단품 빵 하나에 6페소 혹은 7페소 하던 가격이 10페소를 넘어섰다. 몇 해 전 6페소 하던 빵 값을 7페소로 올린 뒤 밤이 늦도록 도무지 빵이 팔리지 않아 다시 가격을 내렸던 마을 빵집의 2023년 빵 한 개당 가격은 11페소였다.

하루 24시간 31분을 일해야 하는 밑지는 삶
 

오렌지 9개, 토마토 10개, 양파 7개, 사우어크림 작은 컵 하나, 치즈 500g, 계란 500g (8개), 작은 빵 4개, 바나나 9개를 사고 치른 가격이 360페소였다. 사과, 포도, 파파야 등과 같은 과일이 있지만, 사람들은 예전처럼 쉽게 과일을 사지 않는다.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같이 간 이웃이 그랬다. 요즘 같으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라고. ⓒ 림수진

 
지난 주말, 마을에 장이 섰을 때 같이 장을 보러 나선 이웃은 돈이 훨훨 날아간다며 연신 툴툴거렸다. 오렌지 9개, 토마토 10개, 양파 7개, 크림 작은 컵 1개, 치즈 500g, 빵 4개, 계란 500g, 바나나 9개를 사면서 그녀가 치른 값은 360페소였다. 혼자서도 거뜬히 들 수 있는 양인데 360페소라니. 불과 2-3년 전만 해도 장에서 200페소만 지출해도 장바구니는 혼자 들고 오지 못할 만큼 무거웠다. 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비싸!'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일단 채소는 사되, 과일 사는 것을 포기한다고 했다.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만 먹는다고 했다.

결국 자급의 정도를 서서히 올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다행히 내가 사는 이 작은 시골 마을에는 채소와 야생 과일들이 흔한 편이다. 닭과 계란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토르티야와 코카콜라. 아무리 옥수수가 풍년이라도 결국 토르티야의 가격 결정에서 소비자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하루에 10억 장 이상 팔리는 토르티야에 대한 영향력은 이미 소비자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25페소든, 30페소든, 정해진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멕시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의 기조는 ‘적절한digno’ 수준의 임금 회복이다. 현 정부가 집권을 시작한 2018년 88페소였던 최저임금은 임기 마지막이 될 2024년에 멕시코 국경 지역의 경우 374페소, 나머지 지역은 248페소로 상승하였다. 6년 간 280% 이상 상승하였지만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물가 상승이 원인이다. ⓒ 멕시코 정부

 
예전에 비해 세상은 더 발전했다고 하는데, 삶은 더 팍팍하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에서 행한 연구에 따르면 1987년에는 하루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자들을 구하기 위해 4시간 53분 만 일하면 되었다. 이후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2006년에는 13시간 17분, 2015년에는 20시간 38분, 그리고 2016년에는 23시간 53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하루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고 나면 겨우 7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더 슬픈 사실은, 급기야 2017년에는 24시간을 넘겨버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하루 24시간을 살기 위해 24시간 31분을 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다. 아이러니다. 하루하루 살수록 밑지는 삶이다. 슬픈 현실이다.
 

아!! 맥주. 코로나 맥주. 멕시코 사람들이 가장 만만하게 마시는 코로나 맥주. 355ml 여섯 캔을 한 다발로 묶어 파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절 자가 대피하는 와중에 전국적으로 맥주 소비가 급증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자 정부가 맥주 생산을 중단하고 금주령을 내렸었다. 그 와중에 맥주 가격이 폭등하여 한 캔 당 10페소 미만이던 값이 14페소를 넘겨버렸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도 막을 내리고 금주령도 해제되었는데, 맥주 값은 여전히 그 시절 값이라는 것이다. 한 번 오른 물건 값은 절대로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시절, 더 오르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 림수진

    
코로나바이러스야 그렇다 쳐도, 대관절 지구 반대편 나라들 사이의 전쟁이 왜 당장 내 밥상을 한없이 초라하게 하는지, 내가 사는 이곳 멕시코의 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1990년대 이미 30%를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경험해 본 바, 최근의 8% 정도는 견딜 만하다. 물론, 기꺼운 일은 아니다. 그냥 바짝 엎드려 견디는 거다. 그나마 술이 위로일 텐데, 코로나 시절 금주령과 함께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올랐던 맥주는 코로나와 금주령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참 희한하다.

맥주야 안 먹고 견딘다 치지만, 토르티야와 토마토와 양파와 계란과 붉은 콩을 안 먹고 어찌 견딜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멕시코의 흔하디흔한 후안과 마리아들은 어쩌면 이미 그들 하루 소득의 100% 이상을 오직 먹고 사는데 쏟아 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고도 어쩌면 2%가 부족할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24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는 현실이라니, 아직 살지 않은 미래를 담보 잡지 않는 한 도무지 살 수 없는 삶이라니, 아무리 봐도 이 나라 숱한 후안과 마리아들이 공상과학 소설 속 주인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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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림수진의 안에서 보는 멕시코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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