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14 14:38최종 업데이트 24.02.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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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방향). 2024.2.8 ⓒ K-휴게소

  
참 희한한 방식의 휴게소 입찰이 진행됐습니다. 2월 2일 입찰공고로부터 2월 7일 운영업체 선정까지 단 5일 만에 휴게소 입찰이 완료됐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서울방향) 휴게소와 청주-상주고속도로의 화서휴게소가 그 대상입니다.  


안성(서울방향) 휴게소와 화서휴게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175억 원과 96억 원으로 두 곳 모두 이익이 많이 나는 알짜배기 휴게소입니다. 특히 안성(서울방향) 휴게소의 매출은 전국 임대 휴게소 5위로 모든 회사가 탐내는 A급 중에서도 A급 휴게소입니다. 

한국도로공사의 공식 입찰사이트(https://ebid.ex.co.kr/)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입찰공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입찰이 진행된 것일까요? 입찰공고를 하지 않고 도로공사가 특정 회사들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 제목은 휴게소 임시운영 입찰공고입니다.
 

한국도로공사 휴게소 입찰공고 안성(서울)휴게소, 화서휴게소의 임시운영 입찰공고가 공문으로 시행되었다. ⓒ K휴게소

 
도로공사 공문에 따르면 입찰참가 자격은 2022년 운영평가 1등급 업체, 운영기간은 3월부터 12월 말까지 10개월(최초 6개월이었으나 수정됨)이며 낙찰자 방식은 2월 7일 현장에서 추첨(뽑기)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입찰공고를 내지 않았기에 이런 입찰을 왜 하는지 국민은 알 수가 없습니다. 입찰과정은 공개적으로 해야 하는데 특정 회사에만 공문을 보내고는 업체를 선정했으니까요. 

<오마이뉴스>가 물어보자 도로공사는 13일 "안성(서울) 및 화서(영덕) 휴게소는 운영업체의 운영서비스 평가불복으로 인한 소송 중 불시에 공사에 반납된 시설"이라며 "이에 공사는 휴게소 서비스 저하나 영업중단 문제를 예방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임시운영하게 되었음"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향후 임시운영 기간 중 공개입찰을 실시하여 정규 운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13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답변 ⓒ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의 납득할 수 없는 입찰방식

도로공사의 답변에도 이번 입찰 방식은 여러모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첫째는 '임시운영'이라는 방식 자체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임시운영의 역사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 고속도로에 신규 휴게소가 문을 열면 한국도로공사와 연관된 한도산업과 휴게시설협회에서 수개월~수년간 임시운영을 한 후 입찰했습니다. 

휴게소 선 정상화 또는 적정 임대료 부과 기준을 찾기 위한 시범 운영이었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임시운영 기간 임대료도 없이 이익만 가져가는 게 특혜가 아니냐는 시비와 낙찰 후 시설을 인수해야 하는 낙찰업체와 인수대금을 놓고 다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15년 전부터 휴게소 임시운영은 사라졌습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입찰공고입니다. 입찰공고만 띄우면 50대 1, 100대 1의 흥행이 보장되는데 굳이 오해를 살 임시운영을 거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입찰공고를 통한 입찰 방식은 공기업이 추구하는 공정성 확립과도 맞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로공사는 이미 3개 휴게소와 9개 주유소를 직영으로 운영중입니다. 즉, 임시운영이 필요하면 도로공사가 직접 운영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3개 휴게소와 9개 주유소를 직접 운영중이다. 도표에 있는 '하남드림'은 임시운영 시설이다. ⓒ K휴게소


도로공사의 답변처럼 이 두 휴게소는 도로공사와 운영평가 결과를 놓고 분쟁중이었습니다. 안성(서울방향) 휴게소는 2020년 7월, 화서휴게소는 2023년 7월 각각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소송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두 시설 모두 소송과 분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입찰공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방식과 조건으로 입찰이 진행된 것입니다. 

둘째는 입찰 과정입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제한경쟁입찰을 하려면 기술적 제한, 경험적 제한, 기밀성 등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입찰과정은 공개적으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휴게소 임시운영이 기술적, 경험적, 기밀성 등이 필요한 입찰일까요? 오히려 안성휴게소와 비슷한 규모의 대형휴게소에서 2등급 평가를 받은 회사의 기술과 경험이 소형휴게소에서 1등급 받은 회사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동일 휴게소 입찰에 그룹 계열사의 중복 입찰을 제한하라'는 감사원 지침도 반영하지 않은 공문을 보냈습니다. 특정 회사만 받을 수 있는 공문으로 입찰공고를 시작한 것부터 모두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샛째, 시점과 기한의 문제입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임시운영의 시기는 2월 27일부터 12월 말까지입니다. 기간도 길 뿐더러 휴게소 영업이 잘 되는 성수기만 포함되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임시운영을 해야 한다면 3개월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도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도로공사는 임시운영 기간 운영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대보증금도 절반으로 낮추는 등 특혜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참고로 중부고속도로의 하남만남의광장 주유소도 13년째 임시운영중입니다. 해당 주유소 2022년 연매출은 580억 원이었습니다. 이 주유소도 정식 입찰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네이버카페 <고속도로휴게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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