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1 14:30최종 업데이트 24.03.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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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산문시 1'이 그리는 세상보다 빼어난 고장이 우리 지역구, 대한민국에서 가능할까? 평등과 평화가 무엇인지, 지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끝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그린 세상은 구절구절마다 아름다웠다. 

총선이 이제 20여 일 남았다.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갈 줄 아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건, 국회의원이란 직함을 가진 신사건,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하는 선거가 다가왔다.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정당은 정당대로 무엇을 구현할지, 어떤 세상이 필요한지, 본인만이 할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그들의 정책적 지향이 무엇이든, 이젠 기후와 환경을 돌보지 않으면 매우 곤란해졌다는 것쯤은 알 만도 한데, 그러므로 이제껏 정책 공약의 마지막 순번을 차지하던 기후환경 공약을 앞으로 전진 배치시킬만도 한데, 이번 선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환경 공약 순번을 몇 단계 올린 정당도 있고, 기후환경공약을 가장 우선순위로 내세운 정당도 있지만, 변함없이 마지막 순번에 배치시킨 당도 있다. 

시민사회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정치개혁의제, 노동의제, 민생경제, 언론, 여성, 평화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기후환경의제가 선두에 놓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가 제안한 정책과제의 앞단에 기후환경분야 과제가 배치되어 있다. 사안이나 의제의 긴박함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지만, 경이롭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총선시민네트워크가 제안한 기후환경분야 과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0대 분야 46개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단 기후환경분야 총선과제 제안 내용을 간략히 보자. 먼저 국토·해양 난개발을 막고 보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환경영향평가 국가 책임공탁제를 도입하고, 국토 산지 및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관리제도를 강화하며, 국립공원 개발행위에 대한 사업을 백지화시키고, 국립공원 내 과도한 개발행위를 용인해 온 자연공원법을 개정해야 한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해양생물다양성 협정의 국회 비준을 제안하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표심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하던 국토난개발 공약과 그로 인한 파괴적 개발행위로부터 환경정책의 정상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이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고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온실가스 목표 수립, 이를 위한 탈석탄 로드맵과 실행계획, 탈석탄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정의로운 전환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세 번째,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필요성에 합의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민간 자본의 비중만을 높이고 있어,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과 같은 에너지원을 활용하면서 에너지 공공성을 확대시켜야 하는 전환의 의미와 거꾸로 가고 있는 실상이다. 따라서 공공재생에너지로 신속하고 계획적이며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제정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네 번째, 온실가스 다배출에 일조하는 신공항 건설을 중단하고 공공교통을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하지 않아 세계적인 항공수요 억제 정책과도 상반되는 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과감한 승용차 교통량 억제와 병행한 대중교통망 확충, 항공이 아닌 공공철도 확대를 제안한다.

다섯 번째, 핵산업 진흥 정책 폐기를 강조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서 핵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고, 많은 재원을 핵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기후위기 대안이라도 되는 듯 적극 홍보하면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오래되어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연장 가동하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사고 위험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노출시키고 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 추진 역시 핵산업계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국민들의 안전과는 상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여섯 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완화되어 자원순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2022년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와 축소,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유예, 2023년 매장 내 종이컵 사용 허용, 2024년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계도로 전환하는 등 정책의 역행이 이 정부 내내 비일비재했다. 이미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에서 '소비자 수리권' 보장을 위한 법률이 마련되어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수리권 확대를 위한 법률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곱 번째,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규제 완화를 정책 기조로 설정했다. 이른바 킬러 규제 완화 대상으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을 개정하며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완화했다. 1톤 미만의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 절차 없이 신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개악을 한 셈인데, 화학물질 안전관리 시스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므로 규제 및 관리 강화는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총선 앞둔 주요 정당의 기후환경정책

그렇다면 각 정당의 기후환경정책은 어떨까? 과연 과연 기후환경을 지키는 공약인지, 그린워싱에 불과한 공약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일단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각 정당의 정책목록을 들여다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친환경재생에너지 전환으로 RE100(재생에너지 비중 100%)을 구현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산업구조 대전환을 추진하며 탈플라스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얼핏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고, 핵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국토·해양 난개발을 막기 위한 방안이나,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도 찾을 수 없었다. 

국민의힘은 저탄소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산업 지원을 위한 과감한 조치보다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산업 활성화를 언급하고 있고, 국토·해양 난개발을 막기 위한 방안이나,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 역시 찾을 수 없다. 현재 역행하고 있는 기후환경정책에 대해서 역시 일언반구 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녹색정의당은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탄소중립경제와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1만원권 기후패스로 시작하는 2030년 무상교통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행정부처에 기후위기 대응을 총괄 지휘하는 기후경제부를 신설하고, 국토와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각종 지역 개발을 중단시키고, 소형모듈원자로 사업과 공항 항만 등 좌초 인프라 예산을 기후대응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이다.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위해 생태교통활성화를 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개혁신당은 무탄소 에너지를 강조하며, 민간 주도의 재생에너지 확산, 친환경원전생태계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미래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목표를 40%로 상향하는 것 정도가 눈에 띈다. 조국혁신당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비율 30%, 2050년까지 80%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기반 마련 및 지원을 내용에 담고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언급하고 있다. 

선거를 하는 이유, 의석수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청사 외벽에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기후정치바람(준)을 시작하며 2024년 선거를 기후총선으로 만들고자 전국 시도별 1000명, 전국적으로 1만 7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결과 기후의제에 대해서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를 중심으로 선택을 고려하고 있는 '기후유권자'가 33.5%나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배반하듯, 여전히 각 정당의 기후환경공약이 추상적 구호에 머물러 있거나, 기후환경에 반하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시민단체들이 각 정당의 정책공약에 허탈해하면서도 정책 제안을 그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국회의원선거는 의석수를 차지하기 위한 선거운동의 장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더 나은 정책이 발굴되어 제시되고, 좋은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을 놓고 상대 정당과 경합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정책의 질이 높아지는 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정책 경쟁의 장일 때 더욱 의미 있게 만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각 정당이 의석수를 차지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하기 위한 본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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