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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0 08:20수정 2019.07.10 08:20
수박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수박 소비량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2000년 1인당 수박 소비량은 20kg였지만, 지난해에는 절반도 안 되는 8.9.kg로 줄었다. 소비량이 줄면서 선호하는 크기도 8~10kg 사이의 대과 중심에서 5~6kg 소과로 바뀌고 있다.

수박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수박 소비량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2000년 1인당 수박 소비량은 20kg였지만, 지난해에는 절반도 안 되는 8.9.kg로 줄었다. 소비량이 줄면서 선호하는 크기도 8~10kg 사이의 대과 중심에서 5~6kg 소과로 바뀌고 있다. ⓒ 김진영

 
두드렸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잘 익은 수박이라고 한다. 잘 익은 수박 고르는 요령으로 많이 소개된 까닭에 수박과 마주한 사람 모두 세뇌된 듯 일단 두드린다. 맑은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알든 모르든 말이다. 잘 익은 소리는 어떤 소리이고, 맑은 소리의 기준은 있나 싶었다. 충남 서천에서 오랫동안 수박 농사를 지은 김홍일 생산자에게 물었다. "나도 몰러유".

수박과 관련된 정보 가운데 소리만큼 잘못된 것이 수박 꼭지에 대한 오해다. 수박 꼭지가 싱싱해야 한다는 정보는 차고 넘친다. 산지 인터뷰도 그런 내용이 많이 있지만, 사실은 반대다. 꼭지가 싱싱한 것보다는 적당히 마른 것이 당도가 훨씬 좋다.

수박의 수분 함량은 91% 안팎이다. 같은 당도라면 수분 함량이 적을수록 단맛이 도드라진다. 수박 꼭지가 마른 만큼 수박 당도는 올라간다. 같은 가격이라면 단 것이 낫지, 꼭지 싱싱한 것이 나은 건 아니다.

맛있는 수박 산지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수박 꼭지가 싱싱해야 한다는 정보는 차고 넘친다. 산지 인터뷰도 그런 내용이 많이 있지만, 사실은 반대다. 꼭지가 싱싱한 것보다는 적당히 마른 것이 당도가 훨씬 좋다. 수확 후 5일된 꼭지.

수박 꼭지가 싱싱해야 한다는 정보는 차고 넘친다. 산지 인터뷰도 그런 내용이 많이 있지만, 사실은 반대다. 꼭지가 싱싱한 것보다는 적당히 마른 것이 당도가 훨씬 좋다. 수확 후 5일된 꼭지. ⓒ 김진영


한동안 수확 때부터 꼭지를 잘라낸 수박을 유통하려고 했지만 철저하게 실패했다. 꼭지 없는 것은 싱싱하지 않고 오래 묵은 수박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외면 받았다. 수확부터 잘라내려고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유통과정에서 꼭지가 떨어지면 수박의 맛과는 상관없이 반값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는 T자형으로 잘라야 하기에 작업 효율성이 떨어졌다. T자형으로 자르고,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운반해야 하니 효율성 떨어지는 것만큼 비용이 올라갔다. 

근래에는 T자로 자르지 않고 일자형으로 자른다. 충남 서천 김홍일 생산자는 꼭지 자른 수박을 올해부터 소비자 회원 조합에 납품한다고 한다. 경매에 올리는 수박이나 학교급식으로 나가는 것은 여전히 일자형이라 한다. 한 번 박힌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수박 농사와 장마는 상극이다. 비는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익은 수박에게는 물 폭탄일 뿐이다. 수박이 거의 익을 즈음이면 밭에 공급하던 물을 끊고 당도를 올린다. 수분 공급 중단은 보통 2주일 정도 지속한다. 이때 비가 오지 않으면 최상의 수박이 나온다. 첫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사는 수박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빠르면 2~3일, 늦어도 일주일 이내의 수박이다. 

장마철에는 물먹은 듯 중심부만 단 수박을 간혹 만난다. 내가 사는 지역은 비가 안 왔지만 수박을 수확하는 지역에 며칠 전 비가 왔을 경우 그렇다. 수박 수확하기 2주 정도 물을 끊고 당도를 올린 뒤 비가 그치면 며칠 두었다가 수확한다. 

비를 직접 맞지 않는 하우스 안의 수박이지만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공기 중의 수분을 끌어당긴다. 애써 올린 당도는 내린 비에 리셋이다. 보통은 4~5일 정도 수확을 미루고 수분을 증발시킨다. 기계로 건조하는 것이 아닌지라 수박마다 수분 함량 차이가 난다. 

맛없는 것을 판 것이 아니라 맛을 못 보고 파는 것이기에 장마철에는 간혹 맛없는 수박을 만난다. 수박 관련 속담 중에 '수박 흥정'이 있다.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하는 흥정을 빗대어 말할 만큼 수박 사고 파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만일, 어쩌다 맛없는 수박을 골랐다면 화채가 정답이다.

맛있는 수박 산지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채소류와 마찬가지로 따듯한 남쪽에서 생산하기 시작해 더위 따라 점차 위로 올라간다. 이번에 다녀온 충남 서천은 5월 말부터 시작해 7월 중순이면 한 해 수박 농사가 끝난다. 기온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시원한 강원도 인제, 화천 등지에서 수박이 난다. 

수박 고르는 요령은 참고사항일 뿐
 
소비량이나 선호하는 크기가 변화하는 사이 칼로 깎아 먹을 수 있는 껍질 얇은 애플수박, 겉은 무늬 없이 검초록 색에 속은 노란 블랙망고수박 등 2~3kg짜리 소형 수박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비량이나 선호하는 크기가 변화하는 사이 칼로 깎아 먹을 수 있는 껍질 얇은 애플수박, 겉은 무늬 없이 검초록 색에 속은 노란 블랙망고수박 등 2~3kg짜리 소형 수박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김진영


수박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수박 소비량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2000년 1인당 수박 소비량은 20kg였지만, 지난해에는 절반도 안 되는 8.9.kg로 줄었다. 소비량이 줄면서 선호하는 크기도 8~10kg 사이의 대과 중심에서 5~6kg 소과로 바뀌고 있다. 

소비량이나 선호하는 크기가 변화하는 사이 칼로 깎아 먹을 수 있는 껍질 얇은 애플수박, 겉은 무늬 없이 검초록 색에 속은 노란 블랙망고수박 등 2~3kg짜리 소형 수박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집에서도 먹는 이들이 적어지니 수박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요령이 있다. 수박 특유의 무늬가 짙고 선명한 것, 꽃 떨어진 자리가 작은 것, 꼭지가 싱싱하고 선명한 소리가 나는 것, 타원형보다는 원형이 더 달다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어이없는 것이 원형이 더 맛있다는 주장이다. 수박 품종에 따라 원형과 타원형이 있기 때문에 가장 근거가 없는 요령이다. 

사실, 나머지 요령도 수박을 하우스에서 재배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다. 원두막이 있고, 수박 서리를 미덕으로 알던 시절 말이다. 농사법도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하늘에 더 의지할 때는 복불복에 걸리지 않기 위해 수박을 골랐다.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 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긴 장마철을 빼고는 맛의 차이가 크지 않다. 수박 고르는 요령은 단순한 참고 사항일 뿐이다. 꼭지가 없어도, 말라 있어도 상관없다.
 
수박이 거의 익을 즈음이면 밭에 공급하던 물을 끊고 당도를 올린다. 수분 공급 중단은 보통 2주일 정도 지속한다. 이때 비가 오지 않으면 최상의 수박이 나온다. 수분 중단 2주차된 수박 밭.

수박이 거의 익을 즈음이면 밭에 공급하던 물을 끊고 당도를 올린다. 수분 공급 중단은 보통 2주일 정도 지속한다. 이때 비가 오지 않으면 최상의 수박이 나온다. 수분 중단 2주차된 수박 밭.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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