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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7 09:27수정 2019.07.17 09:27
자두 품종은 대략 30여 종. 그 가운데 6월 대석조생을 시작으로 7월 포모사(후모사), 9월 추희까지 나오면 한 해 자두 농사가 끝난다. 사진은 포모사.

자두 품종은 대략 30여 종. 그 가운데 6월 대석조생을 시작으로 7월 포모사(후모사), 9월 추희까지 나오면 한 해 자두 농사가 끝난다. 사진은 포모사. ⓒ 김진영

자두는 입에서 저절로 "덥다"라는 말이 튀어 나올 때 맛이 드는 과일이다. 시기상으로는 장마가 시작하기 직전인 6월 말 즈음이다. 

자두 품종은 대략 30여 종. 그 가운데 6월 대석조생을 시작으로 7월 포모사(후모사), 9월 추희까지 나오면 한 해 자두 농사가 끝난다. 썸머킹, 썸머환타지아, 왕자두, 피자두 등도 있지만 대석조생을 비롯한 세 가지 품종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많지 않다.

대석조생과 추희는 일본, 포모사는 미국에서 도입한 품종이다. 1920년대 경상북도 김천에 현재의 개량종이 도입되기 전에는 이 땅에선 오얏이 자라고 있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 속의 오얏은 재래종 자두를 뜻한다. 

생산량이나 맛이 개량종 자두에 떨어지기에 사과에 밀려난 능금처럼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전국에 몇 그루 남아 있지 않다. 서울에서는 종묘 안 향대청 입구에 오얏나무가 있다. 

자두, 살구, 복숭아, 매실, 앵두, 체리는 장미과 나무 안에서 핵과(核果) 집안이다. 같은 집안이다 보니 품종 간 특성을 살려 새로운 과실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생산 면적이 늘어나는 플럼코트, 하모니 등은 살구와 자두로 육종한 품종이다. 자두와 매실의 특성을 살려 육성한 품종도 있다.

자두는 수확했을 때가 가장 맛있다
 
자두 품종은 대략 30여 종. 그 가운데 6월 대석조생을 시작으로 7월 포모사(후모사), 9월 추희까지 나오면 한 해 자두 농사가 끝난다. 사진은 대석조생.

자두 품종은 대략 30여 종. 그 가운데 6월 대석조생을 시작으로 7월 포모사(후모사), 9월 추희까지 나오면 한 해 자두 농사가 끝난다. 사진은 대석조생. ⓒ 김진영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 등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들의 특징은 풍부한 과즙과 달콤한 맛이다. 자두는 다른 여름 과일보다 한 가지 맛이 더 있다. 바로 '상큼한 맛'이다. 수박이나 복숭아를 떠올려봐도 입 안에 침이 고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두를 잠시 떠올리면 혀 밑으로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나는 많은 자두 품종 가운데서도 대석조생을 좋아한다. 다른 자두도 좋지만 대석조생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기가 작아서다. 자두 하나를 통째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씨만 뱉어내고 또 하나 집어 먹기 편해서 좋아한다. 

대석조생은 일본에서 육종한 품종이다. 지난 5월 일본 규슈 가고시마 시장에서 대석조생 맛봤다. 국내보다 따듯한 지역이라 자두 나오는 시기가 한 달 가량 빨랐다. 대석조생의 원산지인 일본에서 생산한 자두 맛이 어떨까 싶었다. 

수확 후 며칠이 지난 자두였는지 단맛도 없고 육질은 물렀다. 자두는 수확한 다음 며칠 안에 먹어야 한다. 가을에 나는 추희는 단단함 때문에 오래 보관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자두는 수확했을 때가 가장 맛있다. 

자두가 다른 과일보다 쉬이 물러지는 까닭은 에틸렌 가스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틸렌 가스는 과일이 익을 때 발생한다. 수확해도 가스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그 때문에 자두의 육질을 무르게 만든다. 어제는 단단했던 자두가 오늘 물러진 이유는 에틸렌 가스 때문이다. 

자두는 다른 과일이나 채소랑 같이 보관하면 안 되는 과일 가운데 하나다. 복숭아도 에틸렌 가스가 많이 나는 과일이다. 자두나 복숭아를 다른 채소나 과일을 밀폐한 곳에 같이 두면 평소보다 빨리 물러진다. 자두는 많이 사서 냉장고에 두고 먹는 것보다는 소량씩 자주 사는 것이 좋다.

천도복숭아와 자두를 생산하는 경상북도 경산에 있는 소월작목반을 찾았다. 예전 같으면 한참 대석조생이 나올 시기이지만 벌써 끝났다. 7월 중순이 지나면서 포모사도 20일 전후면 수확이 끝난다고 한다. 자두 나오는 시기가 몇 년 전보다 열흘 정도 빨라졌다.

온난화 영향으로 경북 경산에서도 제주도의 전유물이었던 감귤 농사를 짓는다. 경북 청송·의성, 지리산 인근의 남원·함양과 덕유산 자락의 무주·진안·장수 등 고지대에서 나던 사과는 이제 철원·화천 등에서 난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과일 산지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자두만큼은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이 난다. 자두 살 때 다른 지역의 자두를 사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경상북도에서 자두가 많이 나는 까닭은 비와 관련이 있다. 경북에서도 자두가 많이 나는 김천·의성·경산은 강수량이 전국에서 가장 적은 곳이다.

다른 종의 자두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자두 맛을 보러 간 경북 경산의 포모사 자두나무 주변에 몇 그루의 추희 자두가 꽃가루를 위해 심은 나무인 '수분수'로 심어져 있었다.

자두 맛을 보러 간 경북 경산의 포모사 자두나무 주변에 몇 그루의 추희 자두가 꽃가루를 위해 심은 나무인 '수분수'로 심어져 있었다. ⓒ 김진영

 
자두는 종이 다른 자두가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나무에 꽃이 피어도 다른 종의 자두 꽃가루가 있어야만 자두가 열린다. 텃밭이나 정원수로 자두를 심었다가 자두 맛을 못 보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같은 자두나무를 심었을 때다. 자두 맛을 보러 간 경북 경산의 포모사 자두나무 주변에 몇 그루의 추희 자두가 꽃가루를 위해 심은 나무인 '수분수'로 심어져 있었다. 

자두가 익으면 하얀 분이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제대로 익으면, 모르는 이는 농약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표면을 하얗게 덮는 것은 자두에서 나온 당분이다. 잘 익고, 단 자두일수록 하얀 분이 많거니와 분이 나는 정도에 따라 수확 시기를 결정한다. 수확할 때 하얀 분이 사라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따지만 수확하는 과정에서 많이 사라진다.

경산의 소월작목반은 요즈음 대세인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했지만 자두 특성을 소비자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워서 포기했단다. 자두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사람 손을 한 번이라도 더 타거나 혹은 같은 손가락 힘으로 자두를 만져도 개개의 단단함이 달라 눈에 보이지 않는 멍이 들기도 한다. 

배송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기도 해 손님이 받았을 때 몇 가지 원인으로 멍이 든 것들이 생긴다. 상품을 받은 고객으로서는 멍든 것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멍든 것을 보냈으면 택배 과정에서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자두는 잘 익은 것일수록 말랑해지고 단맛이 든 쪽이 멍이 잘 든다고 한다. 그래서 자두를 사면 멍든 것이나 말랑한 것부터 먼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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