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21 07:48최종 업데이트 19.10.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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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한 유튜브 행사장의 모습. ⓒ 연합뉴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활성화는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오마이뉴스>가 국회의원들의 2018년도 정치자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의정활동 홍보를 위한 영상 제작에 소모된 비용이 확연히 증가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영상 노출이 의정활동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도 국회의원들이 사진 촬영·영상 제작·유튜브 활용 등에 지출한 돈은 총 2억1180만5510원이었다. 2017년도 1억4601만7286원에 비해 액수로는 6578만8224원, 비율로는 45%가량 증가한 수치다. 참고로 4년 전 19대 국회였던 2014년도에 같은 명목으로 지출한 액수는 6984만8310원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약 3배로 뛴 셈이다.

정치자금 사용 내역만 놓고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활용이 눈에 띈다.  2018년도에 해당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사용한 민주당 의원은 총 57명, 비용은 1억 4955만5885원이었다. 반면 한국당 의원은 24명이 5898만6100원을 지출했다.

최신 DSLR vs. 중고 스마트폰

의원실 대부분이 영상·사진 촬영을 위한 카메라 구입에 정치자금을 지출했다. 의원실마다 가격과 기종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가장 비싼 장비를 구매한 곳은 김태년 민주당 의원실(경기 성남시수정구)이었다. 캐논 하이엔드 라인의 '명기'로 꼽히는 5D 시리즈의 스테디셀러 '5D Mark IV'였다. 하이엔드는 최상위 고급기인 '플래그십' 라인보다는 한 단계 낮고, 보급기·중급기 라인보다는 위를 뜻한다. 세미 프로부터 하이 아마추어까지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기 라인업이다.

구입비는 414만 원이었다. 김태년 의원실에 따르면 캐논코리아 사이트에서 정식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카메라 렌즈 등 구입 용도로 300만2600원을 추가로 사용했다. 의정홍보를 위한 장비구입에 714만2600원을 쓴 것.

의원실 관계자는 "17대 때부터 사용하던 촬영 장비가 너무 오래돼 작년에 새로 구매했다"라면서 "홍보 담당자가 원했던 기종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유튜브 업로드용 영상은 제작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홍보 담당자가 유튜브 촬영을 위해 다른 렌즈도 구매해 달라고 요청해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 중인 손혜원 의원실(서울 마포을, 무소속)은 DJI 오즈모 시리즈 2대를 구입하는 데 88만4500원을 썼다. DJI 오즈모 카메라는 휴대성이 뛰어나고, 흔들림을 방지하는 짐벌과 카메라가 일체화된 형태여서 영상 촬영에 최적화된 기기다.

의원실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다 보니 영상 흔들림이 심해서 오즈모 2대를 구입했다"라면서 "지금도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손 의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영상을 찍을 때, 보좌진이 들기도 하고 의원이 직접 촬영하면서 쓴다"면서 "현장감을 살리는 데 좋은 장비"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손혜원TV 채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18일 현재 손혜원 TV 구독자수는 10만명을 넘었다.

손 의원실은 이외에도 '유튜브 전략 교육' 명목으로 직원교육비 8만8000원, 라이브 방송 전문가를 초청한 '유튜브 활용 자문 전문가 간담회'에 10만 원 등을 사용했다. 

'영상 편집 전용' 노트북을 구매한 곳도 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실(서울 은평을)은 지난해 '영상 편집' 명목으로 2018년형 삼성 노트북 '시리즈9 Always'를 구매했다. 인텔 코어 i7 8세대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노트북으로, 무게와 발열에 비해 좋은 성능을 자랑한다. 구입비는 195만8990원. 정치자금으로 노트북을 구매한 의원실은 다수 있지만, '영상 편집용'이라고 명시한 곳은 강 의원실이 유일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에 보급된 데스크톱 성능이 도저히 영상 편집용으로 쓸 수 없는 상태"라면서 "렌더링에만 몇 시간이 걸리는 터라 새 컴퓨터 구입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보담당 비서 개인에게 장비를 구입하라고 할 수도 없고, 지역구와 여의도를 오가야 하기 때문에 휴대성도 고려했다"면서 "지금도 의원실에서 잘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실은 무선마이크를 구입하는 데도 26만 원을 지출했다.

표창원 의원실(경기 용인정)은 독특하게 '중고 휴대폰'을 구매했다. '의정활동 촬영용'이라며 휴대폰 구입에 19만 원을 썼다. 해당 기종은 아이폰. 의원실 관계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동시에 하기 위해서 다수의 휴대전화가 필요해 구매했다"면서 "지금은 라이브의 효율성을 위해 채널을 줄여서 해당 중고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대신 유튜브 활성화 등을 위해 카메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자막 프로그램 렌탈-페이스북 광고 결제 등 눈에 띄어
   
이밖에도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사용 명목들이 눈에 띈다. 유튜브 영상에 사용할 로고를 따로 외주업체에 맡겨서 제작한 의원실도 있고(박주민 민주당 의원실-서울 은평갑: 10만 원), 영상에 삽입하기 위한 자막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구입(김두관 민주당 의원실-경기 김포갑: 116만 원)하거나 1년 사용료를 지불(표창원 의원실: 33만 원)한 곳도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경기 고양갑)은 특이하게도 '페이스북 홍보'를 위한 비용을 지출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물을 포스팅한 후, 홍보를 위해 유료 결제를 하면 페이스북이 해당 게시물을 적절한 대상들에게 더 멀리 퍼트려준다. 게시물 홍보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8년 동안 총 5건, 165만8468원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군소정당이다 보니 언론 보도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안 차원에서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 중인데, 도달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페이스북 유료 결제가 상당히 유효하다"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의원실은 2019년 현재도 이 방법을 적극 활용 중이라고 한다.

종합적인 SNS 전략 컨설팅과 브랜딩, 외주업체에 맡기기도

의원실에서 자체 제작하는 대신, 전문 외주업체에 맡기는 의원실들도 있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실(경북 안동)은 위드연구소에 '의정 활동 홍보 미디어 콘텐츠 개발 및 운영' 명목으로 2750만 원을 사용했다. 영상 및 홍보 관련 개별 항목 중에서는 단건 최대 액수였다.

의원실 관계자는 "시대에 맞춰서 유튜브도 해야 하고 SNS도 활용해야 하는데, 당시 의원실에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기반이 없다보니까, 단순히 영상 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전략은 어떻게 짜고, 홍보는 어떻게 해야할지 종합적인 컨설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제작·홍보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며, 의원 개인 홍보, 노동·경제 등 정책 홍보, 의정 활동 홍보 등의 영상 여러 편을 제작했다"라며 "브랜드 디자인, 카피라이트, SNS 전략까지 하다보니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처음에 몇몇 업체에 문의했더니 다 해서 5000만 원 이상을 요구하더라"면서 "그 가격도 찾다 찾다가 사정해서 할인받은 액수"라고 덧붙였다.

영상 기획 제작 총액으로 봤을 때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실(서울 구로을, 현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의 사용도 눈에 띈다. '두들'이라는 업체에 '영상 기획물 시리즈 제작' 명목으로 3000만 원(2000만 원+1000만 원), '영상물 제작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2200만 원 등 총 3건에 5200만 원을 썼다. 관련 항목 중에서는 전 의원실 중 가장 지출이 컸다.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2018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속 시리즈로 여러 편의 영상 제작을 기획했다"면서 "이를 위해 전문 외주업체에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선 의원 유튜브 채널에 접속하면 '영선아, 시장 가자!' '박영선, 서울을 걷다' 등의 시리즈 영상이 다수 업로드되어 있다. 이 관계자는 "편당 단가로 계산하면 결코 시장 시세보다 비싸지 않다"라면서 "보좌진의 '고혈'을 짜는 것보다 전문 인력에게 의뢰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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