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희망의 정치는 이렇게 가능하다
2014년 2월 8일(토)

희망의 정치....를 말하려니 사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정치에 대한 기대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으로 응시해보려 합니다.

8일 안양대학교 일우도서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10만인클럽 특강’은 ‘희망의 정치, 이렇게 가능하다’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강연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그는 최근에 펴낸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도 분노가 있다. 정의가 패배했던 역사에 대한 분노가 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눴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내려놓으려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가 꿈꾸는 ‘더좋은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만들고 싶은 나라의 모습이다. 분노를 내려놓아야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 공히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경쟁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안희정 지사의 현실 진단은 사뭇 비장하게 들립니다. 120년 전 개항기 때 국권을 상실했던 그 비통함과 절박감으로 오늘 강연장에 섰다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1894년 2월 10일, 정확히 낼모레 동학농민전쟁이 전국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 기관총에 의해 10만명이 쓰러지고 끝이 나지요. 국난 위기에 맞서 일어난 국민도 죽고 김옥균의 삼일천하도 끝나고 대원군도 잡혀가고 명성왕후도 죽었습니다. 그 국권상실의 역사가 단지 120년 전의 일일까요? 역사는 반복됩니다. 대한민국에 지금 똑같은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당, 정치의 재구조를 역설했습니다. 안 지사의 고민은 기본에서 출발합니다. ‘왜 사람들은 내 삶과 정치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할까?’ 정치가 ‘지역’으로 나뉘고 ‘색깔’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가령, 영남의 농민이나 호남의 농민이나 농민으로서 먹고 사는 문제는 매한가지인데 정치의 해법은 ‘지역’에 묶여있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한미FTA가 농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놓고 여당과 야당이 정책과 소신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연고지를 기반으로 나를 찍어달라고 하니 정치와 삶이 유리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안 지사는 “똑똑한 사람 뽑아서 국가위기를 극복해달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발전’을 공약하는 도지사 선거, ‘내가 당선되면 복지 재정을 얼마로 늘리겠다’는 대통령 선거 등 4, 5년만에 한번씩 치르는 선거로는 세상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주권자가 스스로 지역, 나라살림에 참여하는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충남도정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삼농혁신’을 하나의 시도로 소개했습니다.

안 지사의 고민은 깊고 멀었습니다. 당장의 도정 단위나 한 번의 선거를 염두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국가운영방식’에 대한 고민 속에서 도지사로서 방향을 잡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도력과 국가 체제를 어떻게 전환시켜내느냐의 문제는 120년 전 양반, 상놈의 시대에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의 전환을 요청받았던 구한말의 혼란과 똑같은 시대적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특강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최대호 안양시장, 이종걸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200여명의 안양시민이 참석했습니다. 30분에 걸친 안 지사의 특강이 끝난 뒤, 1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청중들과 질의•응답은 오연호 대표기자의 사회로 이뤄졌는데요. 본 동영상으로 현장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세요.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Homepage :충청남도도지사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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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247명의 대통령>, <담금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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