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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보는 앞에서 사흘 동안 집단 성폭행"

굶주림 피해 난민 캠프 찾은 소말리아 여성들 노리는 성범죄 급증

등록|2011.08.01 18:05 수정|2011.08.01 18:05

▲ 가뭄과 기아로 고통받는 소말리아 여성들을 노리는 성폭력 범죄가 늘고 있다. ⓒ <알 자지라>


"우린 두렵다."

바르와고 모하무드는 "두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세 딸과 함께 케냐의 다다브 난민 캠프를 찾은 이 여성은 성폭행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웃해 있던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것에 더해 또 다른 여성이 납치돼,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눈앞에서 사흘간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근처에 있는 의료 텐트로 실려 왔기 때문이다.

모하무드는 "몇몇 소년들이 밤에 주변을 감시하고 있지만, 이들도 낮에는 일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모하무드는 밤이 되면 막대기 위에 담요를 몇 장 덮어놓은 숙소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AP통신은 7월 31일(현지 시각), 가뭄과 굶주림, 그리고 오랜 내전을 피해 다다브 난민 캠프를 찾은 소말리아 여성들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을 덮친 재앙에 대해서는 <로프로 배 묶은 여성들... "생명 위험할 수도"> 참조).

다다브 난민 캠프는 수용 인원 9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과 기아로 캠프를 찾는 이가 급격히 늘어(유엔은 7월 '아프리카의 뿔' 사람들 중 구호가 필요한 이가 113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다브 난민 캠프와 그 주변에는 44만 명이 머물고 있다. 대다수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소말리아에서 온 사람들인데, 이 중에는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된 1991년에 이곳으로 와 20년을 머물고 있는 이도 있다. 이에 더해 매일 1000여 명이 새로 도착해 다다브 난민 캠프는 "넘쳐나는 사람으로 폭발 직전"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캠프에 들어가지 못하고 캠프 바깥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모하무드도 그중 하나다. 모하무드는 캠프 외곽에 있는, 곧 무너질 것 같은 숙소에서 8명의 다른 여성·소녀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성폭력 위험에 특히 시달리는 이들이 바로 모하무드처럼 캠프 바깥에 있는 여성들이다. AP는 이 여성들이 용변을 보거나 땔감을 구하고자 가족들에게서 떨어질 때 공격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구호위원회 소속 활동가인 시니드 머레이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 점점 늘고 있다"며 "여성들이 덤불 쪽으로 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거기에는 총을 든 남자들이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국제구호위원회는 최근 이 지역에서 성폭력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6월 이후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 올해 1~5월에 일어난 사건의 2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니드 머레이는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지 모르거나 공동체에서 따돌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는 여성이 많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난·굶주림·전쟁 피해 떠난 여성들 위협하는 성폭력... "두렵다"

사한도 그러한 여성 중 하나다. 사한이 버스에 타고 있을 때, 총을 든 네 남자가 버스를 세웠다. 이들은 여성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후 덤불에서 세 시간 동안 성폭행했다. 그러나 사한은 성폭행 피해자로 집계되지 않았다. 사한이 다다브 난민 캠프 외곽에 있는 의료 기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었던 데다, 사한 본인이 가족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한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신의 성은 쓰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AP는 이처럼 여성을 성범죄 표적으로 삼는 이들이 "국경을 넘어온 소말리아 탈영병"이거나 "케냐의 도적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다다브 난민 캠프. ⓒ <알 자지라>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AP는 모하무드가 있는 곳에서 "불과 몇 백 걸음 떨어진 곳에 경찰서, 공중 화장실, 학교를 갖춘 새로 지은 캠프"가 있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은 넘쳐나는 난민을 분산 수용할 수 있도록 미국, 유럽연합 등이 1600만 달러를 지원해 지은 다다브 난민 캠프 내 증축 건물로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케냐 정부는 이 건물을 아직 난민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AP는 "케냐 정부가 '절망에 빠진 소말리아 난민들이 케냐로 몰려오는 것은 안보 위기'라며 이 시설을 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케냐 관리들이 '소말리아 일부 지역을 알 카에다와 연계된 반란군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말리아 난민이 밀려오는 건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AP는 케냐 수상이 이 시설을 '10일 후 열겠다'고 말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아직 열리지 않았고 7월 30일에는 케냐 정부 대변인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며, "(케냐 정부가) 이 시설을 열 것인지, 개방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AP는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세 딸이 용변을 봐야 할 때 모하무드가 꼭 함께 가며, 그때 모하무드는 9명의 여성이 공유하는 유일한 손전등을 가져간다"고 전했다.

한편 7월 14일 <가디언>에는 이처럼 캠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이 하이에나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글이 실렸다(관련 기사 : 나뭇가지 들고 하이에나에 맞서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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