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김진태 "막말? 이 순한 얼굴로 오죽하면 그랬겠냐?"

[총선 - 강원 춘천] TV토론에서 더민주·정의당 후보와 '설전'

등록|2016.03.31 15:10 수정|2016.03.31 15:10

▲ 30일, KBS춘천이 주관한 2016 총선 후보자 초청 토론회(TV 화면 촬영). ⓒ 성낙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30일 저녁, 춘천 선거구에서는 춘천KBS 주관으로 총선 후보자 TV토론회가 처음 열렸다. 강원도처럼 선거구가 넓고 인구는 적은 지역은 공개 토론회가 중요하다.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TV 토론회만큼이나 적절한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자신의 공약이나 정책을 알리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는 어렵게 성사됐다. 재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는 애초 이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김 후보는 28일 "(4년 전 총선에서) TV 토론에 중복해서 출연하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이 오히려 저조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갑자기 KBS춘천 TV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는 김진태 후보에게 "춘천 지역 유권자들의 검증과 평가를 받아야 할 현역 여당 후보가 빠진 반쪽짜리 토론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토론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 그 후 김 후보는 29일 마음을 바꿔 "부작용이 우려돼 출연을 자제하려 했"지만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토론에 참석한 것이다.

4.13총선도 2주밖에 남지 않았다. KBS는 이날 토론회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정책과 공약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를 기대했다. 토론회는 강원대 김기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 참석자는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 정의당 강선경 후보였다.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는 29일 허영 후보와 단일화함으로써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현역 의원답게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반면에 이날 TV토론회에 처음 임하는 허 후보와 강 후보는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김 후보를 향한 두 후보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김 후보는 때로 솔직한 답변을 피하고 달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천안함'이나 '김석기' 등 상황과 맞지 않는 소재를 들고 나와 자주 논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 받고 있는 19대 국회

▲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 ⓒ 성낙선

후보자들에게 주어진 토론회 첫 번째 질문은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한 것이었다. 사회자인 김기석 교수는 "현재 춘천 시민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레고랜드 사업이 시행사 대표의 불법 혐의, 비정상적인 사업 추진, 불공정한 계약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레고랜드 찬반 여부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상적인 추진 방안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김진태 후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레고랜드 사업, 반드시 해야 한다"며 "꼭 정상 개장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이것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논란은 이미 많이 했다"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는 "(춘천 시내에) 샹젤리제 거리를 조성해서 (레고랜드 방문) 관광객들이 시내로 걸어 나오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강선경 후보는 레고랜드 사업에 반대했다. 강 후보는 "(레고랜드 사업 부지인 중도에서) 세계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청동기 유적이 발견돼 문제가 되고 있다"며, "(중도 유적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서울 사람들뿐만 아니라, 춘천 사람들도 아울렛이 있는 레고랜드에서 옷과 신발을 사게 될 판"이라, 레고랜드가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허영 후보는 "레고랜드는 춘천의 꿈과 희망"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런데 레고랜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레고랜드와 더불어 국내 굴지 포털 사이트의 캐릭터랜드를 함께 조성해 춘천을 가족친화형, 어린이 친화형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도 유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발굴해서 세계 문화유산 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새로운 관광 문화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1차 상호 토론 시간'에는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는 '19대 국회'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발언 기회가 주어진 김 후보는 "19대,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는데 내가 생각해도 얼굴이 좀 화끈거린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내가 국회에서 4년간 의정 활동을 해보니 우리 새누리당이 꼭 잘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 이유를 "제 1야당" 탓으로 돌렸다.

김 후보는 "제 1야당이 정부 여당이 일을 할 수 있게는 해주고 거기에다 정당한 비판을 해줬으면 아마 점수를 많이 딸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 이러니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거 아니냐"며 허 후보에게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외면, 경제 발목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것이 반성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허 후보는 "김종인 대표의 합리적인 보수의 행보와 문재인 대표의 합리적 진보의 행보가 수레의 양쪽 바퀴가 되어서 국민의 신뢰를 굉장히 많이 확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후보는 "좋은 얘긴데, 지금은 김종인 대표가 앞에 있는 수레바퀴로 더 많이 끌고 가는 것 같다"고 말하고는, 갑자기 토론 주제에서 벗어나 '천안함'을 거론했다.

김 후보는 허 후보에게 "최근에 천안함 6주기가 지났는데 추념식에 참석했나"라고 물었다. 그 질문에 허 후보가 "당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고 추념으로 대신했다"고 대답하자, "추념식 행사보다 더 중요한 행사가 어디에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는 "양구 출신인 허 후보는 안보관이 더 투철해야 한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한 해도 빠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진태 "내가 맞는 말 하니까, 막말로 몰고 간다"

▲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 ⓒ 성낙선

김 후보에 이어, 강 후보는 다시 '19대 국회'로 돌아와 국회의원의 자질을 논했다. 강 후보는 "인터넷에서 김진태 후보를 검색하면 '김진태 막말'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며, 그 몇 가지 사례로 김 후보가 '황희 정승이 간통을 하고 부정 청탁과 뇌물 같은 일이 많았지만 세종대왕이 다 감싸서 명재상이 됐다', '조계사가 치외법권이냐? 경찰 병력을 경내에 투입해서 검거해야 한다'고 한 말들을 예로 들었다.

강 후보는 "이런 말로 황희 정승 문중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사과를 한 것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조계사 스님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는 분이 이렇게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편가르기 하는 이런 입장을 계속 펼치고, 종북몰이를 하는 것이 때로는 당하는 피해자들한테 굉장히 잔인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막말이 아니고 맞는 말이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내가 맞는 말을 자꾸 하니까, 할 말이 없으니까 그것을 막말로 몰고 가는 것이다"라며, "내 얼굴을 한 번 봐라, 이 순한 얼굴로 오죽하면 그런 얘기를 하겠나"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예를 들어 '이석기, 대한민국의 적이다, 국회의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질문 상대를 바꿔 허 후보에게는 제 1야당의 역할론을 물었다. 강 후보는 "세월호 참사라든지 국정교과서, 테러방지법, 남북관계를 봤을 때,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는 비민주적인 모습에 국민들이 많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제1야당인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허 후보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여당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허 후보는 "국회는 싸움의 공간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국민들의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다행히도 나중에 정신을 차려서 국민들에게 신뢰의 정치를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방지법 방지를 위해서 몸싸움하지 않고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 희망의 정치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질문 기회를 얻은 허 후보는 19대 국회가 "가장 무능한 국회, 가장 게으른 국회, 심지어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데 "김진태 후보 역시 이런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에게 "본회의 출석률이 강원도 국회의원 9명 중 8위, 상임위원회 출석률이 국회의원 중 꼴찌, 법안 대표 발의 수는 19건에 불과한데 이런 객관적인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는 "내 본회의 출석률이 사실 80%가 넘는데, 뭐 서열로 따지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법안을 제시하고 발의한 게 19건인데, 그 중 8건을 통과시켰다"며, "국회의원이 무조건 법만 많이 낸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의원들의 경우) 그냥 토씨 몇 개 고치고 해서 이것도 실적이 한 건으로 올라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영 "김진태 후보, 19대 총선 3대 공약 지켰나?"

▲ 정의당 강선경 후보. ⓒ 성낙선

'2차 상호 토론 시간'에는 자유로운 주제를 가지고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강선경 후보는 오는 4월 16일로,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 문제를 거론했다. 강 후보는 김 후보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세월호 선체 인양하지 말자', '괜히 사람만 또 다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거다',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을 했는데 이것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김 후보는 "다 맞는 말"이라며, "지금 (세월호) 그 안에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9명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거기에다가 그는 다시 "배는 가라앉은 지 2년 됐다"고 주지시키고는, "그걸 끌어올려서 다른 의도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덧붙였다.

강 후보는 또 "얼마 전에 (김 후보가) 한 초등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이 전교조 선생님이 아니라서 희망이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전교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김 후보는 "나는 당연히 내가 생각한 걸,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다"며, "특정 단체와 나하고 싸움을 붙이려는 저의가 보이는데 솔직히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김진태 후보에게 "19대 총선에서 3대 공약을 제시했는데 실천을 했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김 후보는 "한다고 노력은 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후보는 "하도 공약을 이행 안했다, 그래 가지고 나도 그런 줄 알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3대 공약 중 하나인) 농산물 저장고(시설) 그거 끝까지 완료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시설은 포기하고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반격에 나선 김 후보는 허영 후보에게 "(내가 4년 동안 한 게 없다고 하는데) 내가 제2 경춘국도 한 것도 잘못된 거냐"고 물었다. 이에 허 후보는 "8천 억 중에서 지금 3억 정도 확보해서 설계도 안 된 상태이고 앞으로 20년 걸릴지 3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김 후보는 "이 사업은 사실 1조다. 그런데 뭐 3억 가지고 생색내냐 하는데 이건 국가 예산이 발을 담근 거다"라며, 상당한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토론이 끝나갈 무렵 "(허 후보와 강 후보가) 내가 뭘 했는지도 더 이상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나서는, 갑자기 말을 돌려 허 후보에게 "그냥 그거 하나 물어보자"며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허 후보는 "11년 전 일인데 내가 잘못한 일"임을 인정하고 "그 이후로 다시는 안 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진태 후보는 5대 공약으로 ▲ 경기도 남양주와 춘천을 잇는 제2경춘국도 4차로 건설 사업 분격 착수 ▲ 레고랜드 정상 개장 ▲ 첨단 IT도시로서의 위상 정립을 위한 데이터센터 유치 지원 ▲ 경춘선의 청량리역 종착 확대 ▲ 옛 도심에 도보관광이 가능한 거리를 만드는 춘천 샹젤리제 조성을 제시했다.

허영 후보는 5대 공약으로 ▲ 소양강댐 물값 분쟁 해결을 위해 법 제정을 통한 물값 제로화 실현 ▲ 누리과정 정부 예산 편성 법제화 ▲ 청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청년 메이커스페이스 조성 ▲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통한 소상공인 보호 대책 마련 ▲ 농산물 최저 가격 보장제 도입을 제시했다.

강선경 후보는 5대 공약으로 ▲ 학생들이 행복한 국가 책임 교육  ▲노동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 ▲청년들의 괜찮은 일자리, 더 많은 일자리 조성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등 4대 가계비 절감을 통한 서민 경제 안정 ▲ 선거 개혁을 통해 기득권 국회와 무책임 정부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