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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피하고 싶다', 경상도 기득권의 대처법

[분권화시대, 지역정당으로 진보정치의 미래를 모색하다②] 적폐청산의 사각지대, 지역적폐

등록|2017.11.21 21:27 수정|2017.11.21 21:27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 5월 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겨울 촛불의 광장에서 나온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적폐청산'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다. 그런데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서 정치보복이라 비판하고 나서는 이들이 있다.

<조선일보>의 11월 13일 치 사설을은 <민주당 '적폐 현황' 문건, 도 넘은 정치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나라에 대립과 갈등의 쇳소리만 점점 커지게 될 게 뻔하다"라는 문구로 마무리 하고 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보수 세력 궤멸을 위한 정치보복의 칼을 내려놓고, 야당과 협치를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 출국하면서 '감정풀이 정치 보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들은 바로 적폐청산의 대상이 아닌가?

우회적이지만 적폐청산을 비판하면서 협치를 하라는 주문도 있다. <중앙일보> 10월 27일 치에는 <'촛불 1년' 원로 7인의 제언... "촛불 2막은 협치">라는 제목으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협치를 현실에서 모색해가야 한다'라는 기사가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복수하려고 집권한 게 아니라면 이러면 안 된다고 본다"라며 "적폐청산이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협치를 하려면 적폐청산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협치의 대상과 청산의 대상은 같을 수 없다. 오히려 적폐청산은 제대로 된 협치를 위한 기본조건이다. 적폐를 덮기 위한 협치는 그냥 봉합일 뿐이고, 결국 그 적폐가 부활해 한국 사회를 다시 지배하게 된다. 한편, 정병헌 정무수석 측근들의 뇌물수수 사건과 같이 적폐 행태는 여당에도 존재한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여야를 망라해서 적폐청산 작업이 필요하다.

'이명박근혜'와 부역자들, 재벌과 정경련, 관피아, 검·경, 언론적폐, 교육적폐, 종교적폐, 국방비리, 종북몰이, 물질만능, 무한경쟁 등 한국 사회에 쌓여온 적폐와 그 세력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중장기적인 해결과제까지 구분은 하더라도 빠짐없이 청산해야 한다. 이에 관여된 자들은 협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수부터 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백의종군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적폐는?

▲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시장직을 잃게 된 권선택 대전시장이 지난 14일 오전 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힌 뒤, 시청을 떠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적폐청산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지역의 적폐다. 여의도와 청와대 그리고 광화문에서 적폐청산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중앙 언론에서는 적폐청산이 연일 기사 제목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지역 언론에 해당 지역의 적폐에 대한 기사는 별로 없다. 지역에는 청산할 적폐가 없기 때문은 아니다. 지역의 다수파 정치세력, 지역의 토호 자본, 공공기관 그리고 지역 언론 등은 긴밀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초·중·고 학연과 혈연, 혼인 등으로 더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1월 14일 민주당 소속인 권선택 대전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 전에 조성한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권선택 전 시장이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설립해 포럼 회비 명목으로 약 1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처럼 지역 기득권 세력과 유력인사들이 모이는 지역포럼에서 건강한 지역 전망을 만들기보다는 정치인에게 줄서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민주당이 만년 여당인 광주나 전남 등에서도 개발업자들의 인허가 문제 등이 지역 언론에 오르곤 한다. 민주당 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도 정치인과 지역 토호세력의 카르텔은 공고하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적폐행위에 면죄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경상도 지역의 적폐가 더욱 심각하다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정권교체 이후 경상도 지역의 기득권 세력은 적폐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크게 세 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내년 지방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경우다. 중앙 정치에서 친박을 내치면서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듯이, 지역에서도 친박 정치인이나 현직 단체장에게 책임을 씌우면서 쇄신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탄탄한 관변단체 조직력과 노인정 등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을 핑계를 정치보복을 한다' '전라도당이 지역까지 집권하면 경상도는 위험하다' 등의 내용을 전파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상도 수성에 실패하면 지역에서조차 적폐청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마지노선을 긋고 항전을 대비하고 있다.

반면에 정권교체가 되자 여당 바라기 행보를 하면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도 많다. 주로 이전 선거의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이나 다음 지방선거 공천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정치인들이다. <노무현입니다> 영화 상영장에 노란 옷을 입고 있는 새누리당 전 지방의원, 유력 국회의원의 강연장에 몰려오는 과거 새누리당 지역 정치인들이 있다.

새누리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지방선거 공천과 당선을 위해서 옷만 갈아입는 정치인이나 이를 심사하지 않는(혹은 할 수 없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적폐청산 없는 협치'가 연상된다. 조직력이 부족하니 일단 그들을 받아들여 지방선거를 승리하자는 생각이라면, 집권여당이 지역 적폐세력의 은신처가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일부 경우다. 이러한 행태는 두 정치세력이 비등한 정치구도나 주로 지역 기업인이나 관변단체에 속해 있는 사람의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권교체 이후 경상도에서는 중앙은 여당, 지역은 야당에 줄서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선거에서 유력한 여야의 후보들에게 모두 정치후원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후원과는 규모나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앙정치는 지역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 지역적폐의 연결고리는 당신의 상상보다 더욱 단단하고 복잡하고 견고하다. ⓒ pexels


지난해까지 경남 진주시민들은 세 명의 정치인 때문에 삼중고에 시달렸다.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가 권좌에서 내려오게 됐지만, 경남에는 홍준표 도지사가 있었다. 홍준표가 대선출마를 위해 도지사를 그만뒀지만, 진주에는 이창희 시장이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행정체계와 마찬가지로 중앙의 적폐, 광역단위의 적폐, 기초단위의 적폐는 상호 연결된 관계도 있지만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통해서 연결고리는 많이 약화되겠지만, 지역의 적폐청산이 자동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중앙정치가 지역의 적폐청산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일단 중앙에서는 지역적폐의 상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 해당 지역의 정치인이나 지역 언론 등을 통해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데, 그들의 관계 때문에 제한적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지역의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줄을 찾아다니면서 옷을 갈아입는 행태가 다반사인 경우에는 판단이 더욱 어렵다.

다음으로 알고도 눈을 감게 된다. 여당 바라기 정치인이나 토호세력을 무시하고 지역에서 정치를 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표가 되는 사람들이고, 큰 덩어리의 정치후원금이라는 유혹이 있다. 지역의 토호 자본이 지역 국회의원의 뒷바라지, 합법적인 후원금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다가 기초자치단체의 작은(?) 문제는 덮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더 큰 시·도지사,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중앙과 지역의 정치세력이 대립적인 경우는 지역 적폐청산의 한계가 더욱 심하다. 부산시장 서병수와 민주당의 부산 적폐에 대한 마찰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사건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인 원아시아 페스티발 등을 부산의 적폐로 지목했으나, 서병수 시장 측은 '부산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정치보복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해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위의 경우들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적폐의 청산은 중앙의 정권교체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지역의 적폐청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분권화만 추진되는 것은 오히려 지역 기득권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된다. 지역 정치인과 토호세력, 언론의 카르텔을 청산하는 과정이 동반돼야 제대로 된 분권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은 강력한 적폐청산의 드라이브가 추진되면서, 결국 지역주민들이 직접 기득권세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적폐 청산은 지역주민의 직접정치로

▲ 전진숙 '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지난 12월 20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주민소환 서명 수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고 있다. ⓒ 윤성효


홍준표는 경남도시자 시절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진주의료원을 폐지하는 등 경남 도민들의 삶의 시곗바늘을 반대로 돌려놨다. 이에 경남 주민들은 2016년 홍준표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주민소환제도의 문제점이나 공무원 조직과 사조직을 이용한 광범위한 방해로 소환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지역의 독재권력에 맞선 경남도민의 직접정치는 유의미한 실천이었다. 이와 함께 주민소환제 등 주민직접참여제도의 개선 과제들이 드러났다는 것도 중요한 교훈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대로 지역정치에도 적용되는 한국 정치에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단체장을 바꿔야 한다. 특히 경상도 지역은 내년 선거에서 현 단체장의 낙선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일당독재의 정치구도를 바꿔내야 적폐청산을 본격화 할 수 있다. 이는 중앙정치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이 해내야 한다. 경남 진주시에서는 이를 위해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2018 희망진주 시민의 길'이라는 유의미한 정치실험을 진행 중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정책을 생산하고 시장후보를 만드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과정이 바로 촛불의 정신이고 직접정치의 실험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주민의 직접정치 실험은 여러 지역에서 있었다. 그런데 일회적인 사안이나 일시적인 시기의 연대로 마무리되면서, 적폐청산이나 사업의 연속성도 약하다는 아쉬움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역의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고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대안을 생산하는 허브로써 지역 정치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해본다.

일부 지역에서 '풀뿌리옥천당' '마포파티' '과천풀뿌리' 등의 주민 직접정치 실험이 있었다. 보다 많은 지역에서 지역 정치조직 실험을 진행하고, 분권형 개헌이라는 흐름에 맞춰 지역정당(local party, 주민정당, 풀뿌리정당)을 제도화 시켜보자. 이러한 지역 정치조직이 전국적인 진보정치세력화를 위한 탄탄한 토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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