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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김치, 며느리 갖다 줘, 말어?

어느 시어머니의 고민... 아들네가 달라고 하면 줘야지

등록|2018.05.20 16:40 수정|2018.05.20 16:40

열무와 얼갈이 배추로 만든 햇김치... ⓒ 정현순


"웬걸 이렇게 많이 사세요?"
"딸도 주고 ....(며느리도 주고 혼자말로 들리는 둥 마는 둥)"
"그러시구나~~"

채소가게 여주인이 내가 김칫거리를 잔뜩 사니 하는 말이다. '딸도 주고'의 뒷말은 '며느리도 주고 싶어서'인데 그 말이 자신 있게 나오지 않았다. 며칠 전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다.

어느새 묵은 김치보다 햇김치가 입맛을 돋우는 요즘. 얼마 전 처음으로 햇김치를 맛보기로 조금 해서 먹으니 묵은지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입맛을 잃어가는 요즘 햇김치는 입맛을 당기게 한다.

얼갈이와 열무는 소금에 절이면 생각만큼 많지가 않기도 하고 생각 같아서는 딸도 주고 며느리도 주고 싶은 마음에 넉넉히 산 것이 사실이다.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면서도 많이 샀던 이유는 그래도 며느리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하지만 며칠 전 친구가 했던 말이 김치를 다하도록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김치찌개가 아주 맛있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저녁을 먹을 무렵이고 맛있게 된 김치찌개를 보니 아들 생각이 나더란다. 그의 말에 나도 100%, 아니 그 이상 공감한다. 맛있게 된 음식을 보면 자식들이 생각나는 것은 세상 어떤 부모도 똑같을 것이다.

그 친구는 아들과 한 아파트 단지에서 동만 다르게 산다. 그래서 며느리한테 전화를 했단다. "김치찌개 맛있게 되어서 너희들 생각나는데 좀 갖다 주고 싶다"했더니 며느리가 처음 반응이 시원치 않다고 했다. 그래도 친구는 "내가 김치찌개만 주고 금세 나올 거야"해서 갖다 주었다고 한다. 그는  김치찌개만 건네주고 정말 5분도 안 있다가 나왔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을 아들며느리를 생각하니 좋은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에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고개가 끄덕여진다.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한 가지가 또 생각났다. 아들집에 반찬을 갖다 주고 싶으면 경비실에 맡기고 가는 시어머니를 좋아한다고. 그 외에도 이런 저런 떠도는 말은 많다. 내가 시어머니가 되어 보니 그런 말들이 아주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반찬 정도는 망설임 없이 갖다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딸아이네는 같은 단지에 살고 아들은 한 단지에는 살지는 않지만 담 하나를 두고 5분 거리에 살고 있다. 자식들이 가까이 사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고 자주 가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우린 우리 대로 사생활이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그 친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느새 김치가 다 버무려졌다. 딸아이네 줄 것과 우리 것을 따로 담아 놨다. 며느리는 어떻게 할까? 그런대로 맛있게 되었으니 우리만 먹는 것보다 주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했다. '햇김치가 맛있게 되었는데 어떻게 할까?' 하고 카카오톡에 올려볼까? 아님 내가 갖다 줄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결정을 내렸다. 내 마음은 서운하지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 다음에 그 애들이 우리 집에 와서 김치를 먹어보고 맛있으니 조금 달라고 하면 그때 나누어주자 했다.

저녁에 남편이 저녁을 먹으면서 "김치 맛있다. 애들 좀 갖다 주지"한다.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게"하곤 말았다. 입맛에 맞는 김치를 보니 남편도 아들 생각이 났나 보다. 그런 마음은 아버지나 엄마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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