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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술독에 빠졌던 '강남 엄친아', 위기청소년을 응원하다

[희망의 한판승 5화]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 임진성 위원장

등록|2018.06.19 09:59 수정|2018.06.19 14:26

▲ 미혼모 아기 돌잔치에 참석한 임진성 위원장(뒷줄 맨 오른쪽 끝)? ⓒ 임종진


지난해 '소년희망공장'의 앞날은 캄캄했습니다

2016년 9월 경기도 부천시에 20평 크기의 가게를 임대해 '소년희망공장'을 시작했습니다. 3명 중 2명은 망한다는 자영업에 장사의 '장'자도 모른 채 뛰어든 것입니다. 장사하면 돈 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돈 벌기는커녕 월세와 인건비에 시달리면서 장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의 늪에 빠졌습니다.

4073명이 후원해준 돈으로 세운 '소년희망공장', 소년원 출원생을 비롯한 위기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거리를 떠도는 위기청소년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만든 '소년희망공장', 그래서 돈을 벌어야만 했는데 운영난이 가중되면서 폐업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 이대로 '소년희망공장' 문을 닫아야 하나?

"'소년희망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몰려오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날마다 새벽에 깨어 '어찌하여, 이 아이들을 외면하시냐!'고 눈물로 기도하던 지난해 2월 오후였습니다. 휴대폰에 '임진성 1천만 원 입금'이란 문자가 찍혀서 통장을 확인해보니 후원금 1천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기도에 응답받고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소년희망공장' 책임을 떠맡은 아내(최승주)의 말입니다. 아내는 그때를 상기하면서 울먹였습니다. 임진성(39) 변호사의 후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첫 후원한지 두 달 후인 지난해 4월, 2천만 원을 더 후원했습니다. 후원금 전달식이나 감사패 전달 등은 하지 않았습니다. 후원금 1천만 원은 '소년희망공장'을 살리는데 사용됐고 2천만 원은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종자돈이 됐습니다.

[인터뷰]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장 임진성 변호사

▲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 임진성 변호사 . ⓒ 조호진


그는 후원을 하면서도 단 한 번 생색을 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미혼모 아기 돌잔치 등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 참석을 요청하면 어김없이 찾아와 봉투를 쥐어주면서 따뜻하게 위로하고 축하했을 뿐입니다. 그에게 '소년희망센터' 건립 추진위원장이란 무거운 십자가를 져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는 강남 출신 '엄친아'입니다. 외고와 명문대 출신으로 회계사이자 변호사입니다. 이런 그가 위기청소년의 아픔을 알까? 라는 생각으로 질문했는데 우문이었습니다. 임진성 변호사도 아픔이 없진 않았습니다. 이 세대 청소년 중에 위기청소년 아닌 청소년이 혹시 있을까요. 이 세대 가정 중에 위기 가정 아닌 가정이 얼마나 될까요. 이 세대 어른 중에 위기 어른이 아닌 어른이 얼마나 될까요.

지난 3월 임진성 변호사를 만나 추진위원장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그가 속한 '법무법인 한누리'에서 강남 엄친아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그가 들려준 진실한 고백을 나눕니다.

- 한누리는 어떤 법무법인인가요.
"'한누리'는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 증시 관련해 소액주주를 대변한 로펌으로 대우전자 분식회계 소송에서 8년간의 소송 끝에 소액주주들에게 승리를 안긴 것을 비롯해 세실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관련 소송, 글로웍스 주가조작사건, 우리파워인컴펀드소송, ELS 시세조종사건 등에서 대형로펌을 동원한 재벌회사에 맞서면서 승소했습니다."

▲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는 지난 4월 10일 발족했다. 발족식에서 박수치고 있는 임진성 위원장. ⓒ 조호진


- 위기청소년에 관심 갖게 된 동기는.
"어머니가 소년원에서 8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주로 면회를 올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과 가정이 해체되거나 결손가정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주고 계십니다. 어머니를 통해 위기청소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소년희망공장'에 후원한 이유는.
"교우로부터 <소년의 눈물>을 선물로 받아서 읽는데 내용이 너무 무겁고 아파 계속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음이 진정되면 접었던 책을 다시 펴들고, 힘들면 다시 접기를 반복하면서 겨우 다 읽었는데 아이들의 아픔이 제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년의 눈물> 후원금으로 만든 '소년희망공장'을 방문했는데 경영난이 심각한 것을 알게 돼 후원했습니다."

임진성 변호사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소년희망공장'과 '소년희망센터'뿐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곳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돕는다고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에게 맡겨진 재정을 필요한 곳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 '소년희망센터' 건립 추진위원장을 수락한 까닭은?
"두 가지 이유로 수락했습니다. 첫 번째는 진실한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고 두 번째는 위기청소년들의 아픔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위기청소년들처럼 가정해체와 가난의 고통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소년의 눈물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위기청소년들에게 미안합니다."

지난 3월 '소년희망센터' 추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차마 거절하지 못한 그는 한참 고개 숙이다가 눈물로 수락했습니다.

▲ 지난 4월 10일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 이날 9명의 추진위원이 참여했다. ⓒ 조호진


- 임 변호사에게 위기청소년은 무엇이고 '소년희망센터'는 어떤 의미입니까.
"게임중독과 술독에 빠져서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시는 게임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의지와 달리 게임에 빠졌습니다. 술에 잔뜩 취한 다음 날 아침, 후회가 밀려오면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그날 저녁이면 또 술을 마셨고 주사를 부렸습니다.

위기청소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죄를 짓고 싶어서 죄를 짓는 위기청소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년들도 어둠이 아닌 빛이 되어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둠에 휩싸여 살고 있는 환경 때문에 어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죄를 짓게 됩니다.

소년들이 지은 죄의 절반은 소년에게 물어야합니다. 하지만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이 사회와 어른들이 절반의 책임져야한다는 게 법률가로서 생각입니다. 뜻 있는 어른들이 모여서 '소년희망센터'를 만드는 것은 절반의 책임을 지기 위함입니다. '소년희망센터'가 어둠 속에 있는 소년들을 빛으로 이끄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요.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회에는 목사, 교수, 시인 등 저보다 경험과 연륜이 많은 추진위원들이 계십니다. 추진위원님들에게 많이 배우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추진하겠습니다."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은 김광민(변호사․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김재영(재미교포) 김종택(목사․수원대대학원 교수)박찬수(안양성문고 역사교사) 박영하(서울대 인성교육연구센터 선임연구원·교육학박사) 박용호(전 인천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 임형욱(시인․행복한책읽기 출판사 대표) 윤인영(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구홍(미국 교통국 교통전문가․고려대 초빙교수) 정세훈 시인(인천민예총 이사장) 한필운(변호사․민변 인천지부 사무국장) 최승주(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대표) 등 13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남 엄친아는 어떻게 게임중독자가 됐나 

▲ 엄친아였던 임진성 변호사는 일등을 향해 달리다 게임중독에 빠졌다. ⓒ 조호진


- 청소년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
"그냥 보통의 청소년이었습니다. 외고(한영외고)에 진학하면서 외고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게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 어떤 문제가 생겼나요.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에서는 동아리 활동에 푹 빠졌습니다.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집회, 추모제, 문화제 등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2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 와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2004년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준비하는데 압박감에 시달렸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게임에 빠졌습니다. 3개월간을 아침 8시에 PC방에 가서 밤 10시까지 하루 14시간가량을 게임했습니다. 그러다 시험장에 갔는데 문제를 풀 수가 없어서 시험지를 덮어놓고 잠잤습니다."

- '엄친아'로만 알았는데...
"자괴감과 패배감에 시달리다 겨우 힘을 내서 2005년 2차 시험을 다시 준비했는데 시험을 3개월 앞두고 또 다시 게임에 빠졌습니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더 쉽게 유혹에 넘어갔고 두 번째 2차 시험 당일에는 시험장이 아닌 PC방에 있었습니다. 2006년 시험에서 1차에 또 합격했지만 또 다시 게임의 유혹에 빠졌고 또 다시 2차 시험을 보지 않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폐인 상태였습니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어머니와 목사님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덕분에 2007년 또 다시 2차 시험을 준비했지만 시험 한 달 반을 앞두고 게임의 유혹이 또 시작됐습니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냥 기도가 아니라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저 좀 살려달라고, 게임의 유혹을 이기게 해달라고 간구한 끝에 4번째 만에 겨우 합격했습니다."

▲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1000km를 달린 라이더들로부터 응원 플래카드를 전달받고 있는 임진성 위원장. ⓒ 조호진


- 위기와 방황이 끝났나요.
"아닙니다. 삼일회계법인에 취업해서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술을 마셨는데 정도를 넘어서면서 심신이 피폐해졌습니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아무리 게임을 해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선 돈을 많이 번다고 부러워했지만 마음은 늘 공허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어떤 삶이 인간다운 삶일까? 수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이 세대는 양심과 정의, 나눔과 사랑보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성공한 삶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성공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외고와 소위 명문대 그리고, 회계사와 변호사가 됐지만 또 다시 일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일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일등을 향해 달려간다면 저는 욕망의 노예로 불행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임중독과 술독이 저를 황폐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방황하던 그 시간이 저를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만일 승승장구했다면 저는 오만한 인간, 눈물을 모르는 형편없는 인간으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 변화의 가장 큰 힘은.
"어머니의 눈물과 신앙(기독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수재였던 형(서울대 법대)과 저를 일등 인생으로 만들고 싶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형과 제가 한때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형과 저에 대한 기대를 내려 놓으셨습니다. 대신에 소년원 봉사를 하고 더 어려운 이웃을 살피면서 마음을 달래셨습니다. 저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시던 어머니가 세상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따르며 살자고 하시면서 비로소 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 삶의 푯대로 삼는 경구가 있다면.
"성경 중에 로마서 12장 2절 "너희는 이 세대를 본 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는 말씀입니다, 한때는 일등 인생이 되고 싶어 달려갔지만 그런 인생이 헛되고 헛될 뿐이란 것을 깨달으면서 욕망에 의해 피폐해지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아야겠다고 자꾸 다짐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사랑의 채무자 임진성 변호사의 다짐  

▲ 지난 5월 26일 결혼한 임진성 변호사 부부. ? ⓒ 조호진


임진성 위원장은 지난 5월 26일 결혼했습니다. 그에겐 아름다운 신부가 있고 장인장모와 일가친지를 비롯한 수많은 눈길이 있음에도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했습니다. 그것은 통회와 자복을 통해 진실한 삶의 길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어머니와 작은 교회 목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채무자입니다. 그는 위기청소년들에게 이런 마음으로 아름다운 채무를 갚겠다고 두 손 모아 다짐했습니다.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요한1서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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