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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년보다 1살 많은 거? 전혀 문제 되지 않아요"

꿈틀리 졸업생 김민진 학생의 이야기

등록|2018.07.17 10:44 수정|2018.07.17 10:44

▲ 김민진 학생 ⓒ 꿈틀리 인생학교


꿈틀리 인생학교를 졸업하는 날, 펑펑 울었다. 집으로 가는 길, 자동차 안에서 선생님 편지를 읽으면서 울고, 또 울었다. 태어나 그렇게 서럽게 운 기억은 없다. 전날까지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꿈틀리에서 보낸 시간이 좋았고 아쉬웠다.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말도 눈물샘을 자극했다. 자세히 떠오르지 않지만 내가 '좋은 아이'라고 말해준 게 너무나 감사하고 안심이 됐다.

꿈틀리 인생학교에 가다

돌아보면,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학원이 끝나고 엄마를 만나 우동 집에 갔다.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꿈틀리 인생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여길 다녀 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러면서 꺼낸 게 친하게 지내는 민서 언니였다. 당시 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두려웠다.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럴 때, 아는 사람이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옆을 볼 자유'를 보냈다고 하니, 마음이 끌렸다. 1년 늦게 고등학교에 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틀리 인생학교에 가기로 했다.

꿈틀리에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한 번은 잠들기 전에 친구와 말다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도 아니었는데, 그랬다. 이튿날 아침,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마음을 풀었다. 지금껏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이런 적이 없었다. 어물쩍 넘기기 일쑤였는데, 처음으로 친구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게 됐다. 그동안 갈등을 푸는 게 너무 어려워 피해왔던 내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좋았던 기억이 많으나 아쉬운 일도 있다. 꿈틀리 인생학교를 다니며 가장 많이 한 말은, '개인 공간이 없어 힘들다'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간관계나 단체 생활이 내게 큰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는 불안한 감정에 힘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은데,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으나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 활용을 잘 못 해서 초조했고, 무얼 해야 좋을지 몰라 헤맸다.  

아무튼, 이렇게 꿈틀리 인생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 달 동안 집에만 있었다. 침대에 누워 뒹굴기만 했다. 이런 생활을 깨려 친구와 함께 수학 과외를 했으나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1년간 옆을 본 시간이 남긴 것

▲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의 모습 ⓒ 꿈틀리 인생학교


교복을 맞췄다. 새 학교에 가기 위해서다.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닐 생각을 하니 답답했다. 교복 바지를 산 게 유일한 위로였다. 이젠, 겨울에 다리가 따뜻할 생각을 하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고등학교 예비 소집일이 다가왔다. 학교에 가기 싫었다. 슬픈 상상들만 떠올랐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너무 여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일반 학교에 적응 못 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시험을 망해서 울고 있는 모습도 떠올랐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같은 학교에 가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난 낯을 많이 가린다. 친화력도 꽝이다. 그래서다. 고등학교 첫 등굣길, 두려웠다. 1년간 혼자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혼자 있던 내게 친구가 먼저 다가왔다. 말을 걸어주고 전화번호도 따갔다. 이렇게 친구가 하나둘 늘어갔고, 지금은 내가 상상한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다. 입학하기 전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난 잘 적응해가고 있다. 여전히 조용히 잘살고 있다. 중학교 때처럼 오전 수업에 잠깐 조는 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친구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담임선생님도 "3월 지나니 표정이 정말 좋아졌다."라고 했다. 

좋아하는 동아리에도 들었다. 예전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싫어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참았는데, 이번엔 합창부에 들어가게 됐다. 음악 선생님이 "잘할 것 같다"라고 말해준 게 힘이 됐다.

누군가는 묻는다. 1년간 옆을 보고 다시 일반 학교생활을 하는 게 어렵지 않은지. 직접 겪어보니 이렇다. 같은 학년보다 1살 많은 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16~18살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일까? 나이 때문에 학교생활이 틀어진 적은 없다. 오히려 친구의 범위가 넓어졌다. 같은 반 아이도 친구가 됐고, 학년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나이가 같아 친구가 된 아이도 있다.

그래서다. 1년 늦게 간다고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가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배운 거다.

"늦게 가도 괜찮아."

꿈틀리 인생학교란?

덴마크가 국가별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제도에 있습니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 인생학교는 청소년들이 '옆을 볼 자유'를 실컷 누리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꿈틀리 인생학교를 참고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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