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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00년 정당' 만들기, 이렇게 해야 가능하다

정책정당으로의 길과 정책전문위원의 정당 소속화

등록|2018.07.30 17:04 수정|2018.07.30 17:38
집권 여당 내에서 20년 이상 집권하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전에도 '100년 정당'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의 시점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에서 정당만큼 불신을 받는 존재를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은 언제나 그저 모래성일 뿐이었다. 단지 눈앞의 선거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가는 어느덧 신기루처럼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해방 후 이 땅에 출현했던 정당의 이름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른다. 최근 2, 3년만 해도 정당 이름은 열 개도 넘게 명멸(明滅)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정당다운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무릇 정당다운 정당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책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정책정당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오늘 우리의 정치 현실은 실로 반근착절(盤根錯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문제를 풀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어려운 과제일지라도, 오늘 우리는 추상 차원으로만 치닫는 온갖 현학과 양비론 그리고 패배주의를 극복하여 실현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실용적 자세로써 한 걸음 또 한 걸음 착실하게 전진해야 할 일이다.

특히 그간 어느 정당이든 그 소속 연구소는 지속가능한 조직이지 못했다. 고작해야 당 실권자의 사적 영역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 채 결국 성과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인재영입도 그때그때 선거에 임시미봉책으로 유명 인사들을 이미지 메이킹이나 상표 표절 혹은 포장 차원에서 이용해왔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이 땅의 정당과 정치는 더욱 천민화되어갔다.

독일 의회와 우리 국회의 유사성 그리고 차별성

▲ 국회의사당 전경. ⓒ freeimages


지금 국민들은 1년 열두 달 매일 같이 정당 간에 지치지도 않고 정쟁이 발생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에 절망한다.

사람들은 독일 의회는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독일 의회 역시 우리처럼 정당 간에는 거의 모든 정책에서 대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당에 의하여 의원들의 의회 진출이 좌우된다. 또 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정책에 순응하며, 당론에 배치되는 발언을 하기 어렵다. 독일 연방의회의 운영 역시 철저히 정당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 정당은 계층제적 통제 중심으로 되어 있다.

여기까지 독일 의회와 우리 국회는 대단히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단계부터는 '역시' 우리의 처음 생각대로 전혀 상이하다.

독일 정당의 정책 전문성은 정당의 전문성에 의해 좌우된다. 독일 의회는 입법 활동과 정책전문성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즉, 위원회에서 정당 간에 협상을 하기 전에 각 정당이 상임위원회별로 특정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의 진행을 통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독일 의회는 각 정당 내 상임위원회마다 소그룹이 운영되며, 의원들은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정당 소속 정책 전문위원들과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서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상임위 의제를 사전에 토론하고 조율한다. 당연히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도 향상되고 각 정당의 전문성도 증대되며 이는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진다. 소그룹에서 채택된 사항은 대부분 그대로 정당 전체의 견해로 채택된다.

정책전문위원의 정당 소속화는 정책정당으로의 확고한 토대

의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의회는 행정부에 비견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의회의 전문성 확보는 곧 의회의 기능 회복과 직결된 문제이다. 정당 소속의 의회 정책 전문위원을 토대로 하여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이 만들어지고, 의원들과 정책 전문위원들과의 상시적인 접촉을 통하여 정책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의회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특히 의회의 상임위원회는 정당 간 정책경쟁의 장(場)으로서 상임위원회를 지원하는 입법조직 역시 당연히 정당에 소속된다.

독일 의회의 경우 상임위원회 입법지원 조직은 2004년 현재 837명이었다. 이 837명 중에는 행정인력, 기술인력 등이 포함되어 있고, 정책전문가와 비정책전문가 비율은 4:6 정도이다. 이들의 채용, 계약, 보수는 교섭단체가 관할하며, 인원 배정은 교섭단체별 의원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한편 미국 의회에서 각 상임위원회 입법지원 조직은 30명의 스태프로 이뤄지는데, 이 중 소수당은 최소 1/3을 요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각 정당에 독일처럼 실제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 정책 전문위원들을 소속시켜야 한다. 독일 의회의 경우를 우리 국회에 적용시키면 약 200명 정도의 정책 전문위원을 각 정당에 소속시킬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각 정당은 국회에서 예산이 지출되는 최고 수준의 100명 내외의 정책전문가를 보유하게 된다. 이 정도 숫자의 전문가그룹 조직이라면, 현재 행정부의 어떤 부처나 소속 연구소 그리고 재벌기업의 연구소를 능가할 수 있는 정책역량이다. 이들 '명실상부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상임위원회에 대한 실제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현재 왜곡되고 부실화된 상임위원회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일 뿐 아니라 정당의 정책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정책 정당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는 곧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져 이 땅의 의회민주주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20년 집권', '100년 정당'으로 가는 전제 조건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국보위에 의해 세계 의회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이 국회 입법시스템으로 정착된 국회 전문위원 제도는 그간 우리 국회를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되어 왔다. 이는 국민의 대의권(代議權)과 입법권 그리고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회의원의 입법권에 대한 명백한 직무유기로서 오늘 '일하지 않는 국회'의 근본 요인이다.

이 제도를 혁신하지 않고서는 결코 정상적인 국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그 부정적 측면을 역동성으로 바꿔내야 한다. 이는 '일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로 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20년 집권'을 꿈꾸려면, 그리고 '100년 정당'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최고 수준의 정책 전문위원 그룹을 정당에 소속시킴으로써 굳건한 정책정당을 구축해내야 한다. 이 방안은 사회 유명인사 영입 등 임시미봉책의 주먹구구식 인재충원 방식을 극복하고 유능한 정치신인 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정당의 재생산구조를 확고하게 구축해낼 것이다. 바로 이 길이 '20년 집권'과 '100년 정당'을 현실화할 수 있는 핵심적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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