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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드라마와 현실 사이

[주장] 국공립 병원은 공공성이 먼저다.

등록|2018.08.06 15:39 수정|2018.08.06 15:48

▲ <라이프>의 한 장면 ⓒ JTBC


요즘 눈길을 끄는 TV 드라마가 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JTBC의 '라이프'다. 방영 전 조승우와 이동욱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방영되었던 드라마 '비밀의 숲'에 출연한 조승우와 작가 이수연이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목받았다.

'라이프'에서 구승효(조승우)는 병원을 가진 사학재단을 인수한 기업 소속으로, 대학병원의 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병원 총괄사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병원이란 조직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부족한 구승효는 기존에 가진 기업인의 눈으로 병원을 바라보고, 기업 논리로 병원을 경영하려고 한다. '의료'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시를 하게 된다. 핵심은 수익 확대다.

구승효는 병원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성과제 도입을 추진하고 실적이 부진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센터 인력의 지방 파견을 발표한다. 이에 의료진이 반발하고 파업을 결정하자 구승효는 본사 구조 조정실을 통해 경영 진단을 시행하여 맞불 작전을 펼치며 대치하게 된다.

이렇게 병원에서 자본의 논리와 의료 분야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을 보면서 지난 정권 논란이 되었던 '의료 민영화', '영리 병원'의 씁쓸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돈의 가치가 강조되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가진 위험성을 돌아보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지인과 실제 병원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지인이 전하는 병원의 이야기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입장에서 다소 충격적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이 극적 요소를 위해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한다. 일반 기업이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듯이 병원도 수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불필요한 검사·진료를 추가하고 방문객을 늘리는 갖가지 수법도 등장한다. 진료 부서마다 수익 실적을 비교하고, 성과가 낮은 부서에는 '패널티'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환자를 늘리고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병원의 중심이 기울어있음을 말해준다.

국공립 병원의 어긋난 현실

이와 같은 의료기관의 병폐가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나 일부 민간병원에 국한된 것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을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병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은 다를지 궁금해진다. 모든 기관의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성과주의제도가 도입되고,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받는 공공기관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는 가정 하에 지적된 문제를 통해 현실을 짐작해볼 수 있다.

국·공립병원이 국민이 '기대하는' 바와 달리 운영되는 것은 부적절한 평가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조직 관리 형태상 자율성을 주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경찰병원, 국립재활원 등 9개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은 책임운영기관으로서 매년 약속한 성과목표 달성 수준을 바탕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문제는 평가 기준과 지표가 공공의료기관의 핵심인 공공성에 무게가 있기보다는 '진료 서비스 수혜자 확대'에 있다는 것이다. '환자 늘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공의료기관이 준비하고, 훈련해야 할 업무들은 뒤로 밀려나게 된다. 성과 올리기와 효율성 가치에 매몰되어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구조 때문에 책임운영기관에 속한 국립병원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국립병원이 돈 버는 기업인가'라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한다. 국립병원의 운영 원리와 문화가 점점 왜곡되는 현실을 지적하는 공무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료 기관 종사자로서 겪는 혼란은 민간 병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의 문제가 결코 작가의 상상 속에만, 실제 민간병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를 통해 전해지는 안타까움은 보는 사람의 감정선에서 끝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병원의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국공립병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수익성을 우선한다면 더욱 우려스럽다. 민간에도 수많은 병원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별도로 병원을 운영하는 이유와 목적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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