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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불타는' BMW와 국가주의

사회문제와 정부 개입의 수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록|2018.08.09 15:40 수정|2018.08.09 15:40

▲ 고속도로를 달리던 BMW 차량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꺼졌다. ⓒ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벤츠와 함께 독일 명차로 인기가 높은 BMW가 말썽이다. 운행 중 엔진 부분에서 불이 나고, 차량이 전소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불에 탄 BMW 차량이 36대라고 하니, 가히 달리는 시한폭탄이라고 할 만하다.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고 있지만, 점검 대기 시간도 길다. 차량 소유주들의 불만과 걱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도로에서 달리던 차에서 불이 나면 탑승한 사람들의 안전만이 아니라, 운행 중인 다른 차량과 추돌 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을 주시하던 국토교통부는 일주일 전 리콜 대상인 BMW 차량에 대해 '운행 자제'를 권고했고, 8일에는 '운행 정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자동차에 대해선 자치단체장이 운행을 제한할 수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강제 운행 정지에 대해선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좀 더 강력한 수단을 고려하게 되었다.

이렇게 정부가 결함 있는 차량의 위험성을 근거로 '자제', '정지'를 검토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 전 때 아닌 '국가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부에 대한 '국가주의' 비판이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먹방' 규제나 초·중·고 내 커피자판기 설치 금지법부터 적폐 청산까지 거론하며,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의미로 국가주의 딱지를 붙였다. 이후 주류 보수언론은 정치권의 국가주의 논쟁을 다루었고,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도 국가주의로 몰아갔다. 우리 역사 속에서 국가주의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정부에 덧칠하고 싶은 의도가 깔린 비판이다.

국가주의와 정부 개입

'위키백과'에 따르면 국가주의(Statism)는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 권력이 경제나 사회 정책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조'를 의미한다. 국가주의는 국가 권력의 크기와 통제 범위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보통 부정적으로 파시즘과 나치즘, 중남미 지역의 독재 정권 등 전체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경우도 군사 독재정권을 통해 강한 국가주의를 경험한 바 있다. 세계가 점점 민주화되고, 사회가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면서 국가주의로 한 나라의 운영 이념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불타는' BMW 차량 운행 중지와 청소년들의 건강, 식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먹방'과 학교 내 커피자판기 설치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과연 과도한 것일까?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 개입의 시기와 수준, 방식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정부가 뭐라도 했으면, 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부가 위험 상황에 놓인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관을 '온정주의적 국가관'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도록 하거나 차량에 탑승해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 등 대부분 안전에 관한 규제는 온정주의적 국가관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온정주의적 국가관 또한 넓은 국가주의의 단면이다. 분명히 국가가 개인의 행동과 선택에 제약을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언급한 규제가 쓸데없다고 하지 않는다. 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정한 규칙으로 이해된다. 또한, 국민은 문제의 심각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 시민사회와 시장에서 자체 해결이 불가능할 때 정부의 대응을 요구한다. BMW 차량이 한두 대 문제가 있었을 때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은 어떻게든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타이밍'과 방식에 대한 고민은 있으나 먹방과 커피자판기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국민적 동의와 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적 정서를 넘어선 과도한 개입은 또 다른 논란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은 정책으로 맺어진 특수 관계다. 개인이 독립적으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할 수 없기에 집단을 만들고 국가를 형성하였다. 그 국가는 정책을 수단으로 일하고, 시장과 시민사회에 개입한다. 국가의 개입 수준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논쟁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보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이 자유로울 때 국가와 국민은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비록 먹방으로 시작된 정치권의 국가주의 논쟁이 정치적 의도로 인해 흐지부지됐지만,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은 작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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