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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교회 미워서가 아니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

[동명교회 신축 논란 ②] 임택 광주 동구청장 찾아간 주민들의 호소

등록|2018.08.14 20:06 수정|2018.08.14 20:06

▲ 광주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동명교회가 지금 규모보다 약 2.5배가 더 크게 교회를 신축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그림은 동명교회 신축 조감도) ⓒ 동명교회


'메머드 급 신축' 논란을 빚고 있는 동명교회가 광주 동명동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민들 대표는 그동안 받은 동명교회 신축 반대 탄원서를 들고 임택 광주 동구청장을 방문해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14일 오후 2시 40분께, 광주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동명교회의 신축을 반대하는 주민들 대표가 임택 광주 동구청장을 찾았다. 주민들 대표는 "동명교회는 동명교회만의 재산이 아닌 동명동의 살아있는 역사"라면서 "구청장이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라고 부탁했다.

동명동에서 30년 넘게 살았고, 지금도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복현씨는 "서울이나 군산에서는 동명동 같은 역사적인 골목을 살리려고 난리"라면서 "그러잖아도 큰 교회를 다시 더 크게 짓겠다고 하면 동명동 골목마다 배어있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사라지게 된다"라고 아쉬워 했다.

주민들이 동명교회 신축에 반대하는 이유

"동명교회는 70년 된 교회다. 동명교회와 추억 하나 없는 주민이 없다. 엊그제도 친구들과 함께 앉으니 누구는 거기서 성가대를 했고, 누구는 거기서 결혼식을 했다더라. 교회가 투기꾼인가, 신도 몇 명 더 데리고 오겠다고 동명교회와 70년 추억을 간직하고 살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아야 하는가. 교회가 미워서가 아니다.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동명교회와 함께 지키고 싶어서다."

동명동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배아무개씨는 "동명교회 신축 심의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동구청 공무원에게 그렇게 요구했지만 그냥 무시하더라"면서 "동명교회가 그렇게 무서운 조직인 줄 그때 알았다, 동구청이 주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에 대단히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배씨는 "심지어 구청은 건축 심의가 끝나고서도 심의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라면서 "담당 공무원이 공개할 수 없는 이유라고 근거를 댄 건축법 시행령을 읽고 또 읽어봐도 공개하라는 말밖에 없더라, 어떻게 이런 공무원이 있나"라고 개탄했다.

구청장의 면담에 함께 자리한 한 주민은 "저토록 큰 규모의 공사가 시작되면 빨리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동명동 주민들은 엄청난 공사 소음과 분진으로 일상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동명교회가 동네와 함께 어울리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게 구청장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임택 동구청장 "주민들과 교회 측, 충분한 대화 필요하다"

▲ 14일 오후, 구청장실을 찾아온 동명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는 임택 광주 동구청장. ⓒ 이주빈


주민들의 호소를 들은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여러분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거나 하면 구청이 법적 분쟁에 휘둘릴 소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구청이 동명동 주민들과 광주시민의 반대가 높고, 언론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런 상황을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임 구청장은 "아직 건축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과 교회 측이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라면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동명동은 광주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한때는 광주시장 관사와 전남도교육감 관사, 광주미문화원장 관사 등이 즐비하고 광주의 중산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동명교회 역시 동명동에 자리를 튼 지 70년이 되는 광주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로, 연면적이 3511㎡에 달한다. 교회 측은 이보다 약 2.5배가 더 큰 규모(연면적 1만1634㎡,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로 교회건물을 새로 지으려 하고 있다.

주민들은 "동명동과 함께 광주의 대표적인 역사마을인 양림동에선 선교사가 잠시 머물렀던 기숙사까지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며 역사문화도시로 가꾸고 있다"라면서 "결코 양림동에 비해 역사문화자원이 부족하지 않은 동명동에 이미 충분히 큰 대형교회를 갖고 있는 동명교회가 기존 교회를 허물고 새로운 대형교회를 짓는다는 것은 역사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몰지각한 일"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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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 설립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 동명교회는, 동명동 주거지역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광주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중 하나다.(사진은 동명교회 본당이 아닌 별관 격인 교육관과 교육문화관)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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