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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서 만난 남북 교민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AG 여자농구 단일팀 응원 나선 남북응원단, '작은 통일' 경험 중

등록|2018.08.18 16:22 수정|2018.08.18 16:22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꽁꽁 묶어야 하는데'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X조 예선 남북 단일팀과 대만의 경기. 남북단일팀 남측 김한별(왼쪽)과 북측 로숙영이 대만 골밑 공격을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막을 내리고,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들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 기대가 통했던 걸까. 남과 북은 아시안게임 개·폐막식에서 공동 입장하고 여자농구를 포함한 세 가지 종목에서 단일팀을 이뤄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올해 6월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인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은 '평화 아시안게임'을 향한 부푼 마음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꿈꾸는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아래 자카르타 통일위원회)를 꾸려 이번 아시안게임을 '평화 아시안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

자카르타 통일위원회는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제출하고, 인도네시아 북측 대사관과 연락을 취하면서 아시안게임 기간 중 협력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의논했다. 안타깝게도 계획한 많은 일들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에 응원단을 꾸려 참석하게 됐다.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 응원을 위해 현수막과 응원 도구를 제작하고 현지 재외동포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다. 자카르타 통일위원회가 조직한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를 비롯해, 남측 주민과 북측 대사관 직원 가족 위주의 북측 주민들이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에서 만나 열띤 응원을 펼쳤다.

자카르타에서 경험하고 있는 '작은 통일'

▲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를 비롯한 남북 주민들이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에서 함께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박준영


응원단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전, 17일 대만전을 함께 응원했다. 남과 북의 교민들은 처음엔 서로 낯설어했지만, 금방 한 마음으로 "이겨라! 코리아!"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경기에서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15일 인도네이사전은 108-40 대승을 거뒀고, 17일 대만전은 85-87로 아깝게 패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응원에 참여한 남과 북의 교민 중 어린 아이들이 가장 먼저 화합을 이뤘다. 특히 북측 동포 중 말이 통하던 또래 친구가 없던 아이는 남측에서 응원 온 아이들과 간식을 나눠먹고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응원석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에 놓인 벽이 허물어졌다. 함께 탄성과 환호를 내질렀고, 경기 관람 중 놓친 장면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각자의 응원도구를 들고 응원하던 남북응원단은 이내 서로의 응원도구를 나눠들고 응원했다. 경기에서 이긴 날은 '다음 경기에서도 이깁시다!', 경기에서 진 날은 '다음엔 꼭 이깁시다!' 하면서 헤어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를 함께 응원한 남과 북의 교민들은 경기마다 '작은 통일'을 경험하고 있다.

▲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가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 이후 경기장 스태프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박준영


'S.P.Ring 세계시민연대'에 소속된 세계 각국의 15개 재외동포 시민단체들도 남북 단일팀 결성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자카르타로 현수막을 보내줬다. 경기마다 걸린 S.P.Ring 세계시민연대 현수막은 많은 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평화 통일을 위한 열망이 전세계에 얼마나 넓게 퍼져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어떻게 하나로 모일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는 그 모든 마음까지 대신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더 힘을 내 응원에 임하고 있다.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마다 '작은 통일'을 경험한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는 확신한다. 이 '작은 통일'을 남과 북의 더 많은 사람이 '작은 통일'을 느껴봐야 한다고. '우리는 하나'라는게 무엇인지, '평화 통일'은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남은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에서 단일팀 선수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공동 응원을 펼치는 남과 북의 주민들이 더 애틋한 '작은 통일'을 경험하길 바란다.

▲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장에 S.P.Ring 세계시민연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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