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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룸촌은 지금 외국인들과 '쓰레기 전쟁' 중

충남 태안, 무단투기 쓰레기로 몸살... 단기 체류 이주노동자들이라 단속도 어려워

등록|2018.08.31 18:11 수정|2018.08.31 18:11

쓰레기로 아수라장 된 태안읍 원룸촌충남 태안읍의 한 원룸 앞 모습. 온통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들 뿐이다. 심지어 신발까지 보인다. ⓒ 김동이


"원룸촌에 사는 외국인들이 쓰레기를 버리면서 분리수거는커녕 종량제봉투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주는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버리고 있는데,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원룸촌이 밀집된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문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외국인들이 무분별하게 투기하는 쓰레기로 동네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보를 받고 지난 21일에 현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단비가 내린 날이었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면서 무더위를 식혀줬지만, 원룸촌의 길거리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전봇대 인근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바람에 날려 도로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와 뒤섞인 쓰레기 더미에서는 악취까지 풍겼다.

쓰레기와의 전쟁태안읍의 한 원룸 앞에 써 붙인 경고문구. 쓰레기 대란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 김동이


경고 문구에도 '쓰레기 무단 투기'는 계속돼

태안에 들어오는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원룸촌에서 한 방에 3~4명씩 무리를 지어 산다. 농번기 때 마늘·생강 수확 등 농사를 돕기 위해 오는가 하면, 어업이나 건설현장 일용직 등에 종사하기도 한다. 이들은 특정한 일거리가 있을 때 태안을 찾으므로, 장기 체류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A원룸으로 발길을 옮겼다. 원룸 입구 벽에는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될 정도로 경고 문구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A빌 전용입니다'
'타 주택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여기는 공동 쓰레기장이 아닙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철저히 합시다. CCTV 촬영 중'
'CCTV 촬영 고발조치 하겠음'


경고 문구가 나붙은 원룸 건물 바로 옆 노란색의 음식물 쓰레기통이 놓여있는 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심지어 쓰레기 사이에서도 누군가 써놓은 '쓰레기 주인 찾아가세요'라고 적힌 상자 하나가 놓여 있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로 원룸의 사정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난 뒤 담아온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버리거나, 종이상자에 쓰레기까지 넣어 함께 투기했다. 스티로폼, PT병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으며, 신발까지 검은봉지에 담아 내다버린 이도 있었다.

바로 옆 B원룸도 상황은 마찬가지.

B원룸에는 원룸 주인이 경고문을 써 붙인 A원룸과는 달리 태안군이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종량제 봉투 미사용 배출 집중단속, 위반시 최고 1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합니다'라는 한글안내문과 함께 영문과 중국어 표기까지 새겨 부착해놨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외국인의 쓰레기 투기에 대응 나선 태안군태안군도 영어, 중국어까지 표기된 현수막을 내걸고 외국인들의 쓰레기 투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자주 옮겨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특성상 쓰레기투기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김동이


태안군, 불법쓰레기 투기 막으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태안군은 외국인 거주가 증가하면서 벌어지는 쓰레기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원룸촌과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태안읍 남문 2리 등을 집중 대상으로 4명의 환경감시 요원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야간단속까지 나서고 있음에도 감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쓰레기 투기 모습이 녹화된 CCTV영상을 들고 태안군 환경산림과로 제보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에 태안군에서는 CCTV에 녹화된 영상 속 외국인의 얼굴을 인화해서 원룸촌 곳곳에 부착도 한다. 하지만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고 혹 신분을 확인하더라도 행정시스템상 입력이 불가해 행정처분도 내리지 못한다고 태안군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단속이나 홍보가 어려운 점은 또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장기 체류가 아닌 일자리를 위한 단기 체류를 한다. 많아야 1~2개월 정도 태안에 머물다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 홍보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홍보물도 영문, 중국어 등으로 만들어 부착도 해보고, 다문화센터에 가서 홍보도 하고, 원룸 주인들과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쓰레기를 치우지 않느냐는 질책성 전화만 걸려올 뿐 잘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인들의 쓰레기 투기에 편승해 일부 주민들도 쓰레기를 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버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서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는 방법도 일러준 적도 있다는 이 관계자는 "태안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안내방송도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로 녹음해서 방송하고 있지만 적발시 행정처분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면 원룸 신설을 허가할 때 '쓰레기 분별장'을 의무화화는 식의 규제도 필요해 보인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태안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올해 7월 말 기준 1322명으로 집계됐다. 24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베트남 국적이 613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154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스리랑카가 111명, 인도네시아 86명, 캄보디아 29명 순이다(태안의 총 인구는 6만 3744명).

올해 계속되는 폭염으로 피서객이 예년보다 줄었지만 외국인들의 발길은 예년 못지않게 이어졌다. 문제는 해수욕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는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한 번영회 주민은 가세로 군수에게 대책 마련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해수욕장 개장 초기였던 지난 7월 17일 가세로 군수를 만난 자리에서 "태안군에 해수욕장이 많은데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그들이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다 섞어서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해수욕장 모래 위에 직접 불을 피우는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태안군의 해수욕장 방송에 음식물 분리수거 등과 관련해 지하철 안내방송처럼 최소한 영어라도 넣어서 방송해달라"고 가 군수에게 요청했다.

이에 가 군수도 "외국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안내 방송이)필요하겠다"면서 "중요한 아이디어로 방송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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