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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물 새는 티볼리' 수리받다 패닉 온 차주, 왜?

소비자원 "누수 수리 불가능, 환불해줘야"... 쌍용차 "제조 결함 아니야"

등록|2018.09.05 09:18 수정|2018.09.05 12:29

▲ 지난달 23일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전문가를 대동한 채 A씨의 거주지인 강릉을 찾아 티볼리 누수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가 물 호스를 본 닛 연결 부위에 부어보고 있다 ⓒ 김남권


지난 7월 23일 강원도 강릉의 한 정비소. 이날 이곳에는 쌍용자동차 티볼리의 차주 A씨(47)와 한국소비자보호원(소비자원) 조사원, 차량 전문가가 모였다. A씨의 티볼리 누수 현장조사를 위해서였다.

애초 조사는 쌍용차 강릉정비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다른 정비소로 옮겨져 이뤄졌다. 소비자원이 누수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티볼리 엔진룸 뒤쪽 캡이 씌워진 부분을 열어줄 것을 쌍용차 정비소에 요청했지만 쌍용차 측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사비를 들여 인근의 다른 정비소를 빌렸고, 소비자원 측이 대동한 전문가가 현장에서 직접 열어보는 방식을 택했다. 이 자리에 쌍용차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누수 부위에 물을 직접 부어 실내로 유입되는지 검증했다. A씨는 작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쌍용차 정비소에서 수리를 받은 바 있다.

소비자원 조사관이 티볼리 전면 유리 공기 흡입구 부위에 물을 붓자 그 물은 차 실내로 유입됐고 흘러내린 물은 운전석과 조수석 매트 아래로 고였다.

결국 소비자원은 지난 8월 20일 2차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심의를 열고 "누수에 대한 수리가 불가능하므로 쌍용자동차가 A씨에게 환불해주라"라고 결정했다. A씨가 분쟁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물 새는 티볼리, 쌍용차 수리 받았지만...

▲ A씨의 티볼리 내부로 빗물이 흘러들어 매트가 젖어있다. ⓒ 김남권


2015년 8월 쌍용차 티볼리 신차를 구입한 A씨는 2년여가 흐른 2017년 10월 엔진룸에서 차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누수 현상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올 7월까지 A씨는 쌍용차 강릉정비소에서 3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누수는 반복됐다.

A씨는 쌍용차 측에 "지속적인 누수로 차량 전기 장치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차 전체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점검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후 쌍용자동차가 '고쳐주면 되지 뭘 바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적대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쌍용차 직원들이 자신을 무단으로 사진 촬영했으며 점검에 필요한 서류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쌍용차가 정당한 항의를 하는 고객에게 소위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A는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4일, A씨는 수리를 맡긴 차를 찾으러 쌍용차 강릉정비소를 방문했다. 그런데 정비소 직원들이 나와 A씨가 차를 살펴보는 행동 하나 하나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불안을 느낀 A씨가 사진을 찍지 말 것을 요구하며 "왜 함부로 사진을 찍느냐"고 항의했지만 정비소 담당자는 "위에서 찍으라고 했다"고 답변하며 계속 사진을 찍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비공장 직원들은 여러 명인데 혼자 이들을 대응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행동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으니 마치 차를 훔쳐가는 느낌을 받아 심리적으로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던 A씨는 이틀 뒤 강릉경찰서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민원실 담당자는 즉시 쌍용자동차 강릉정비소에 전화로 걸어, A씨의 주장을 확인하고 "무단으로 찍은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A씨는 수리 과정에서 누수 부위를 직접 보지 못했으며 해당 부위를 찍은 사진도 입수할 수 없었다. 쌍용차 정비소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또 정비 후 받는 '자동차점검 및 정비내역서'도 5시간 실랑이 끝에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1월 이 문제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했다. 소비자원은 같은 달에 벌인 1차 현장조사에서 "구조상 누수를 완전하게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쌍용차에 '차량 교환'을 권고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를 거부했다.

소비자원 1차 조사를 담당한 관계자는 당시 전화 통화에서 "누수를 잡기 위해서는 실란트가 불량으로 된 판넬 부품 자체를 교체해야 하지만, 티볼리는 일반 차량과 다른 코코앤 방식이라서 전체를 교환하지 않고서는 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완벽한 수리를 위해서는 차량을 교체해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 "누수 부위 모두 달라... 수리해 주겠다" 입장 반복

쌍용차의 교환 거부로 심의는 2차까지 이어졌다.

A씨는 "최종 심의에 참석한 쌍용자동차 정비팀 관계자가 티볼리 누수에 대한 수리가 같은 부위가 아닌 3차례 모두 다른 곳이라고 주장했고, 완벽하게 수리를 해주겠다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자원 측은 쌍용차에 "누수 부위를 정비공장에서 실란트 처리를 한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경화 현상이 일어나 또 누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완벽한 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판넬을 바꿔야 하는데 티볼리는 차체와 붙어 있어서 이것이 불가능하다"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원은 이날 쌍용차가 '환불해 줄 것'을 결정하고, 이를 A씨와 쌍용차 측에 먼저 유선으로 통보했다.

쌍용자동차 홍보실 관계자는 8월 23일 입장을 묻는 전화 통화에서 "소비자원의 최종 결정이 아직 서면으로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차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 누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조 결함은 아니고 누수가 발생한 부위가 각각 다르다"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지난 2년간 아무 일도 없이 타고 다니다가 지금에 와서야 그러느냐"며 "그것은 그동안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그것을 고쳐준다고 하는데 그것을 거부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나는 정상적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티볼리 신차를 구입한 고객이었지만, 결국 뽑기를 잘 못해 진상 고객 취급을 당했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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