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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된 '계약직', 밥 대신 1인시위 시작합니다

[주장]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임금차별, 인권위가 나서야

등록|2018.09.03 10:14 수정|2018.09.03 10:14

▲ 인권위 재직 당시 게시한 일방적 계약만료 항의 자보. ⓒ 오승재


1년 전,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계약 기간 8개월에 월급은 고작해야 최저임금. 성과급은 고사하고 인권위 직원이라면 당연히 받아가는 식대조차 받지 못하며 일하는 계약직이었습니다. 상시 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면서 매일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정부 시책에 따라 구성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이 결정되었지만, 기획재정부의 '불허' 한 마디에 쫓기듯 인권위를 나와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것이었지요.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인권위에서 정규직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저는 행복합니다. 우선 넉넉하지는 않지만 삶을 인간답게 영위할 수 있는 생활임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계약기간에 정함이 없어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 설치지 않아도 되고, 직원이라면 당연히 받아가는 식대 못 받아 눈물 훔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있지요. 지금 보면 너무 당연한 일상이지만 작년의 저에게는 꿈과도 같은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흐린 날 가고 맑은 날 왔다'며 지난날은 잊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만 살면 되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인권위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인권위는 예산을 쥐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는 밥값조차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시 지속적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 고용을 반복하면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점철된 노동을 지속시키고 있지요.

이들은 '직원 아닌 존재'로 호명되면서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대하는 인권위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일할 사람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처우는 해줄 수 없다'는 인권위의 입장은 어느 악덕 사업주 못지않게 치사하고 옹졸합니다. 국가인권기구라는 지위가 부끄러운 수준 아닙니까.

제가 '지난날을 잊고만' 살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인권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1년 미만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에게는 관행적으로 식대나 상여금 지급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간제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상시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상용임금을 적용하여 식대나 상여금을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단순히 근로계약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기관에서는 이를 편성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나 당사자로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 나의 동료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숨어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 인권위 재직 당시 제작한 피켓. ⓒ 오승재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정규직이라고, 차별 없이 밥값 받으며 일한다고, '지난날은 잊고 행복하게 살자'고만 눈감을 수는 없습니다. 매주 월요일,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앞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1인 시위를 진행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 작은 실천이 밥값에서조차 차별당하며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초적인 존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동료들을 위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시정을 권고하고, 국가인권기구로서 지난날의 직무유기를 통렬하게 반성하며, 지난날 사용자로서 범해온 차별행위를 사죄하는 날까지 1인 시위는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연민이나 동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양심의 문제이고, 염치의 문제입니다. 밥값을 안 주는 것이 마땅한 노동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비정규직은 밥 안 먹어도 24시간 가동되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정규직과 동일하게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밥 사 먹으러 가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비참해져야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날까요.

다른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숨어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가까이 있는 동료 직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수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부문의 모든 노동조합과 직원 여러분께도 강력히 호소드립니다. 더는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들을 향한 비인간적 차별을 방관하거나 좌시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다는 변명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출입구로 드나들며 책상을 맞댄 채 일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기간을 이유로, 기간제 노동자임을 이유로 밥값조차 동일하게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지금, 여러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두 팔 걷고 나서 차별 철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판례나 결정례를 살펴봐도, 식대와 명절상여금은 "업무의 질이나 양, 강도 등과 관계없이 실비 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으로서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 시정 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이 진정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려야 합니다. 국가인권기구이자 차별시정기구로서 지난 수년간 추락해온 인권위의 위상을 바로 세울 첫 번째 기회라고 확언합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인권위는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임금 차별 철폐를 위해 시정권고에 나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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