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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최후방벽 구멍 뚫려, 부실시공 원인 밝혀야"

환경운동연합,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 공극 발견 원인 규명 요구

등록|2018.09.04 09:21 수정|2018.09.04 21:21


"우리나라 원전산업계는 그동안 격납건물(방호벽)이 있어서 체르노빌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방사능 유출이나 내부 폭발에도 안전하고, 심지어 미사일에 타격대도 끄떡없다고 했다. 하지만 격납건물 속이 비어 있고, 철근과 콘크리트가 부식되는 등 부실시공의 흔적이 확인됐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의 말이다. 3일, 환경단체가 한빛 원전 4호기 격납건물에서 공극(구멍, 빈 곳)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철저한 원인규명과 모든 원전의 안전성 조사를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원자력안전연구소(준)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말, 한빛 원전 4호기에서 최대깊이 30cm의 공극 1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라며 "콘크리트 균열과 철근 부식까지 의심되므로 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을 위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안전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빛원전(전남 영광) 민관합동조사단은 원전 격납건물 콘크리트와 내부철판 사이에서 공극 14곳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공극의 깊이는 11곳이 8cm 이하이며, 나머지 3개는 21~30cm 내외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민간합동조사단은 1~4차 조사를 통해 모두 22곳의 공극을 발견했다. 

증기발생기에서 20년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망치 발견  

▲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격납건물 부실시공에 대한 원인, 책임 규명 등 원전 구조물의 안전 진단 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2017년 7월, 한빛 원전 4호기는 격납건물 꼭대기와 가까운 철판 최상단의 두께가 부식돼 120개 지점이 허용기준치(5.4mm)에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돔형태의 둘레 60m 콘크리트에선 두께 20cm 공간이 비어있는 소위 '환형공동'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증기발생기 내부에서는 20년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망치가 발견됐다. 

원전 격납건물 철판(라이너 플레이트, CLP)에서 부식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6월, 한빛 2호기 정기검사에서도 격납건물 내부철판 135개 지점에서 배면 부식(일부 관통)이 발생한 게 확인됐다. 같은 해 10월, 한빛 1호기 내부철판도 부식된 게 발견됐다. 지난 2017년 9월에는 한빛 5호기 핵연료 건물에서 공극이 발생해 뒤늦게 보수한 게 확인됐다.

다른 원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11월 한울 원전 1호기(경북 울진)에서도, 지난 2017년 2월 고리 3호기(부산광역시)에서도 내부철판 부식이 발견됐다. CLP의 두께도 허용치(5.4mm)에 미달했다. 지난 6월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결과에 따르면, 18개 원전의 격납건물에서 철판 두께가 허용기준치에 못 미치는 지점은 모두 1705개로 확인됐다.

원전은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막기 위해 5중 방호벽이 설치돼 있다. 1차 방호벽은 연료 펠릿이다. 펠릿은 원자로에 쓰는 산화우라늄 또는 산화플라토늄의 가루를 원기둥 모양으로 만들어 고온에서 구워 굳힌 것이다. 따라서 핵분열에 의해 발생한 방사성 물질은 이 펠릿에 갇히게 된다. 2차 방호벽은 핵연료봉 자체이다. 펠릿을 헬륨 가스와 함께 피복관에 밀봉한 거다.

핵연료봉은 다시 25cm 두께 강철로 된 원자로 용기 안에 보관하는데 이게 3차 방호벽이다. 4차 방호벽은 격납건물 내벽에 두께 6mm 강철로 된 철판(CLP)이며 외벽에 두께 120cm 철근콘크리트가 5차 방호벽이다. 이렇게 1~5차 방호벽을 이루고 있는 게 격납건물이다. 원전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둥근 돔 행태의 콘크리트 시설이다.   

배면 부식은 격납건물 안쪽에서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표면이 아닌, 콘크리트와 맞닿아 보이지 않는 부분(배면)에서 일어나는 부식을 말한다.

"규제기관의 인허가 및 검사 체계에 대한 검토 필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준) 소장은 '원전 격납건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언'에서 원인 규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접근방식을 문제로 삼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 기관이 해외 사례를 통해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의 공극 발생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거다. 한빛 원전 4호기는 지난 1996년 1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또한, 원자력 사업계가 미국 기계학회(ASME)와 미국 재료시험학회(ASTM)에 보고된 내용을 미루어 볼 때, 격납건물 철판의 변형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지 않았다는 거다.

한 소장은 "격납건물 전체 안전성에 대해서 규제기관과 원자력산업계가 기술적 검토를 충분히 수행하지 않아 그 결과 국가 원자력 안전에 대한 정책 의지와 기술적 수행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종합누설율실험(ILRT)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ILRT를 그동안 몇 차례 실시했으나 부식이 발견하거나 이상한 점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거다. ILRT는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에서 방사성물질 등이 공기에 섞여 새어 나오지 않도록 밀봉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실험이다. ILRT를 기존 5년에 1회에서 10년 1회로 느슨하게 변경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한 소장은 "ILRT에서 격납건물 철판의 부식 등을 발견하지 못한 건, 시험방법 또는 (시험) 조건이 부적절하고, 격납건물 철판이 무용지물이란 걸 의미한다"라며 "격납건물 스트레스를 절감하기 위해 ILRT 주기도 변경했으나 이는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계획예방점검 기간을 단축하려는 경제적 논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전공사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일부 원전에서 부식이 발견되지 않은 라이너 플레이트 철판이 기준 미달이었다"라며 "이는 원전 시공시점에 원인이 있으며, 자재 품질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또, "(원전) 가동 전이나 가동 중 검사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다"라며 "규제기관의 인허가 및 검사 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성 조사해야"

▲ 오른쪽부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안재훈 에너지국 부장 ⓒ 유성호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진행 중인 특별점검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진행한 감사결과 18개 격납건물에서 철판 두께가 허용기준치(5.4mm)에 미달해서다. 또, 한빛 원전 4호기의 경우 계획예방점검 기간에 콘크리트와 내부 철판 사이에서 공극 22곳이 발견됐다. 이에 한 소장은 "전면적인 재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도 쓴소리했다. 한 소장은 "한빛 2호기에서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는 CLP 기능이 상실된 게 10개월 전에 발견됐으나 (원안위는) 언제부터 이랬는지 모르고, 이로 인해 얼마나 안전성이 저하됐는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사방법도 마찬가지다. 초음파와 엑스레이, 중성자, 열화상 방법 등이 있는데도,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거다. 한 소장은 "타격법(망치로 두드려 소리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을 이용해 격납건물 내벽 부근의 공극만 확인하는 형식적인 조사는 그만두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 소장은 원전 노후화에 따른 진단과 평가방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격납건물 내부철판의 부식이나 콘크리트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철판도 마찬가지다. 탄소강 재질인데, 풍화로 인해 두께가 얇아진다."라며 "하지만 콘크리트와 밀착된 철판 뒷면은 원칙적으로 부식이 일어날 수 없는데(배면 부식), 부식이 됐다. 이는 지속해서 수분 등이 공급되어야만 가능하고, 노후시설에서 재료가 분리되는 현상도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또, 원전 격납건물에서 공극이 발생하고 철판이 부식되는 원인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실시공과 설계, 환경의 영향, 노후화, 자재 품질 등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전성 확보와 관련해선 "격납건물의 부실 시공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 콘크리트의 부식 등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따라서 환경운동연합과 원전안전연구소(준)는 정부와 규제기관, 원자력산업계 등에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했다.

▲원전 격납건물 내부철판의 검사 방법 및 지침에 대한 점검 필요 ▲원전 격납건물 내부철판 배면 부식 원인 분석을 위한 추가 조사와 연구 필요 ▲원전 격납건물 내부철판의 미감육(감육 현상은 CLP 부식과 격납철판 두께가 얇아지는 것) 강판확인에 따라 원전 공사 품질 및 부품 물질에 대한 점검 필요 ▲격납건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 내부의 안전성 확인 필요 ▲격납건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 체계의 긴급한 준비 ▲원전의 격납건물 고유 특성 확보 필요 등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국장은 "원전 최후의 방호벽에 구멍이 뚫려 허술하게 운영된 게 확인됐다"라며 "부실시공에 대한 원인을 밝혀 책임을 묻고, 이번 기회에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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