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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2만 원 버느라 억소리납니다

[대한민국 프리랜서 잔혹사 ①] 억대 연봉은 환상... 현실은 투잡과 쓰리잡

등록|2018.09.10 07:31 수정|2018.09.10 07:31
모든 프리랜서가 전현무, 김은숙은 아니다. 아니 두 사람은 극소수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자의로든 타의로든 프리랜서가 됐지만, 대부분은 저소득의 늪에 빠져있다. '홀로'라서 더 '잔혹한' 프리랜서의 세계를 <오마이뉴스>가 네차례에 걸쳐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그 첫번째다.[편집자말]
 

▲ ⓒ pixabay


프리랜서 2급 상담심리사 정아무개씨는 지난 세 달 동안 평균 70만 원을 벌었다. 사기업에 상담을 가면 2급은 건당 3만 5000원을 받는다. 공공기관은 대부분 1만 5000원을 준다. 상담심리사 2급이 석사학위도 있는 '고학력 전문직'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단가다.

정씨는 "상담일의 특성상 감정적으로 몰입을 많이 해 에너지 소모가 크다"라며 "하루에 많아야 3~4개 케이스밖에 못 한다"라고 했다. 그나마 들어온 일을 닥치는 대로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는 빠듯하다. 대출을 받아 버티고 있지만, 40대 가장인 그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대다수 사람들이 '프리랜서'라고 하면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김은숙 작가, 전현무 전 아나운서 등을 떠올린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회사에서 일하며 고소득을 올린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다. 전문적인 지식·기술·아이디어 등을 가지고 있지만, 저소득의 늪에 빠져있는 이들이 많다.

환상과 현실

서울시가 지난 2~4월 프리랜서 1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리랜서의 월 평균수입은 152만 9000원이었다.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176만 원), 월 평균최저임금(157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프리랜서의 절반 이상(54.6%)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일감이 없었다. 한 회사에 속해있는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들은 업무 자유도가 높은 대신 지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흔히 프리랜서는 직장인보다 몸값이 높기 때문에 생계 걱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아 프리랜서를 시작한 상담심리사 A씨는 8년간 해온 상담일을 그만해야하나 고민 중이다. 그는 인천의 한 공공기관에서 청소년 심리상담을 하며 건당 1만 5000원의 상담료를 받는다. 하지만 상담을 무리해서 잡아도 빈손인 날이 더 많다.

A씨는 "세 케이스를 하는 날이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라며 "그 시간 동안 전화하고 기다리며 일을 한 것인데, 수당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 달에 40만~50만 원을 버는 그는 최소한의 생활만 하고 있다. 그는 "교통비, 휴대폰비, 식비, 세금 등을 내고나면 더 이상 쓸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프리랜서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인다. 생계 유지가 안 돼 프리랜서를 그만두거나, 아니면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것이다. 캐리커쳐 작가 B(23)씨는 작년까지 캐리커쳐 일을 하면서 법률사무소, 여행사 등에서도 일했다. 지금도 캐리커쳐 일이 없는 날에는 문구용 일러스트 작업을 한다. 캘리그라피 작가 C(23)씨도 캘리그라피 일을 하면서 회사 로고·제품 디자인, 웹툰 어시스턴트 등을 동시에 했다.

불안감을 악용하다
 

▲ ⓒ unsplash


쉬지 않고 일하다보니 골병이 들었다. B씨는 오른팔이 고장났다. 팔꿈치부터 오른손 전체가 타는 듯해 지난 1월에는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근육이 적은 상태에서 몇 시간씩 반복적으로 사용해 영구적으로 망가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터뷰 하는 내내 그는 연신 오른팔을 주물렀다.

"오른손으로 젓가락 드는 것도 힘들어요. 매일 약을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요. 캐리커쳐 행사를 가는 날은 근육이완제 약을 왕창 먹고 가요. 그렇지 않으면 그릴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일은 멈출 수 없다. B씨는 "프리랜서라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라며 "한 달 내내 일을 하나도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프리랜서들의 불안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일감을 빌미로 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것이다.

C씨는 2015년 한 대기업으로부터 캘리그라피 의뢰를 받았다. 회사가 요구한 일은 재료비, 공정 등을 고려하면 120만 원 정도 받아야 하는 업무였다. 하지만 업체는 30만 원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C씨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 안된다고 했더니 '50만 원에 해주면 앞으로도 일을 계속 주겠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수락했다. 하지만 원래 단가의 절반도 아닌 가격에 하다 보니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회사는 다음 업무도 주지 않았다.

프리랜서 방송작가 전아무개씨도 "기획안을 보냈더니 업계 단가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돈을 줬다"라며 "억울했지만 다음 일도 생각해야 해서 참고 넘겼다"라고 했다.

노동자도, 사장님도 아닌... 그래서 사회보장체계에서 소외된

생계 불안에 허덕이지만 프리랜서들은 기댈 곳이 없다. 노동자도, 사장님도 아닌 애매한 지위로 일하기 때문이다.

대개 프리랜서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정해진 업체들만 주로 상대하는데, 일종의 하청업체나 직원처럼 업무를 한다. 노동자 중심으로 짜여진 사회보장체계에서 빗겨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은 아파도 참고, 부당해도 참는다.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프리랜서 권익 보호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프리랜서 네트워크' 정재석 대표는 "프리랜서는 하나의 직업이 아닌 일의 방식이자 고용 방식"이라며 "다양한 영역에 수많은 프리랜서들이 있고, 이미 소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부분의 법체계와 4대 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들이 노동자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인 프리랜서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프리랜서 형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프리랜서들이 어떤 환경에 있든 간에 적절히 연결되고 일자리를 찾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라며 "프리랜서에 맞는 보험체계와 안전망 등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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