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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법원 운영비로 수억 원 비자금 조성

검찰, 상고법원 추진에 사용 정황 포착... 법원행정처 내부문건 확보해 수사 착수

등록|2018.09.04 16:33 수정|2018.09.04 16:39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운영비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했고, 이 돈을 고위법관들에게 주는 격려금과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쓴 것으로 파악했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대법원이 일선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 수억 원을 허위 증빙서류를 꾸며 빼돌린 뒤 유용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원행정처의 내부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기존 일반재판운용비 아래 공보관실 운영비 항목을 신설했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법원에 배정된 이 예산을 소액으로 나눠 전액 인출한 뒤 비밀리에 인편으로 전달받아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검찰은 업무상 횡령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해당 예산항목이 상고법원 로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설됐을 가능성도 있다. 법원별 공보관실 운영비는 2015년에 새로 만들어졌다. 당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역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국회 등에 전방위적 로비활동을 벌이던 시기다.

검찰 관계자는 "한 번에 얼마 이상 현금으로 뽑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선 재무담당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나눠서 뽑아 대법원에 전달했다"라며 "각급 대법관, 고위 법관 대외활동비, 격려비 명목으로 쓰였는데 각각 얼마 지급됐는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전국 법원이 비자금 조성에 일제히 동원된 점에서 대법관 등 당시 사법부 수뇌부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행정처 차장급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시자는) 차장 윗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관련 문건들을 작성하고 지시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보다 훨씬 더 윗선에서 비자금 조성 지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최근 문건에 나온 대법원 재무담당자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또 당시 각급 법원 공보관 소환해 양승태 사법부가 비자금 조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당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 특정 소송의 정보를 청와대에 불법 제공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6년 특허법원을 통해 최순실씨 측근 박아무개씨의 상대편을 대리하고 있던 특정 법무법인의 수임 내역과 연도별 수임순위 등 소송 관련 정보를 수집해 청와대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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