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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고 방황하고 배우고... 교사도 마찬가지다

[서평]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등록|2018.09.05 14:40 수정|2018.09.05 14:42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가 감옥에서 쓴 시 <진정한 여행>이다. 차갑고 음습한 감옥에서 절망의 언어가 아닌 희망의 언어를 노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히크메트는 스스로 다짐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어느 길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진정한 여행이 시작한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우리는 늘 삶의 방향성의 갈림길에 서서 망설인다. 무언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할지 모른다. 또한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 망망대해 작은 배처럼 풍랑에 휘청거리며 흘러간다. 그러면서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어 한다. 자신의 삶에 작은 불빛이라 여기면 꽉 붙잡고 일어서서 걸으려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생활하면서도 막막할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이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시간이 흐르는 데로 흘러가는 교사가 수두룩하다. 그렇지 않은 척 하지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심리적 절망을 하고 그런 교사와 함께 하는 학생들도 희망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길을 찾아가야 한다.
 

▲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 에듀니티


지쳐가는 교사들

나는 지금 한 권의 책을 읽고 있다. 교사로서 자신의 삶과 좌절, 그리고 아이들에게 희망의 삶을 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했던 한 교사가 쓴 책,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김태현 지음/에듀니티)이다.

수업 코칭전문가인 그는 전작인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에서 수업의 변화와 수업의 기술에 대해 저술해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에는 초임 교사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업에 대한 성찰과 연구, 부끄러운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우선순위에 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학교수업에 대한, 수업의 본질에 대한, 그리고 교사로서의 삶에 대한 자기고백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교사들에 대한 작은 위로를 보내면서 자기반성적 내용을 보태고 있다.
 
"생각해보면 학생들 앞에서 성인군자인 척, 교과 전문가인 척 등 수많은 연기를 하느라 우리는 지쳐가고 있다. 어떤 날은 나를 교묘히 꾸며 가면서 애들한테 인정을 갈구하고, 또 어떤 날은 가면을 쓰고 감정을 숨기고,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가한 척을 했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일까? 우습게도 '~을 하지 마라'와 '~을 해라'이다. 사회적 통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겠지만 교사들 자신의 입장에 기준을 두고 '해라'와 '하지 마라'가 온몸에 인지되어 아이들에게 주문하곤 한다.

그런데 저자 말대로 학생들 앞에서 종종 성인군자인 척, 교과 전문가인 척 하지만 아이들 눈에 보이는 교사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지만 어쩌면 그런 모습이 아이들에겐 위선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이들 눈에 그렇게 보일지 않을지라도 교사 스스로 자기를 숨기는 모습에 시나브로 지쳐간다. 그리고 열정마저 사라져 간다. 무기력해진다.

무기력에 빠졌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상황에 이끌려 자신의 삶에 대한 미래를 잃어버린 것이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포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며 현실을 진단하고 있지만 실제 많은 교사들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건 사실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는 채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쳐가는 아이들과 지쳐가는 교사. 아이들에 대한 관심 에너지가 고갈되면 그 모든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교사는 자신의 아픔과 대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도 가지며 채움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채움이란 것은 비움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비움이 없는 채움은 과도한 욕심이 되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교사 자신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혁신 바람을 몰고오는 교육계

4년 전, 전북·경기·강원 등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면서 교육현장에 혁신학교들이 많이 생겨났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은 기존의 획일화된 교사의 주입식 강의에 따른 단점을 보완하고 탈피해 학생중심 수업으로 전환하며,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지방선거 또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각 지역에서 혁신이라는 바람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혁신학교의 취지는 이렇다. 입시와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며 함께 배우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교사·학생들끼리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주고, 지금까지의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올 수 있는 토론이나 협력 수업을 통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실현장에선 다양한 수업기술 방법들이 동원되었고 교사들은 이런 수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수업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연수를 받으며 흐르는 물에 배를 띄웠다. 또 거꾸로 교실, 하브루타 수업, 비주얼 씽킹 수업, 주제융합 수업, 배움 중심 수업, 토의 토론 수업 등 수업기술에 관한 다양한 책들도 봇물을 이루어 출판되었다.

이에 교사들은 기존의 주입식 수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고수하는 두 부류로 나눠졌다. 이에 대해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교과마다 그 특성이 다르고 사람마다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업방식이든 새로운 방식이든 그 모든 것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심어주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저자의 말은 한 번 음미해볼만 하다.
 
"어떤 수업 형식이 유행하면 그것을 다 따라간다. 그 외형을 쫓아서 수업을 창의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교사가 직접 수업 내용을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수업 기술을 내 수업에 적용해도 그 속에 학생들의 삶에 와 닿고 그들의 감성과 지성을 자극하는, 의미 있는 내용이 없으면 그 수업은 공허해진다. 일순간의 수업 기술로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내용의 참신한 연결로 의미 있는 주제로 향하고 있을 때, 학생들은 그때부터 깊은 사고를 시작한다."
 
모든 교사들은 수업을 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하고 연구하고 활용한다. 그렇지만 많은 교사들은 자신의 방법에 서툴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이내 회의를 한다. 그러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을 하기보단 기존에 했던 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수업이든 저자의 말대로 내용과 내용의 연결로 학생들로 하여금 깊은 사고를 시작하게 하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대부분의 교과 지식을 나열하는데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교사나 학생이나 심적 절망을 하게 된다.

특히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교사들은 오늘 무엇을 했는지 자꾸 회의를 하게 된다. 학생들의 삶과 연계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의 교육에선 다양한 수업 기술이 동원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과 연계하여 자신의 주변 환경과 삶을 돌아보는 수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 입시에 얽매여선지 지식 획득에 '올인'되다시피 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는 어떤 존재일까?
 
이 책은 '본질', '감정', '신념', '창조', '공동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수업의 본질과 만나기, 삶에서 내 감정과 만나기, 삶에서 내 신념과 만나기, 삶에서 내 창조성과 만나기, 삶에서 공동체와 만나기'란 주제를 통해 책을 읽고 있는 교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수업을 잘하려다 절망하는 교사들, 무기력증에 빠져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 그러나 그 속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교사들에게 메시지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한다. 수업 이전에 교사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교사는 자신이 삶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 등을 무시하지 말고 제3의 눈으로 자신을 성찰하면서 내 삶의 주제의식, 수업에 대한 신념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나의 삶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수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것들을 말하기 위해 글속엔 고흐, 르노와르, 드가 등 많은 화가들의 그림과 그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동원된 많은 시편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생각을 읽고, 시편들에 대한 생각들을 접하면서 무거운 질문들을 되뇌어 본다.
 
'입시 감옥, 경쟁의 감옥, 행정의 감옥에 갇혀 무기력한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죄 없는 아이들만 닦달하는 교사는 어떤 존재일까? 위로하는 존재일까? 아님 위로받는 존재일까?'
덧붙이는 글 서평 시사 인문 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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