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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꿈'을 함께 이루는 기쁨

공무원 경쟁률 수천대 일인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

등록|2018.09.06 17:24 수정|2018.09.06 17:24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꿈을 묻고 답하는 일보다는 장래 희망을 묻고 답하는 일이 흔했던 것 같다. 꿈이라고 물었다고 해서 맥락이 달라지진 않았겠으나, 장래 희망은 직업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그리하여 누구도 왜 그게 장래 희망이냐고 되묻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기대하는 대화의 방식이었다.

수학을 좋아하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과학자를, 세상사에 눈을 뜨던 중학교 때는 NGO 활동가를,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회부 기자라 답했던 것 같다. 최근 기사를 보면 과거 1위를 달리던 과학자는 후순위로 밀리고, 연예인이 최상위권이라는데, 이처럼 꿈에도 유행이 있고, 사회와 꿈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꿈꾸는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꿈속의 과학자, 실제의 과학자
 

▲ 과학자가 되는 방법 -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알려주는 과학자 서바이벌 가이드 남궁석 / 이김 ⓒ 참여사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이가 장래 희망으로 답했을 과학자. 그렇지만 꿈속의 과학자와 실제의 과학자는 사뭇 다르다. 과학자라고 하면 위인전에서 볼 수 있는 아인슈타인이나 퀴리 부인 같은 위대한 과학자를 떠올리거나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연구하는 비상한 두뇌를 갖고 있으며, 일상생활과 담을 쌓은 채 어두컴컴한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이런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략 "뭘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는 별난 사람들"이라 하겠다.
 
생화학 연구자 남궁석 박사는 저서 <과학자가 되는 방법>에서 과학자의 허상을 하나씩 벗겨내며 실제의 과학자가 어떻게 훈련받고 성장하는지, 그리고 연구자이자 직업인으로서 과학자가 살아가는 방식은 어떠한지 세세하게 짚어간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는" 역할로 설명되지만, 동시에 월급을 받는 노동자로, 또 대학 연구실의 책임자인 교수의 경우 "연구실에서 일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원의 임금을 줘야 할 개인 사업자의 면모"를 갖춰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과학자의 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다양하게 꿈꿀 수 있어야만 비로소 과학자의 진로를 택하고 뻗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과학을 즐기는 '과학덕후'들이 과학을 주도하는 것이 개인과 과학계, 그리고 사회 전체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꿈속에서만 그리던, 어쩌면 나였을지도 모를 '장래 희망 과학자'와 드디어 현실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공무원을 꿈꾸면서 욕하는가 
 

▲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 - 슈퍼 공무원의 시골 마을 구하기 대작전 / 다카노 조센 / 글항아리 ⓒ 참여사회


공무원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직업이다. 경쟁률은 수십, 수백, 수천 대 일에 이르고, 10년 넘게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험 외에 다른 요소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평성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일단 관문을 통과하면 정년까지 보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안정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런 한편 공무원은 도전하지 않는 직업으로 여겨지기도 하여,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청년층을 나무라는 목소리도 종종 터져 나온다. 직업 선호도와 무관하게,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기대를 주느냐 하는 문제도 가볍지 않다.

시청 임시 직원으로 시작해 정식 직원이 되었고, 이제는 대학교수로 활동하는 다카노 조센의 책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는 앞서 나눈 '한국 사회 공무원의 꿈'에 새로운 꿈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마을 옛 문헌에 나오는 UFO라는 작은 단서로 관련한 각종 지역 상품을 개발하고 달에 다녀온 우주인을 초청하더니, 급기야는 모형 로켓까지 사들여 매년 수만 명의 사람을 마을로 불러들였다.

이후 정식 직원이 되어서는 '신의 아들'이란 마을 이름의 의미에 착안하여, 마을에서 나오는 쌀을 교황이 먹도록 제안하여 브랜드로 만들었고, 안정적인 농가 수익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마을을 찾아와 정착하는 데에 이른다. 이 꿈만 같은 일들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가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직접 부딪히며 되든 안 되든 시도했기에 현실이 되었다.

가로등이 나갔을 때 회의하고 기획서를 쓴다고 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사다리를 놓고 전구를 바꿔야 불이 들어온다는, 다시 말해 지식이나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행동하는 힘'이 없기에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한 사회가 변화를 만드는 태도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회라면 더 많은 이가 공무원을 꿈꿔도 좋지 않을까 싶고, 그들에게 더 많은 박수와 응원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꿈은 사회를 바탕으로 현실이 되지만, 때로는 각자의 꿈이 사회를 바꾸어 새로운 꿈을 전하기도 한다. 기존의 꿈으로는 설명하거나 설득할 수 없는 꿈들이 더욱 늘어나는 동시에, 기존의 꿈이 꿈속에서만 희미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도 중요할 터, 그런 '어떤 이들의 꿈'을 각자에게 맡겨두지만 말고, 함께 이루어나가는 사회를 꿈꾸며, 어제의 꿈에서 깨어나 내일의 꿈으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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