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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생들이 윤봉길 의사 사당에 참배한 이유

4일, 충남 예산을 방문한 일본 에이메 대학교 학생들

등록|2018.09.05 21:04 수정|2018.09.06 10:03
 

▲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생가에 일본 에히메 대학교 학생들이 방문했다. ⓒ 이재환


처음에는 농촌마을에서 시작한 한·일 민간인의 친목모임 형태였다. 일본 시코쿠 북서부의 에히메현에 위치한 에히메 대학교와 충남 예산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와다 토시히로 교수의 인솔아래 에히메 대학의 학생들은 거의 매년 예산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와다 교수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 출신 김영우·김종대 씨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은 최근 한·일 학생 교류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예산군 삽교고등학교 학생 16명과 교사 2명이 일본 에히메현을 처음으로 답방하기도 했다.
 
예산군과 에이메현은 역사적으로도 인연이 깊다. 예산은 윤봉길 의사가 나고 자란 고장이다. 윤봉길 의사는 지난 1932년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일본 제국주의 수뇌부를 향해 폭탄을 투척했다. 이 사건으로 일본군 상해지역 총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와 상하이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타 사다쓰구가 전사했다.
 
이때 전사한 일본군 총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바로 일본 에히메현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예산과 에이메현은 역사적으로도 인연이 깊은 고장인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 윤봉길과 시라카와 요시노리의 후예들은 서로의 입장과 역사를 조금씩 이해해 가며 좋은 벗이 되어 가고 있다.
 
김종대 전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일본은 여전히 침략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 와다교수는 비록 개인 자격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역사를 인정하고 그것을 사과했다"며 "그는 대단히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말했다.

 

▲ 윤봉길 의사 사당에서 참배하고 있는 에히메 대학 학생들. ⓒ 이재환

 

▲ 에히메 대학 학생들이 윤봉길 의사 사당에서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적고 있다. ⓒ 이재환


지난 4일, 와다교수가 이끄는 일본 에히메 대학교 학생 10명이 예산을 방문했다. 다음 날인 5일 에히메대학교 학생들은 덕산면에 위치한 충의사를 찾았다. 이곳은 윤봉길 의사의 사당과 생가가 있는 곳이다. 기자는 충의사에서 일본 에히메대학교 학생들과 동행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감각을 지닌 와다 교수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임에도 기자를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격하게 반겼다.
 
와다 교수와 학생들은 이날 윤봉길 의사의 영정 앞에서 참배를 했다. 참배 후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과 방문 날짜를 꼼꼼히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에히메대 학생들은 예산과 에이메현의 역사적인 인연을 알고 있을까.
 
올해로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한 나까코우지 나미꼬(22, 에히메 대학 3학년)씨는 "2년전 윤봉길 의사와 시라카와의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예산과 에히메현은 인연이 깊은 것 같다"며 "역사적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앞으로도 예산과 에히메현이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징가제트, 코난 등 부모세대 만화영화까지 알고 있는 나미꼬 학생
 
학생들과의 통역은 오래전 귀화해 한국어에 능통한 오가와 데루요씨가 맡았다. 1970년대만해도 한국의 어린이들은 일본 어린이들과 같은 만화영화를 보고 자랐다. 한국은 당시만 해도 만화영화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일본의 만화영화를 수입해 볼 수밖에 없었다.

나미꼬 학생은 1997년생 임에도 <마징카 제트>와 <코난>, <은하철도 구구구> 등 아주 오래된 만화영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김종대 사무처장과 기자가 <마징가 제트>와 <코난> 등의 만화 주제가를 한국어로 부르고, 이어 오가와 데루요씨가 일본어로 바꿔 부르자 나미꼬 학생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발음만 다를 뿐 음은 같기 때문이다.
 
나미꼬 학생은 "모두 익숙한 노래"라며 "우리 부모님 세대가 보고 자란 만화영화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 공통분모 하나만 있어도 인간은 금방 친해 질 수 있다.
 
김종대 전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지금까지는 자유로움을 중시하며 와다 교수 일행과 교류해 왔다"며 "하지만 앞으로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류 과정을 좀 더 체계화 시키고, 지역의 학생들이 좀 더 많이 참여 할 수 있도록 배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에히메 대학 학생들이 윤봉길 의사 동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환



 

▲ 윤봉길 기념관을 방문한 에히메 대학교 학생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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