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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첫 환자 처벌하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환자가 고의로 은폐했다고 볼 수 없어"

등록|2018.09.11 14:05 수정|2018.09.11 14:08
 

메르스 환자 발생에 주의하는 시민들메르스 환자 발생에 주의하는 시민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발생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내원하고 있다. ⓒ 유성호



"메르스 첫 환자 처벌 요구합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언에 올라온 글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을 받은 A(61)씨를 향해 누리꾼들이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A씨의 행적을 발표하면서 누리꾼들은 A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입국해 허위진술까지 했다고 문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A씨를 처벌하는 게 가능할까? 논란이 되는 행적을 살펴봤다.

논란이 된 환자의 행적

지금까지 정부가 확인한 A씨의 이동 동선은 이렇다. A씨는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쿠웨이트에 머물렀다. 설사와 복통이 발생한 건 8월 28일이다. 몸에 이상이 발생하자 A씨는 국제전화로 지인과 상담을 한다. 지인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였다. 

전화통화에서 A씨는 설사 등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있다고 했다. 이에 해당 의사는 쿠웨이트에 있는 점을 감안해 메르스가 의심되는 주요 증상인 기침과 발열, 인후통을 몇 차례 물어봤다. A씨는 설사만 이야기했고 해당 의사는 '장염이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A씨는 입국을 연기했다. 지난 4일 입국하려 했으나 몸이 좋지 않아 6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9월 4일과 6일 두 차례 병원을 찾았고 출국날인 6일에는 수액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꾼들이 A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입국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누리꾼들은 A씨가 한국에 입국한 뒤의 행적에도 의구심을 품었다. 

A씨는 공항으로 마중 나온 부인에게 전화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라고 말했다. 귀국 전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권유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기에 내려서는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했다. 입국 시 작성해야 하는 건강상태질문서에는 설사와 근육통이 있다고 표시했다. 검역관의 질문에는 "설사 증상이 있었고, 약물복용은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출국장을 빠져나온 A씨는 부인을 만나서는 곧장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부인이 자가용을 타고 왔으나 A씨는 리무진 택시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정황을 들어 A씨가 감염병예방법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 A씨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한 것도 행적이 발표된 후다.  

'메르스 첫 환자 처벌 요구합니다'란 글을 올린 누리꾼은 "메르스 첫 환자가 분명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만 마스크를 써오라고 하고, 아내가 자가용을 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택시를 탔습니다. 또한 공항에서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그의 가족도 이 과정을 침묵했습니다"라며 "고의로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않은 이 사람을 처벌해주세요"라고 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워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처벌의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다. 여기에는 '누구든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돼 있다. 다음 각호는 이렇다.

①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②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③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 등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 제79조에 근거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정일 변호사는 "형사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①은 A씨가 역학조사에 나섰기에 적용하기 어렵고 ②는 자신의 증상을 '장염'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기에 저촉될 수 없다는 거다. 

③번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거다. 이정일 변호사는 "메르스의 주 증상이 열과 기침, 호흡곤란인데, A씨는 설사 증상만 보였다.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물과 음식이 몸에 안 맞아 이런 증상을 보일 때가 있기에 스스로 메르스라고 확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거짓 진술이 아니기에 '③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A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삼성서울병원에 전화로 상담을 하고 입국해서도 곧장 병원으로 간 걸 보면, (지난) 2015년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한 것"이라며 "자신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부인에게도 권한 건,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한 대처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A씨의 이 같은 행동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학습효과"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15년에는 메르스 환자가 3일간 증상을 말하지 않았고, 병원에서도 일반 환자와 함께 머무르면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라며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정부가 환자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고 이를 알려 확산을 막았고, 환자와 병원도 대응이 적절했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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