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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직책, 이름은 중요치 않아... '나'를 찾는 시간

[충남 예산군 동아리] 마라톤114 예화런

등록|2018.09.12 10:17 수정|2018.09.12 10:17

▲ 마라톤114 예화런 회원들. ⓒ <무한정보> 홍유린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몰려오는 잠을 겨우 이겨내고 쳇바퀴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해결해야 할 일도, 풀어야 할 숙제도 잔뜩 쌓인 바쁜 일상.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며 '남들만큼' 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쉼없이 달린다. 이 치열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 '마라톤114 예화런'이다.

마라톤114는 지난 2004년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 동호회로, 회원 수가 무려 9000명 가까이 된다. 예화런은 이 마라톤114 안에 있는 지역별 모임 가운데 하나다. 충남 예산에서 화요일마다 뛰는 모임, 예화런.

8월 21일 찾아간 예산종합운동장 입구부터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고 있는 주민들 사이로 등판에 '마라톤114'라는 문구가 새겨진 파란조끼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서 우렁차게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회원들의 목소리에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동아리는 이름이 아닌 온라인카페 별명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글렌, 임임, 신랑, 레이저, 다비드…. 각자의 개성이 물씬 풍긴다.

회장이나 총무 같은 직책도 회비, 가입조건 같은 것도 없다. 화요일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달리고 모임시간이 끝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으레 하는 뒤풀이도 없다. 힘껏 달리다 땡하면 흩어진다. 개인시간을 배려하려는 마음과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회원들의 성격이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 마라톤114 예화런 회원들이 예산종합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나이, 성별, 이름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성별이 뭐든지 간에 서로 닉네임을 부르면서 존중하는 거죠. 함께 뛰고 싶단 생각 하나로 모인 사람들인데 무슨 규칙이 필요한가요? 자유롭게 어울리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활력소에요."

동아리를 설명하는 글렌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폈다. 관계와 소통에 있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동아리 철학이 참 인상적이다.

이 동아리가 만들어진 건 지난해 3월, 1년 6개월째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예산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지만 거주지는 예산 뿐 아니라 천안, 아산, 평택 등 다양하다. 예산에서 살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예산이 모임 장소라니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의문이 들었다.

다비드씨는 "예산이 집은 아니지만 매일 예산과 함께하고 있고 예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생각해보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예산에서 생활하는 데 우리가 너무 예산사람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마라톤을 시작한 건 '달리는 것이 좋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렇게 한번 두 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운동이 이제는 제일 친한 친구가 됐다.

회원들 모두 인정하는 마라톤 실력자 레이저씨는 "뛰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요. 가장 중요한 건 '나'잖아요. 그런데 평소에는 바빠서 '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죠. 달리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빠르게 뛸 필요도 없고 그냥 내 속도대로 꾸준히 앞으로 가는 거죠. 하지만 절대 느려지진 않아요. 처음엔 걷다가도 조금씩 뛰게 되고 더 빨라지죠. 인생도 그런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 마라톤114 예화런. ⓒ <무한정보>홍유린


폭풍다이어트에 성공한 회원도 있었다. 신랑씨는 "내가 100키로가 넘게 나갔어요. 지금은 80키로 정도 돼요. 운동효과가 정말 좋아요.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려요. 일석삼조 그 이상입니다"라고 마라톤의 장점을 설명한다.

회원 수 8명의 작은 모임이지만 그들이 품은 마라톤에 대한 애정은 그 어떤 것보다 크게 느껴졌다. 마라톤을 즐기는 데는 별다른 준비물이 필요 없다. 튼튼한 두 다리와 편안한 운동복이면 끝. 있는 힘껏 달리다 보면 온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기운도 날 터이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시원해졌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가을날 예산종합운동장으로 마실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모임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예산종합운동장이나 무한천체육공원에서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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