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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치겠다" 50대 화물기사는 왜 거가대교를 질주했나

거가대교에서 특공대에 진압돼... "지입료 때문에 남는 게 없어" 진술

등록|2018.09.11 17:20 수정|2018.09.11 17:59

▲ 경찰은 밤 사이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에서 음주 상태로 트럭을 몰고 순찰차 등을 파손한 김 아무개(57)씨를 11일 새벽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57살 김씨는 할부를 끼고 산 1억4천만 원짜리 25톤 트럭을 몰고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를 질주했다. 만취 상태였다. 그는 지난 10일 밤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고를 치겠다"고 했고, 거가대교에 출동한 경찰 순찰차를 비롯해 여러 차량을 들이받았다. 결국 특공대까지 동원된 진압 작전 끝에 11일 새벽 5시 경찰은 다리 위에서 김씨에게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20여 년 트레일러 기사를 했으나 남는 게 없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현재 경찰은 지입차량의 구조적 문제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보고 있다.

지입차 제도는 차주의 개인 화물차를 화물업체의 명의로 등록해 일하는 것을 말한다. 차주가 화물차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란색' 영업용 차량 번호판이 필요한데 이런 번호판을 화물업체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2014년 한 화물차 회사에 1500만 원을 주고 영업용 번호판을 사들였다. 여기에 더해 화물차 회사의 번호판을 빌려 달고 영업하는 대가로 매달 '지입료'라는 명목의 돈을 내야 했다. 김씨의 지입료는 38만5천 원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입회사는 4번이나 바뀌었고, 급기야 지난해 바뀐 업체는 김씨와의 수탁 계약이 만료되었다며 번호판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반발한 김씨는 지입료를 내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9월부터 일감을 제대로 받지 못한 김씨는 차량 할부금 월 237만 원을 포함, 월 1000만 원에 이르는 차량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내몰리게 됐다.
 
지입차주들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둔다"

 

▲ 경찰은 밤 사이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에서 음주 상태로 트럭을 몰고 순찰차 등을 파손한 김 아무개(57)씨를 11일 새벽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김씨와 같은 지입차주들의 불만은 사실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법은 지입차주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한다. 회사에 소속은 되어 있지만, 개인 영업을 하는 어정쩡한 신분이란 말이다. 온전한 신분이 아니다 보니 근로기준법이나 4대 보험 같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적용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입차주들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업체들은 지입차주들이 일감을 받아가는 대가로 10% 상당의 알선료를 받아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일을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배송을 하지 않으면 그 일을 대신하게 된 외부 배송기사를 위해 '용차료'로 불리는 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더군다나 화물용 번호판을 사고파는 데 권리금 형식의 돈을 수천만 원씩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는 게 지입차주들의 설명이다. 한 지입차주는 "지입차주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목돈이 들어간 권리금 때문에라도 일을 접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경찰은 밤 사이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에서 음주 상태로 트럭을 몰고 순찰차 등을 파손한 김 아무개(57)씨를 11일 새벽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지난 7월 법원이 "지입차주의 경우라도 원청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지입차주들의 경계는 희미하다.
 
화물연대 조합원 A씨는 "원청이 본인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직고용보다 책임을 덜 수 있는 지입차주를 선호하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화물업체들에게 지입차주들의 노동3권과 연차휴가 등을 보장하라고 권고했지만, 업체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업체들이 든 명분도 "지입차주는 우리의 직원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지입차주들은 "지입차주들은 서류상 개인사업자일 뿐 실상은 피고용인 신분인 게 허다하다"라면서 "명확한 법령 정비로 지입차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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