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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게시판, '여론 왜곡'에 악용하는 언론

청원 1명 참여했는데... 부동산 규제 반발 확산?

등록|2018.09.11 17:20 수정|2018.09.11 17:20
민언련에 뉴스1 <잇단 부동산 규제에 피로 누적…青국민청원 빗발·촛불집회도 예고>(9/9 국종환 기자 http://bitly.kr/gbzA)보도가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소수만이 참여한 청와대 청원을 인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보도는 정부가 8․27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추가 규제를 예고하자,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 근거는 "규제를 반대하는 청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기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근 일주일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청원 글이 수십 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거듭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안정되기는커녕 더 오르고 있다며 규제 기조를 멈출 것", "현 정부 들어 약 10차례의 규제가 쏟아지면서 규제 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정책을 예측할 수 없는 정부가 돼버렸다" 등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비판 여론을 옮겼습니다.
 
'부동산 업계에 따라' 국민청원 게시판 살펴봤다는 뉴스1

청와대 청원 게시시판에는 하루 수백 건의 게시 글이 올라옵니다. 기사가 나온 9일에도 886건의 청원이 제기되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다양한 의견과 국민 개개인의 사연이 오가면서 일종의 공론장이자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언론도 청와대 게시판에 관심이 많은데요.

문제는 정말 국민이 피해를 본 억울한 사연, 반드시 필요한 정책 제안, 많은 동의를 얻은 제안 등 의미 있는 청원을 소개하기 보다는, 자사의 입맛에 맛는 내용만을 발췌해 보도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언론의 입맛'이란 주로 클릭수를 높일 수 있는 흥미 위주의 소재이거나 언론사의 정파적 입장에서 이용할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는 의미입니다. 뉴스1의 이번 보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에 청와대 청원을 소재로 활용한 경우에 가깝습니다.
 
'1명 청원'이 '여론'? 여론의 기준이 뭔가

뉴스1이 기사에서 소개한 청원글들을 보겠습니다. 기자는 총 4건의 청원(첨부 사진 포함)을 인용했는데, 이에 동의한 시민의 수는 뉴스1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뒤인 11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해도 1명, 23명, 107명, 1071명 수준(9/11 오후 2시 기준)에 불과했습니다.
  

▲ ? 기자가 인용한 청원의 서명인 수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먼저 뉴스1이 "한 청원인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할 국민들이 정부의 오락가락한 규제책과 하루아침에 바뀌는 규제들로 머리 아파하고 있다'며 '이제 규제책을 그만 내놓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인용한 청원은 <서울집값 잡으랬더니. 수도권은 다 죽여놓고 이사도 못 가게 해놓고 뭐하자는 규제입니까?>(9/6 https://bit.ly/2MixPIV)라는 게시물입니다. 이 청원의 참여 인원은 11일 오후 2시까지 23명이었습니다.

뉴스1에서 "다른 청원인은 '과도한 규제로 시장경제의 흐름을 통제하지 말아 달라'며 '불리하다 싶으면 정책을 냈다가 뒤집고 하는 '아님 말고'식의 정책에 민심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인용된 청원은 <과도한 규제와 시장논리를 무시하지 마십시요>(9/5 https://bit.ly/2CR17Ps)입니다. 이 청원의 참여 인원은 달랑 1명입니다.

뉴스1이 사진으로만 첨부한 <부동산 정책 그만하세요...살려주세요>(9/7 https://bit.ly/2CHcr0d)라는 청원은 보도 당시 참여인원은 37명이었고, 11일 오후 2시 기준 107명입니다.

뉴스1이 "불만이 확산되면서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를 계획하는 움직임"의 근거로 제시한 "부동산 폭등 횃불집회" 청원은 <부동산횟불집회 제가 주도하려고 합니다>(9/5 https://bit.ly/2N1MXPS)인데요. 9일 뉴스1 보도 당시 500여 명, 11일 오후 2시 기준 1071명이 참여했습니다.
  
다양한 여론의 공론장인 '청와대 청원', 언론엔 '골라 먹는 재미'?

뉴스1이 인용한 4개의 청원은 모두 9월 5일부터 7일에 작성되어 최장 10월 7일까지 청원이 진행되기 때문에 참여인원이 더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청원이 올라온 지 고작 사나흘이 지난 시점에, 더군다나 참여인원이 1명에 불과한 청원까지 '불만 여론'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뉴스1이 청와대 청원을 악용해 '신기루 여론'을 만든 것이죠.

도리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같은 시기에 정반대로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 및 투기 억제를 요구한 청원도 상당히 많습니다. <서울 집값 안정화에 따른 교통 혁신이 필요합니다>(9/6 https://bit.ly/2CJTdr0)는 '집값 안정화'를 요구하면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활성화"를 그 방안으로 제시했고 참여인원은 9월 11일 오후 2시까지 5434명입니다.

<그린밸트 해제 반대합니다>(9/5 https://bit.ly/2MlL3oa)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로 내놓은 대책인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며 "도심 노후화된 곳의 재개발, 재건축, 고도제한완화 등의 정잭"을 대안으로 내놓은 사례로서 참여인원이 4579명(9/11 오후 2시 기준)입니다.

그러나 뉴스1은 이런 청원은 단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고 뉴스1이 아니더라도 이런 청원을 '여론'으로 소개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언론이 부동산 규제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확대 재생산하고 있고 있는 겁니다.
 
취소된 집회를 왜 '예고'된 것으로 보도했을까

뉴스1이 '부동산 정책 불만 여론'으로 받아쓴 청원 중 눈여겨봐야 할 것도 있습니다. 뉴스1은 "불만이 확산되면서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를 계획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횟불집회 제가 주도하려고 합니다>(9/5 https://bit.ly/2N1MXPS)를 소개했습니다. "총대를 메고 광화문에서 '부동산 폭등 횃불집회'를 주도하려 한다", "동의하시는 분이 500명을 넘기면 집회 신청을 하고 실행에 나서겠다"는 청원 내용을 뉴스1은 그대로 옮겼습니다.

실제로 9일 보도 당시 이 청원은 500명의 동의를 얻은 이후였고 뉴스1도 "지난 5일 게시된 이 글은 이틀 만에 청원동의 인원 500명을 넘겼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청원인은 500명이 넘어서자 7일 다시 청원 글(9/7 https://bit.ly/2MiU4hG)을 올려 "엎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집회 취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뉴스1은 9일에 보도를 하면서도 집회 취사 의사를 밝힌 7일 청원글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청원 당사자가 '집회 취소'를 선언했는데도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를 계획하는 움직임"의 근거로 이 청원을 이용한 겁니다.

심지어 뉴스1 보도의 제목은 <잇단 부동산 규제에 피로 누적…青국민청원 빗발·촛불집회도 예고>로서 '부동산 정책 반대 촛불집회 예고'를 단언하고 있죠. 그 근거가 이 청원 하나 뿐이므로 사실상 이 보도는 허위보도입니다. 뉴스1이 진짜 '국민 의견'을 들으려고 했다면 이런 해프닝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규제 반대 여론' 신기루 만든 뒤 "시장 자정 작용에 맡기자"는 뉴스1

뉴스1은 이처럼 무리하게 청와대 청원을 인용해 '부동산 규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 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시작했습니다. 기자는 "규제에 대한 여론의 불만이 최근 더 커진 것은 장기간 인내하면서 규제 효과를 기대했지만 무색하게도 집값 과열이 규제 전보다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라며 부동산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더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규제 기조를 완화하고 시장 자정작용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지금은 추가 규제보다 침체되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을 들여다볼 때다"라는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인터뷰, "규제만 계속되니 가격이 왜곡되고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입맛에 맞는 청와대 청원으로 '규제 반발 여론'을 과장하고 '촛불집회 예고'까지 단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서 드러납니다. 결국 부동산 규제를 멈추라는 겁니다.
 
결론 내려놓고 입맛에 맞는 여론만 찾는 언론

실제로 정부가 8‧27 부동산 대책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추가 규제를 발표하면서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으며 국민 여론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뉴스1이 '취사선택'한 여론은 실체 없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논쟁적인 사안에 굳이 여론을 빌려 보도하고 싶었다면 객관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야 합니다.

뉴스1과 같은 보도가 더 부적절한 이유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아무런 생산적인 논의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해관계가 정확히 갈릴 수밖에 없는 부동산 이슈를 언론이 선도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분석과 취재, 다양한 시각이 깃든 견해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일단 '부동산 규제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정해 놓고 그 틀에 맞는 청원 글만 받아쓰는 것은 선동이지 보도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GTX를 대안으로 제시하거나 그린벨트 해제는 정답이 아니라고 주장한 청와대 청원글이 뉴스1 보도보다 훨씬 더 유익합니다. 실제로 현재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부동산 규제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정부 규제가 오히려 미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7월 발표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너무 미약해 시장에 아무런 신호를 주지 못했다는 지적, 8‧2 부동산 대책에 포함됐던 임대주택 세제 혜택이 도리어 부동산 투기 세력에 악용됐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며, 이런 문제의식은 굳이 '반대 측의 여론'까지 가지 않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0일 취임 후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JTBC <썰전>(9/6)에서 '임대주택 세제 혜택'을 '정부의 실책'으로 꼬집는 등 당장 여당에서도 문제제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건설적인 논의 대신 입맛에 맞는 여론만 찾아내려 애쓰는 뉴스1 등 언론의 행태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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